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오래 보기 - 진정한 관점을 찾기 위한 기나긴 응시
비비언 고닉 지음, 이주혜 옮김 / 에트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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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투루 쓰인 문장이 없다. 단련된 관점으로 읽고 쓴다는 것의 본보기 같은 비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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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 던지기 - 납작한 농구 코트에 유효타를 날리는 순간 시소문고
허주영 지음 / 이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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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란 무엇인가. 우리는 움직이는 대로 생각하고, 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 의연하고 대담한 문장들이 힘 솟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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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들
시노다 세츠코 지음, 안지나 옮김 / 이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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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딸이라면 몸서리 치며 읽을 만한 이야기.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에 공감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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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상속 - 세습사회를 뛰어넘는 더 공정한 계획
김병권 지음 / 이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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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공정하지 않은 사회라는 것은 알겠는데, 사회적으로 공정함을 어떻게 제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 같은 책이다. 


불공정한 이슈를 두고 화를 내거나 sns 게시물을 올리고, 선거날 빠지지 않고 투표를 한다고 시민의 역할을 다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 같은 정치적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의 기본값을 지키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정책적 방법이 필요한데, 그 방법은 기존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만의 양식과 힘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공정에 대한 여러 책과 언론에서의 이야기가 빠뜨리거나, 미끄러져버린 지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계급'과 '세대' 문제를 복합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문제를 특정 집단 간의 대립으로 축소해버리지 않은 점이 좋았고, 이 책을 보면서 계급, 세대별로 와닿는 부분, 하고 싶은 말들이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나름, 한국사회 민주화에 기여해 왔고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들도 읽었으면 좋겠고, 정치와 정책이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결정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는(?) 20대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이런 논의들을 배울 수 있게 해, 청소년들이 미리미리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럼 한국사회의 정치적 결정 과정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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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 : 오치제를 바른 소녀 FoP 포비든 플래닛 시리즈 7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이지연 옮김, 구현성 / 알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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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동네 놀이터에서 주운 유성 조각처럼, 정체불명이고 매혹적인 소설이다.

 

(매우 매우 건강한!) 흑인 소녀의 절박한 성장기이자, 인종민족 간 갈등에 대한 선명한 우화이자, 땅에서 기원한 인간의 오랜 역사와 우주를 향한 인간의 간절한 꿈의 콜라주다. 정말로 이 모든 것이 한 데 뒤엉켜 있어 풀어보게 만드는 회로 같은 서사다.

 

주인공 빈티가 머리카락과 피부에 늘 두텁게 바르고 다니는 오치제는 고향의 흙이자 전통이다. 혹은 그냥 고향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빈티는 비록, 자신의 민족 중 최초로 은하계 최고의 대학교에 가기 위해 그곳을 떠나왔지만, 고향이 자신에게 준 것들을 이해하고, 그 안에 깃든 것을 인식하고, 귀중히 지닐 줄 안다. 그 때문에 그는 흐르는 영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그 능력이 곧 질서를 다루는 수학적 능력이고, 나아가 분쟁을 조율하는 능력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아이들은 내가 나무되기treeing' 한다는 말을 하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우리는 내 방에 앉아서 바깥의 별들을 내다보면서 최고로 복잡한 방정식을 떠올리고, 그걸 반반 나누고 그런 다음엔 다시 반으로, 또 반으로 나누어보라고 서로 도전했다. 수학 프랙탈을 한참 하다 보면 절로 나무되기에 빠지게 마련이고, 수학의 바다 여울목에 넋을 잃고 휩쓸려 들어가고 만다. 우리 중 누구라도 나무되기를 못하는 애였다면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을 테지만, 나무되기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최고였고 의 경지에 가까워지도록 서로를 밀어 올렸다.”

 

위와 같은 대목은 인간의 지성사가 어떻게 축적되어 왔는지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인간의 모든 지식은, 기술은, 학문은, 그리고 철학은 그토록 인간적인 동기와 과정을 통해 진행되었을 것이다. 탐구자들에게 사유와 계산은 나뉘지 않았을 것이고, 명상과 수식이 마주보았으며, 미지의 세계 앞에서 겸손하나 씩씩하게 서로를 밀어 올리는 것이 그들의 덕목이었을 어떤 시절을 통과해 왔을 것이다.

 

저 영리하고, 풍성한 의미를 지닌 소녀가 우주의 분쟁을 조정하고 다시 균형을 잡아나가는 모험의 끝에서, 이상하게도 이 시대의 인류가 이룬 것보다 잃은 것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책 속에서 몇 번이나 아련하게 묘사되는 오치제의 냄새, 그 축축한 땅 냄새를 언젠가 맡아본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 마음은 불현듯 향수의 감정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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