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저 매혹적인 표지의 여자 좀 보라지. 저런 얼굴로 뭇 남성의 마음을 훔치나 ㅠ 안나 K의 얼굴이 저렇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독서 시작!

 

사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요약본으로 시작하려다 러시아 사람들 이름에 질려서 그만 뒀던 슬픈 기억만 남긴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난 평생 못 읽을 것 같아. 다들 열 페이지도 채 못 읽은 러시아 소설들.) 그러고 보면 난 참 우리나라 소설을 위해 특화되었나보다. ㅋㅋ 합리화~~ 그런데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소설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그 '안나 카레니나'의 배경을 현대 뉴욕으로 옮겨 재해석 한 작품이란다. 어헛!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않은 게 독이 될까 득이 될까?

(사담: 내가 중1 때 세계문학전집이 아닌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에 도전했었다면 난 지금쯤 독서왕이 되어 있지 않을까? ㅋㅋ)

 

 

주인공 안나 K는 현재 뉴욕에 살고 있지만 러시아 이민자이다. 사실 러시아 역사에 대해 무지한 나로선 그들의 내력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낯선 문화에 대한 생경함 때문에 진도가 팍팍 안 나가 힘들었더랬다. 안나 K가 러시아 이민자로서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감당했어야 한 수많은 놀림. 그 때문에 안나가 더욱 책에 집착하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폭풍의 언덕'의 히스 클리프를 이상형으로 이야기하는(근데 휴... 나는 히스 클리프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폭풍의 언덕'도 읽어야 한단 말인가ㅠ) 그녀가 결국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남자를 만나게 된다. 서른일곱의 나이에 어쩌다보니 하게 된 결혼, 그리고 낳게 된 아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만 늘어가는 남편. 안나 K가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해 전제되어야 했던 모든 것들은 그녀를 다른 상황으로 몰아갔다.

 

 

안나는 사촌 동생 카티아의 애인이었던 데이비드와 우연히 한 번 마주친 뒤, 파티장에서(그것도 카티아와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한) 다시 만나곤 바로 사랑에 빠져버린다. 자신의 상황(남편이 있고 남자아이도 있다)을 곱씹어 보지만 그와의 연락을 멈출 수 없다. 그는 자신을 소설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남자이니까. 꿈에도 그리던 히스 클리프를 만난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사실 젊음에 대한 강한 질투를 갖고 있던 안나는 데이비드와의 사랑이 순탄할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마흔한 살의 여자 옆에 머물러주는 데이비드에 대한 의심이 계속 고개를 들게 되고 결국 그의 뺨을 때리게 된다. 그렇게 그와의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도 결국 장벽에 다다르고 만다. 사랑만을 갈구하던 안나는 그 장벽 앞에서 무너져 결국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모든 갈등을 마무리해 버린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카티아에게 오히려 더 감정이입을 하며 보았는데 자신의 애인을 너무도 매력적이기 그지없는 사촌언니에게 빼앗겼다. 뿐인가? 자신의 남편도 시험해 보기 위해 안나를 만나게 했더니 그조차도 안나를 쉴새없이 떠올린다. 본인도 매력이 있는데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사촌 언니에게 밀리는... 그녀의 인생이 너무도 가엽단 생각이 들었다. 욕망을 억누르며 순결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결혼 후에는 건강하게 아이도 낳아 정성으로 기른다. 그런데 남편은 그를 이리저리 평가하고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을 찾기 시작하고 심지어 다른 여자를 머리에 담고 ㅠ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 팔자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이 책을 '안나 카레니나'를 안 읽고 읽었더니 오히려 그냥 새로운 소설 같아서 신선하긴 했다. 그런데 이젠 역으로 열 장 읽고 포기했던 그 책을 원본으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처럼 표지가 예쁜 문학동네 판으로 읽어봐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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