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가족에 관한 진심 삐(BB) 시리즈
김별아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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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책소개는 <니들북>의 "삐시리즈" 2번째 책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김별아 저) 로 시작하려 합니다.

"삐시리즈"란, 우리 일상에 경보음을 울린다는 의미

더 나은 일상을 만들자는 Be Better 약자 BB의 의미

중의적으로 담은 에세이 시리즈 입니다.




 





《도서 소개》

제목: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

부제: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가족에 관한 진심

저자: 김별아

출판사: 니들북


《줄거리》

이 책은 가족을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로 말하고 있다. 그게 단지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안에서 '나'라는 '개인'으로 거듭나는 길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가족은 단순한 구원처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상처의 진원지도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큰 구원을 제공할 수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누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구원이자 상처인 가족. 나를 꼭 닮은 낯선 타인들에 대해서.





《감상평》

책은 총 22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에세이모음 형태이고 편 당 대략 2~5장의 분량을

벗어나지 않는다. 긴 흐름의 글은 높은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한데,

내용 흐름이 빨리 바뀌고 각 구성이 흥미로운 단편집이라 가볍게 읽기좋은 책이었다.

- 가족이란 무엇이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한국 가족만의 특성과 흔히 나타나는 가족 구성원간의 관계성

- 결혼의 이유와 어떤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 결혼생활과 고부갈등, 부모자식 갈등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음의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경험,

나름의 시사점,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매우 인상깊었다.














《인상깊은 부분》


가족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경우,

만약 그 가족의 누군가가 어떠한 형태로든희생을 하지 않는다면,

그 가족은 자손대대로 같은 문제를 150년 동안 계속해서 안고간다.

같은 "각본"으로 150년 동안이나 살게 된다는 말이다.

27p, <150년 간의 사랑>



너무 무서웠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가족이든 그들만의 생활방식과 관습이 있다.

중요한 건 가족 구성원이 각자 맡은 바를 잘 수행하고 스스로의 삶과

가족과 함께 꾸리는 삶 모두 만족하는가. 라고 볼 수 있다.

가볍게 티격태격 다투는 게 아니라, 크나큰 문제가 명백히 보이는데도

가족 구성원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얽힌 실타래가 풀리는 일은 아마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유미리 작가가 말하는 '가족창생'이란, 혈연도, 남녀관계의 사랑도 전제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상적인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우리 곁에는 이미 수많은 '비정상적인 가족'이 있다.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한부모 가족,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입양 가족이나 재혼 가족,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 자녀가 없는 부부, 동성커플 등.

하지만 '비정상'과 '정상'의 경계는 기실 모호하다.

'비정상'의 수치가 '정상'을 넘어선다면 그 때는 무엇이 '정상'으로 불리려나그 때에도 '정상'이란 이유로 비정상'을 비난하거나 폄하할 수 있을까?

52p. <가족창생>





등골이 빠져라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게 힘겹다는 아버지,

가족들 챙기고 거두느라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끔찍하다하는 어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리만족을 위해 귀여운 인형 노릇 하는 게 지겹다는 아이들..

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꽁꽁 감춰 둔 검은 욕망들은 어느덧 비집고 나와

세상은 힘겨운 아버지와 끔찍한 어머니, 힘겨운 아버지와 끔찍한 어머니, 벗어나고픈 아이들로 가득하다.로 가득하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가족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건,

"가족은 반드시 사랑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다!"

라는 권위적이고 강제적인 명제에서 받는 부담 때문 아닐까?

정작 '가족'에 가장 위협적인 적은, 가족이 지고지순한 가치이며

영원불변의 것이어야 한다는 그 판타지가 아닐까?


64-68p <가족 판타지>




이 구절을 읽으면서, 아버지 생각이 문득 났다.

아버지는 엄하고 무서우시기도 하지만 막내인 날 많이 사랑해주신 좋은 분이시다.

근데 딱 한 가지, 어릴 때부터 혈연에 의한 "가족"이라는 개념을 많이 강조하셨다.

'살다보면 아무리 친구들 많아봤자, 가족이 최고다.'

'무슨일이 있어도 가족과는 돈독하게 지내야 한다.'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저녁을 함께하는 그 순간엔 참 따뜻하고 가슴시린 말들이었지만,

한 편으론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자연스럽게 가족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가족들과 갈등이 생기거나, 불화가 생기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걸까?

과연 나 홀로 살아갈 힘이 있을까? '진짜 가족'이란, 어떤걸까?


저자는 이야기한다.

가족이 해체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만 그 형태가 달라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물학적으로 규정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가족도, 정신적 유대로 맺어진 가족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늘 가족의 형태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나의 역할에 있어 '정상적인 가족관계'에 얽매여

자책하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남성'을 학습하는 것과 또 다르게 딸도 아버지에게서 '

남성'을 배운다. 그가 주는 사랑의 달콤함과 그가 지닌 권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갈등하며 앞으로 그녀가 만날 남성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정짓는다.

아버지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저항하고,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이는 진정으로 성숙한 여성으로서 성숙한 남성을 만나 사랑하기 위해

풀고 넘어가야만 할 숙제인 것이다.

80p <아버지와 딸>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어머니라는 존재는 딸의 눈에 확연히 드러난다.

딸은 어머니를 통해 자기가 어떻게 성장하고 늙어갈 것인가를 예상한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아.' 라고 생각하면서 한 편으로는,

엄마와 정반대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엄마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지난 배움과 경험을 한 번에 뒤집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91p <어머니와 딸>



위 구절 외에도 가족 관계에 대해 예리한 통찰을 보이는 단편들이 많이 있다.

아들과 어머니, 아들과 아버지, 형제 자매관계 등 대부분 대학 가족심리, 여성학 강의에서

배운 내용들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고,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딸을 중점적으로 봤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아버지에게서 사랑과 두려움 모두를 배우는 딸이 그와의 관계 정립을 통해

남성을 인식하게 된다는 부분과, 어머니의 행복을 곧 자신의 행복으로 학습하여

자아구분에 경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이었다.

한 사람이 그 간 살아온 가정환경과 가족의 영향력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주체적인

가족관, 결혼관을 정립한다는 건 실로 매우 어렵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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