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젊은 그들 - 18세기 북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
하영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하영선 저, 역사 속의 젊은 그들 : 18세기 북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

 

나에게는 다소 낯선 외교사라는 분야의 책을 읽었다. 주제도 낯설었지만 저자는 더욱 낯설었다. 가끔씩 엉터리 저자의 엉터리 책을 읽게 되는데 혹시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저자와 관련된 사항을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저자는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로 국제관계학 분야에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일간 신문에도 오랫동안 칼럼을 썼다는 내용이 나왔다. 엉터리 책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100%는 아니지만 연구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으니 그래도 괜찮은 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을 읽어보니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라 한다. 강의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책의 초반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외교사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들을 소개해 준다는 내용을 서문에 써주었다면 책을 이해하기 더 쉬웠을 것 같다. 그런데 제목에도 서문에도 아무런 언급이 없이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이 어떤 부류의 책인지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제목은 책의 얼굴인데 여기서도 제목이 너무 불친절하다. 책의 제목이 너무 어렵고 딱딱하면 판매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친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역사 속의 젊은 그들’이라는 제목은 너무 포괄적이고, ‘18세기 북학파에서 21세기 복합파까지’라는 부제목은 너무 세부적이다. 한국 외교와 관련된 내용이 제목이나 부제목에 들어갔다면 책을 이해하기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우리나라 외교사를 주요 인물 8명을 통해서 설명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펴야할지 이야기 하고 있다. 앞의 4단원은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박규수, 유길준 등 역사책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이 어떤 외교 정책과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술 방식은 딱딱하게 핵심 내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인물의 생애를 통해서 그들의 사상이 어떻게 정립되었는지 천천히 설명하고 있다. 그 덕분에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크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앞의 네 명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뒤의 네 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앞의 앞부분의 네 명에 비해 뒷부분의 네 명을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은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뒷부분의 네 명을 박지원이나 정약용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인지도나 중요도 측면에서 약간 무리가 따르는 듯하다. 단원명을 인물이 아닌 그들의 사상이나 정책 방향만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7장과 8장에서 저자와 저자의 스승을 자화자찬한다는 느낌을 독자에게 주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저자가 자기의 생각을 강조하고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약간은 그런 내용을 숨기는 것이 미덕인데, 노골적으로 자기 스승과 주변 사람들 자랑을 하고 있으니 읽으면서 민망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점을 제외하고는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우리나라를 단지 사회적, 경제적으로만 이해하는 책을 자주 읽다가 외교적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었다는 점이 도움이 된다. 박지원, 정약용 등 조선 후기 인물들 외에도 일제 강점기 시기와 해방 이후 시기의 인물들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국제 정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국제 정치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에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일제로 전향하게 되었다는 설명은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부하는 자세나 방법에 관해서도 도움이 되는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이고 도움이 되는 부분은 저자가 8장에서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외교 정책에 관한 내용이다. 8장에서 저자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취해야할 외교 정책의 방향을 설명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필요한 외교 전략은 일방적인 미국 의존적 외교 정책보다는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다차원적 외교 정책의 필요성이 높다는 내용에 공감이 간다. 또한 북한의 외교 전략을 이해하는데 저자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일반 언론은 북한의 주장을 설명도 안하고 비판만 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북한의 외교적 의도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외교적 관점에서 북한이 왜 그러한 외교 전략을 펴는지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외교사와 현재의 남북한 및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외교 관련 분야에 대한 책은 처음 읽어보는 터라 뭐라 평하기는 어렵지만 나 같은 문외한도 어렵게 읽지 않을 수 있고 오늘날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외교사와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 이해에 관한 도움을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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