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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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로마 생활사를 다룬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는 서기 117년에 로마에 재위한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의 어느 하루를 재구성하였다. 생활사의 구석구석까지 알아보기 위해 24명의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로 24시간을 재구성하였는데, 고증을 토대로 탄탄하게 복원하여 마치 로마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직접적으로는 제국 구석구석까지 뻗은 로마의 도로와 수로를 일컫는 말이다. '브리타니아로 출발한 황제의 전령'편을 보면 로마의 놀라운 도로 체계를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역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무타티오네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여행을 위한 사설 숙소 타베르나도 도로 곳곳에 있어서 우편과 전령이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각자의 주인에게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무타티오네스의 경우 이를 유지하기 위한 예산을 인근의 주민들에게 충당하다보니 대부분의 주민들은 무타티오네스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도로 체계를 넘어서 로마의 놀라운 제도와 문화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24시간 속의 로마인을 보고 있으면 놀라울정도로 오늘날과 비슷한 로마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00명 정도를 수용하는 로마의 대중목욕탕은 온탕-냉탕과 휴식공간이 갖춰져있으며 그 안에서 청동 긁개로 몸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로마인을 상상할 수 있다. 또한 로마의 건축은 식은 용암 가루로 만든 시멘트와 시멘트에 돌가루를 섞은 콘크리트를 함께 사용하여 현대까지 남아있는 수많은 건축물들을 남겼다. 

로마인의 목욕에 사용된 청동 긁개 스트리질(Strigil)

 위에 언급한 로마의 문화는 로마의 융성한 문화와 제도의 일면일 뿐이다. 이 책에는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며 이별의 시를 적는 소녀부터 암모니아와 유황으로 토가를 깨끗하게 세탁하는 냄새나는 세탁부까지 다양하고 생동감있는 로마인의 삶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으며, 로마인의 생활사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생긴다. 이 책의 서문처럼 진짜 로마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로마 일반인의 삶이다. 앞으로도 로마의 생활사를 다룬 책이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그 외 한편의 드라마처럼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구성과 수많은 참고자료는 이 책을 빛나게 하는 또 다른 면이다. 원래도 생활사를 좋아했지만 이번 기회에 로마 생활사에 입덕할 것 같다. 


오늘날 고대 역사가의 시각에서 중요한 건 위인이 아니라 시민들과 그들의 행위를 지지해준 사회기반시설이기 때문이다. P.7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손님들은 세탁부에게 토가 캔디다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는 상당히 하얀 토가인데 키몰루스 섬에서 가져온 흙으로 문질러 옷감에 반짝이는 광택을 더한 것이다. 정치인들은 토가 캔디다에 특히 더 관심을 기울이는데 공직에 출마한 사람들이 항상 입기 떄문이다. 후보자를 뜻하는 영단어 ‘candidate‘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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