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필로 : 너를 너로 만들어 주는 생각들
타하르 벤 젤룬 지음, 위베르 푸아로 부르댕 그림, 이세진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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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나는 누군가의 질문에 ‘모르겠어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조금만 복잡한 질문이라는 느낌이 들면 생각하기를 포기 하고 모르겠다라는 결론을 냈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12년의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는 동안 나의 생각주머니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어느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 작가님께서 ‘생각도 연습이 필요하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생각은 저절로 떠오르게 아니었나? 생각도 연습이 필요하다니… 어떻게?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나의 생각주머니는 지금과는 또 다른 더 풍성한 주머니를 가지게 되었지 않았을까?

과연 생각한다는 것은 뭘까? 의문을 가지는 것부터 일까?

앞부분 작가의 말에 “나는 여러분이 읽는 것에 대해서 여러분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내 말을 다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나의 제안을 봐주면 됩니다. 그 제안에 동의하고 말고는 여러분이 결정하는 겁니다. ” p13 라고 쓰여있다. 나의 의문을 해결해주기라도 하듯 이 책은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의 철학을 시작으로 생각하기, 의심하기, 회의, 교육 순으로 개념들을 설명한다. 누구나 들으면 알법한 단어들의 개념이 나열되어 있다. 단지 개념 설명만 있는 책이었다면 읽기가 좀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단어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단어 사이에 사유의 흐름이 있다. 중간에 뜬금없이 끼어든 단어들이 없다. 솔직히 처음엔 책에 장의 구분이 없어서 읽기가 좀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주제도 평소에 접하지 않은 철학서이다 보니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읽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들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지게 된다. 또한 개념설명 후엔 작은 글씨로 ‘스스로 판단하기’를 적어 놓아 생각을 더 깊이 있게 이끌어 준다. 나라면 어땠을까를 끓임 없이 고민하게 해준다.

“생각한다는 것은 일단, 남들이 던져주는 것을 덥석 받아들이지 않는 것,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에 일단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깊이 생각합니다.” p19

“교육은 학교에서 지식을 가르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교육은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은 우리 행동의 토대입니다.” p29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자기 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논거를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앎, 느낌, 생각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주저해서는 안됩니다.” p33

“행동은 과감함입니다. 행동은 뭔가를 하를 것입니다. 삶은 움직임, 행동입니다.
행동은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매일 아침 일어나고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행동은 아무 일이나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잘 생각하면서 행동을 해야 하지요.” p44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내가, 우리가 흘러가는 것입니다.
시간은 마치 우리가 태어난 그때부터 죽는 날까지 그 위를 걸어가야 하는 외줄 같습니다.” p105~106

“어떤 사람들은 행동의 길잡이가 되는 삶의 원칙을 가지고 삽니다.
원칙이란 우리의 행동, 일,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칙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걸어야 할 길을 보여주는 가치관에서 나오지요.” P108

“자유롭다는 것은 구속이 없고 자율적이고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좌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p165
자유를 명분 삼아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타인들의 삶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나의 자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의 자유는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나의 자유가 멈추는 바로 그곳에서 타인의 자유가 시작된다는 말을 들어봤나요? 나에게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권리가 없습니다.” p165~166

“상상한다는 것은 착상하고 구성하고 조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p190

“게으름은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효율적으로 일하거나 활동하기 위해서, 스스로 쓸모 있는 존재라고 느끼기 위해서 적당한 휴식이 꼭 필요합니다.
게으름은 멈춤, 자기만의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p198


이 책을 통해 모든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솔직히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철학서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나 같은 성인에게도, 점점 더 복잡하게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능력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에 좋을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잔잔한 바다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느낌의 표지처럼 넓고 깊은 푸른 바다 속에 내 마음을 가만히 뉘어, 빛이 밝은 한 낮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지만, 눈엔 보이지 않는다고 별이 빛나지 않는 게 아닌 그 수많은 별처럼, 보이진 않지만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수많은 생각들의 가지를 뻗어 나를 나로 만들고, 너를 너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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