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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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로 돌아가보면 그때는 단순하고 소박할지 언정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았던 거 같다.

다른 아이들이 다 갖고있는 장난감이 갖고 싶었고,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놀고 싶었고, 짜장면과 돈까스를 실컷 먹고 싶었다. 명확한 욕구들이 충족되면 마냥 행복했고 즐거웠던 그 시절을, 어른이 되고 종종 그리워하게 된다.

어렸을 때 막연하게 상상했던 어른의 삶, 상상했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며 살아가지만 그럴 때마다 행복보다는 고민이 하나씩 더 늘어만가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자란다는 건 그래서 나빠요.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 그렇게 바라던 소원도 막상 이루어지면 생각만큼 좋은 것 같지 않거든요.

p77 빨간머리 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에서 가족을 위해서 일하지만 정작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던 크리스토퍼에게 어린 시절에 해어진 곰돌이 푸가 찾아온 것처럼, 가슴 속에 잊혀진 순순한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동화 속 320가지의 문장을 책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이 전한다. 익숙하지만 기억이 가물거리는 고전 동화와 생소한 한국작가들의 동화, 그리고 <긴긴밤>과 같은 최근작까지 동화속 문장들을 읽다보면 '그래 그랬었지!'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결국엔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서는 거창한 목표나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삶이 지치고 힘들때, 지금의 내 모습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느껴질 때, 어릴적 좋아했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기억 속에 묻어둔 빨간머리 앤과,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어린이만 갈 수 있는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만나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훨씬 더 단순해질 수 있고 그만큼 더 가까이 행복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저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자란다는 건 그래서 나빠요.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 그렇게 바라던 소원도 막상 이루어지면 생각만큼 좋은 것 같지 않거든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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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감상문 - 읽거나 믿거나
이미나 지음, 이미란 그림 / 뭉클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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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이어트, 금식 그리고 채식.

다이어트로 인생의 3분의 1일 허비한 사람. 거듭된 다이어트와 실패로 폭식증을 겪고 겨우 다이어트의 강박에서 벗어난 후 우연히 시작한 금식을 통해서 채식을 하게된다. 건강 혹은 동물권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채식이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선 특이하다.

나는 금식이란 단어만 알았지 그게 뭔지 몰랐다. 책에선 '고기,밀가루,설탕, 카페인 등 기호식품을 먹지않는 행위'라고 한다.

그리고 다이어트와 금식의 차이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을 위해 음식을 줄이는 행위라면 금식은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 음식을 줄이는 행위다. 다이어트는 영혼이 거부하고 금식은 영혼이 권유한다. 다이어트는 식탐 증가 → 폭식 → 요요현상, 악순환이라면 금식은 식탐 절제 → 절제력 상승 → 절식 → 몸과 영혼 깨끗, 선순환이다. p104

책은 총 네번의 금식기간 동안 채식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설명한다.

육식과 밀가루를 좋아했던 작가는 채식을 하면서 느낀 몸의 변화들에 대해서, 먹었던 것들과 체중의 변화, 수면과 배변 활동에 대한 것들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했다.

채식을 하면서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체중이 감소하더라는 대목에서 일단 채식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간 동물권에 대한 다큐와 책을 보며, '하지 말아야할 것'에 초점을 두었던 내게는 '하고 싶은 것'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물론 이것도 체질에 따라 개인차가 있긴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채식을 시작하고 싶은데 먼저 시작한 사람의 후기가 궁금한 사람, 다이어트를 하고는 싶은데 색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 아니면 그저 건강한 식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채식감상문>이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든다. 단, 종교의 힘을 빌려 금식의 방법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 것 같지만,개신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힘들 수는 있겠다.

그림을 그린 언니와 함께한 작가의 두 번째 책 <채식감상문> 은 육식의 나쁜 점을 말하지 않는다. 채식의 장점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고, 이 부분이 여타의 채식관련 에세이와 구별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작가의 첫 번째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제목이 <식후감상문>이다.

매일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감상문이라니. 평범한 것들에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쉬운 건 아닐텐데. 식탐 많은 작가의 절식 이야기가 <채식감상문>이라면, <식후감상문>은 먹었을 때 느꼈던 행복감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렇다면 다이어트에 별 도움은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 이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저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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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 -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임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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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뭔가 결과 지향적이기 때문이랄까, 명사보다는 동사를 지향한다는 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자기계발서는 명사의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까 어떤 목적을 위한 방법론에 대한 얘기를 읽으면 '어떻게' 또는 '왜' 보다는, '무엇'을 해야하는 가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 들어서 그런 글을 읽다보면 결국 그것을 하느냐 하지않느냐로 내 자신을 판단하게되는, 옳고 그름의 기준에서 나를 재단하는 느낌이 들곤했다.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는 에세이이면서 또 자기계발서로 분류가 되지만, '무엇을 해야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가'에 대한 얘기다. 13년차 방송인으로서 일과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들에 대한 얘기를 통해서 무엇을 하지 않아야 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자신의 경험과 다수의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전한다.

사람마다 각자만의 톤이 있는데, 아나운서들은 본인의 톤과 딱 맞는 프로그램을 찾았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심야 라디오에 제격인 약간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아침 프로에 잘 어울리는 에너지가 담긴 목소리, 뉴스나 드라이한 낭독에 들어맞는 신뢰감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있는 것처럼. 프로그램과 목소리의 주파수가 통할 때,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p198

프로그램에 맞는 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가 아니라, 내 목소리 톤에 맞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로 시선을 돌리면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여유가 생긴다. 다만 문제는 나의 '톤'이 무엇인지 먼저 정확히 알아야한다는 것.

나의 '톤'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잘하려고만 하다보면 내 장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려고 하게되고, 결국엔 나의 톤이 무엇인지 모른채 애매한 상태가 되버릴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덪붙이는 한 마디가 인상적이다.

