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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물질적인 매체인 빛을 통해 시간의 제약을 받는 현실을 복제하는 사진은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장면을 ‘동결’하는 기적 같은 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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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 돌아가신 조부모님, 부모님 얼굴 뒤에 있던 수 백만 개의 장면들이 그랬듯이 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어린 자식들이 부모님과 학교 친구들 곁에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사라졌던 이들 사이에서 우리가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장면들.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자식들의 추억 속에 손자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 가운데 있게
될 것이다. 기억은 성적 욕망처럼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그것은 망자와 산자를, 실존하는 존재와 상상의 존재를, 꿈과 역사를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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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잉글랜드의 가을과 듬성듬성 난 돼지풀과 미역취 사이로 고개를 내민 얇은 흙이 아직 사 주나 남은 첫눈을 기다리고 있다. 옥수숫대는 서서 죽는 기막힌 방법을 발견한 병사들처럼 일렬로 기우뚱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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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글을 쓰지 않고 못 배기는 걸까? 스스로를 격리하고, 고치 속에 파고들어, 타인이 없는데도 고독 속에서황홀한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었다. 프루스트에게는 셔터를 내린 창문이 있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에게는 음이 소거된 집이 있었다.
딜런 토머스에게는 소박한 헛간이 있었다. 모두가 말들로채울 허공을 찾는다. 그 말들이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땅을 꿰뚫고 풀리지 않은 비밀번호를 풀고 무한을 형용할 것이다. 그 말들이 『롤리타』 『연인』『꽃의 성모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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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이모보다 더 좋은 코트를 갖고 있어, 하고 그녀는 서글프게 생각했다. 하지만 퍼즐의 한 조각이라도 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코트 따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비가 내리는 옛날 영화의 움직이는 장면 사진처럼 반복적으로 꾸는 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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