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서의 도피 - 세계적 지성 프랜시스 쉐퍼의 대표작 완전 개정판
프란시스 쉐퍼 지음, 김영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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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복음주의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준 프랜시스 쉐퍼는 미국 복음주의 선교사이자 장로교 목사이며 강연가, 철학자로 소개된다. 오늘날 사회 병리적인 현상에 대하여 주원인을 진리는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여기는 사상에 있다고 보고 해결책은 바로 성경적 절대 기준으로 돌아가는 것 뿐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 이전에는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지극히 거룩한 하늘의 것들을 크게 강조했으며, 또 이것을 묘사할 때는 상징을 사용했고, 자연 그 자체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퀴나스가 등장함에 따라 진정한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적 요소들이 비로소 탄생하게 되었다.

아퀴나스의 자연과 은총에 대한 견해에는 이 양자 간의 완전한 불연속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양자 간의 통일 개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퀴나스 시대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자연과 은총의 통일을 위한 끊임없는 논란이 있었으며, 합리성이 이 양자에 대한 어떤 설명을 해주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22쪽

 

동양 사상과 서양 사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둘 간의 시각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하여 두 가지로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서양세계의 탈 기독교 현상을 들 수 있다. 성경적인 기독교인은 서양 여러 나라에서 소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또한 세속주의가 팽창하고 비기독교 신비주의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 국가라고 알고 있던 서양의 나라들이 복음의 불모지가 되었다는 표현은 낯설지 않다. 문화가 발달하고 편리해질수록 세속화가 가속된다는 것일까? 또 다른 하나는 서양에서 시작된 현대 세속주의 사상과 종교 사상이 전 세계 학생들에게 널리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속하게 보급되고 있는 현대사상은 대학교육이나 소년들이 즐겨듣는 음악과 영화를 통해 보급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때문에 저자인 프란시스 쉐퍼는 20세기를 살아가는 기독교인 자녀들이 현대 사상에 물들지 않고 보호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 이성에서의 도피를 통해 기독교가 지성인들의 욕구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올바른 해답을 준다는 사실의 이해를 돕고자 함이라고 저술 의도를 밝히고 있다.

 

아퀴나스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의 의지는 타락하였으나 지성은 타락하지 않았다. 성경이 말하는 타락에 대한 이 불완전한 견해로 말미암아 갖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되었다. 인간의 지성이 자율적인 것이 되었다. 인간은 이제 이 한 영역에서만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이었다.

-23쪽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이 땅에서 느끼는 삶의 고뇌나 문제들이 있다. 어떤 문화나 가치관에 의해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이해하는 척도가 달라짐을 부인할 수 없다. 세상 풍조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그 어떤 흐름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세상의 기류를 인지했다면 그것들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프란시스 쉐퍼는 르네상스 이후 현대에 이르는 문예와 철학 사상을 쉐퍼만의 특성으로 파헤쳐 현대 사상과 현대인들의 고민, 문제들을 분석하고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설명해 준다.

 

1장 자연과 은총

자연과 은총 | 아퀴나스와 자율 | 화가와 저술가 | 은총 대 자연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파엘로

 

2장 자연과 은총의 통일

자연과 은총의 통일 | 종교 개혁과 인간 | 인간의 모습 | 종교 개혁과 르네상스와 도덕 | 전인(全人)

 

3장 절망선

초기의 근대 과학 | 칸트와 루소 | 현대적 근대 과학 | 현대적 근대 도덕 | 헤겔 | 키에르케고르와 절망선

 

4장 도약

도약 | 세속적 실존주의 | 종교적 실존주의 | 신신학 | 상층부 경험 | 언어 분석과 도약

 

5장 상층부로 도약하는 예술

상층부로 도약하는 예술 | () : 후기의 하이데거 | 예술 : 앙드레 말로 | 피카소 | 번스타인 | 외설 문학(포르노그래피) | 부조리 연극

 

6장 신비주의

정신 이상 | 영화와 TV에서 보는 상층부 | 상층부의 신비 | 정의되지 않은 표상(表象), 예수

 

7장 이성과 신앙

이성과 신앙 | 성경의 독자성(獨自性) | 자신에게서부터 시작했으나 | 필요한 지식의 원천 | 어둠 속에서 도약하는 정신 | 변하는 세계 속에 있는 불변의 것

 

성경의 가르침은 다른 사상과는 전혀 다르다. 성경은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즉 자신에게서부터 시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 주는 유일한 종교 또는 철학 체계이다. 사실상 우리 자신을 떠나서는 문제를 다룰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눈을 통해 사물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진정한 문제가 있다. 무슨 권리로 내가 여기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다른 종교나 철학은 그러한 권리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경은 내가 해야 할 일, 즉 자신에게서부터 시작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한다.

우선 성경은, 태초에 만물이 인격적이고 무한하신 언제나 존재하시는 하나님에 의하여 지음 받았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만물은 근원적으로 비인격적이라기보다는 인격적이다. 성경은 또한 하나님이 자신 밖에 만물을 창조하셨다고 말한다. 나는 이 자신 밖에라는 말이 20세기 사람들에게 창조를 설명하는 데에 가장 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공간적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는 신의 본질의 연장이라고 보는 범신론적 견해를 부인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하나님은 존재하신다. 그분은 언제나 존재해 온 인격적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자신 밖에 만물을 창조하셨다.

-156쪽

 

이 책 이성에서의 도피 본문에서 키에르케고르의 도약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키에르케고르 그가 설명하는 신앙인의 도약, 키에르케고르이 도약이 해놓은 일이란 통일에 대한 희망을 앗아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낙관론은 비합리적이어야 한다/모든 합리성=비관론이라는 것이다.

위 두 영역을 연결할 접촉점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고. 양 영역의 침투나 상호 교류란 있을 수 없다는 완전한 이분법이 있을 뿐이라니 다음엔 어떤 연결고리를 제시할지 기대하며 이 책을 읽게 된다. 사회의 병리 현상, 지성, 이성 이들은 어떤 연결고리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큰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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