나도, 인생 조금 더 대충 살아야겠다. p201

임현주 아나운서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다가 세바시(세상을 바꾼 시간 15분)강연을 보았다.

아름다움은 옭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작가의 강연이 인상적이었다. 정형화된 틀에 맞춘 여성 앵커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가장 본인다울 수 있는 모습으로 앵커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고자 하는 노력이 인상적이었지만, 해당 영상에는 좋아요보다 싫어요의 숫자가 더 많았다.

상처받지 않기위해서 적당한 틀안에서 살아온 내게는, 행복하기 위해서 상처받을 것을 감내할 수 있다는 작가의 용기와 결단이 부럽다. 하고 싶은 걸 할 권리와,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을 권리. 아름다움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응원한다.

대중에게 보여지는 삶을 살아야하는 방송인으로서 그가 걸어갈 길이 꽃길만 있을거란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러나 간혹 만나게 될 가시밭길에 그를 응원할 많은 이들이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나 역시 그들 중 한 사람이 되었음을 밝힌다.

사람마다 각자만의 톤이 있는데, 아나운서들은 본인의 톤과 딱 맞는 프로그램을 찾았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심야 라디오에 제격인 약간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아침 프로에 잘 어울리는 에너지가 담긴 목소리, 뉴스나 드라이한 낭독에 들어맞는 신뢰감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있는 것처럼. 프로그램과 목소리의 주파수가 통할 때,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 P198

나도, 인생 조금 더 대충 살아야겠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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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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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메이는 요가 수련을 하기위해 온 인도에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배제된 하층민들의 삶을 보고, 또 그 삶에 순응하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한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것들을 하나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내 삶에 도무지 순응할 수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나보다 나을 게 없는 저 사람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왜 나만 이렇게 이 과정이 힘든지 저는 정말로 모르겠어요. p37

그런 메이의 외침에, 마흔의 케이는 삶이라는 것이 살면 살수록 뭔지 더 알 수 없게 되는 것 처럼, 이제는 그렇게 바라만 볼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것에 대해 판단할 여력이 없어서 그냥 바라보는 거죠. 인도를, 인간을, 그리고 나 자신을요. p38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자신에게 동정과 멸시를 함께 주었던 사촌 언니, 병약한 몸으로 태어난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에게 순응했지만, 그를 곁에서 도왔던 메이를 언어 폭력과 어딘가 유출되었을지도 모르는 동영상을 찍었던 연인 요한. 절망 속, 고립된 상태에서 나타나 자신의 마음을 가져간 여행작가 케이.

소설은30대인 메이의 사랑과 삶의 방황을 그린다.

메이의 남은 30대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메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쓸 것이라고 케이에게 전하는 편지에 씀으로써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다.

메이야,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돼서 한 번은 연락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이메일이라도 보니까 안심이 된다.

...중략...

지난 이십 년 동안 여행만 하면서 살다 보니 눈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이번 겨울은 꼭 한국에서 지내보고 싶었어. 그런데 막상 오니까 춥기만 하고 그냥 그렇네······. 너는 거기서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p297,298

82년생인 작가는 올해로 꼭 마흔이 되었다. 그러고보면, 지난 20년간의 시간 속에서 방황하고 아팠던 자신과 그 시기를 지나고 있을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한 마디가 하고 싶었던 걸까.

인생과 사랑이 뭔지는 답할 수 없는 마흔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라고.

메이에게 답장을 보낸 케이의 마음처럼.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저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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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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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면 신기하거나 눈길을 끄는 작품이 아니고서는 대체로 휙 둘러보고는 했다.

뭘 봐야하는지도 어떻게 봐야하는지도 몰랐기에 미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나름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거였다.

그러나 예술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접하게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다.

작품 그대로를 오롯이 바라보며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작가의 의도대로 표현된 결과물을 가만히 바라볼 시각적 여유가 조금씩 늘어난 배경에는 역시 작가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였다.

특정 작가에 관한 책을 읽고 해당 작품을 관람해도 되지만 때론 시대적 미술사조에 관한 넓은 시각을 보여줄 책이 필요할 때도 있다. 양정무 교수의 책 <벌거벗은 미술관>은 고대 미술에서부터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각 시대의 예술작품에 대한 역사적 의미와 그것이 이후에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마치 토크 콘서트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풀어낸다.

고대 그리스미술에서 보이는 군국주의적 분위기, 다시 말해 그리스 남성 조각들이 보여주는 육체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은 그리스미술에 드리워진 신비를 한꺼풀 걷어내면 드러나는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사실 그리스 사회에서 스포츠가 전사의 신체 단련과 관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운동선수조차도 군국주의적 함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p 65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박물관에서 마주친 수많은 그리스 조각상의 정교함에 감탄을 했지만 그 이면에 남성적 육체에 대한 맹목적 찬양이 있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정교한 육체적 미학에 대한 찬양이 훗날 파시즘과 나치의 이론적 토대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밝은 면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러한 어두운 면도 함께 봐야 더 좋지 않을까.


Dulce est desipere in loco

'이따금 진지함을 버리면 즐겁다'는 뜻의 라틴어란다. 그림 속 술이 담긴 항아리에 새겨진 문구인데, 술의 신 바쿠스를 찬미하는 풍류를 지닌 이러한한량들에 의해서 상당한 양의 고대 유물들이 영국박물관에 흘러 들어갔다는 설명이 꽤 흥미롭다. 빼앗긴 자에겐 약탈의 순간이었겠지만, 한량들과 제국의 입장에선 새로운 유물을 발견한 기쁨에 대한 찬사가 아닐까.

언제 다시 루브르와 영국박물관에 갈지 알 수 없지만 그때가 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

※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저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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