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궈징밍 지음, 김남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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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오에게

🍭 안녕 이야오. 중국의 베스트셀러 주인공인 너를 만나서 정말 반가워. 사실 중국소설을 제대로 읽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야.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준 도서출판 잔이 참 고맙네.

🍭 원래 소설은 하루만에 다 읽는 편인데. 너의 이야기는 중간 중간 끊으면서 읽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조마조마 해서 도무지 읽어나갈 수가 없었거든. 결론을 알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지금 쓰면서도 가슴이 너무 먹먹해.

🍭 나는 너의 인생을 읽으며 생각난 아가가 한 명 있어. 정인이라는 아이인데. 너무 예쁜 아이야. 근데 양부모에게 입양이 되고 폭행을 당해서 아주 처참하게 죽은 아이거든. 나는 왜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인이가 생각이 났을까. 너의 학교폭력도 가슴이 아팠지만 나는 너가 버림 받은 그 사실들이 더 가슴이 아프다. 아버지 버림받은 너. 너를 임신시킨 남자친구한테 버림받은 너. 어머니한테 맞는 너. 나는 그런 너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 정인이란 아이도 버림을 받아서 입양이 된 거겠지. 정인이 친모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진 건 없는 것 같아. 그 예쁜 아가가 버림을 받고,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죽은 그 모습이 너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느낀 것 같아.

🍭 피. 너가 낙태를 했을 때. 친구들에게 맞아서 거의 피범벅이 되었을 때. 그 장면들이 상상이 되어서 과연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 그래서 너무 가슴 아픈 장면이 나오면 띄엄띄엄 읽었지. 왜 이렇게 어떤 이들의 인생을 그토록 끔찍하고 아파야만 하는 걸까. 나는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가. 그리고 대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너가 부모님에게 받았어야 할, 친구들에게 받았어야 할, 그 사과를 내가 대신 해주고 싶다.

🍭 너의 고통과 아픔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그래도 인생을 살 만하다고 그런 위로 따위는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상처와 아픔에 정도가 있다면 너의 아픔과 상실이 내 것보다 훨씬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니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 이야오, 너가 지금 있는 그 곳에서는 그냥 아무 일 없이 평안했으면 좋겠어. 물론 네 곁에는 치밍도 있었고, 구썬시도 있었지. 너를 지켜주는 좋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냥 너가 그 곳에서 마음 하나 편안하게 있었으면 좋겠어. 아무 고통없이 해맑게 웃었으면 좋겠어. 이 세상에서 누리지 못한 행복과 웃음을 그 곳에서는 마음껏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 '나는 한때 당신 품에 안긴 아기였다. 나는 한때 모두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귀염둥이였다. 당신 역시 잠들기 전이면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런데 왜 이제는 필요 없는 것, 더럽고 위험한 것처럼 나를 피하는 거지? 나와 닿으면 죽기라도 한단 말이야? 내가 병균이라도 된다는 거야?'

🍭 '이 세상에 반드시 너에게 상처 입힐 일이라는 건 없다. 네가 충분히 냉정하고 충분히 무디고 충분히 주변 일에 무관심하다면. 네가 천천히 너의 마음을 매끈하고 단단한 돌멩이로 깎아낸다면. 네가 스스로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기만 하다면 이 세상에 너를 다치게 할 일이란 더는 없다.

다시는 다른 누군가 때문에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다시는 그런 사랑을 주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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