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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결혼, 그리고 결혼
유리화 지음 / 마롱 / 2017년 9월
평점 :
▶ 윤철진 : 32살, 세형자동차 기획실의 팀장, 윤민준 회장의 손자
▶ 사인예 : 26살, 세형자동차 기획실의 신입사원, 사도영 교감의 하나밖에 없는 외손녀
인예와 철진의 할아버지는 고아원 시절부터 어려움을 함께 한 둘도 없는 친구로 오랜 시간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예의 할아버지가 병을 앓게 되고, 할아버지는 인예가 혼자 남을 것을 염려해 인예에게 얼른 결혼하라고 압박합니다.
인예는 연애도 못 해보고 결혼을 하기 싫을 뿐더러,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생활을 할 자신이 없어서 할아버지의 독촉에도 결혼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편찮으신 할아버지의 애원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서 가슴이 답답한데 윤민준 회장의 손자인 철진이 자신과의 결혼을 제안합니다. 철진도 할아버지에게 결혼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예처럼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인예도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릴 수 있고 회사 생활도 계속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인예는 결국 철진의 제안을 승낙하고, 두 사람은 회사에 이 사실을 비밀로 한 계약 결혼 생활을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계약결혼 이야기와 달리 연애를 전제로 한 비밀 계약 결혼이라는 설정이 신선했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 전 이야기가 총 13장에서 5장까지로 꽤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철진과 인예가 결혼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배경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묘사되어있습니다. 특히 철진은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인예를 예전부터 특별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으로 갑자기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게 아니라 결혼 전의 심리도 나와있어서 납득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클리셰 이야기지만 계약결혼에 대한 당위성이나 개연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밝고 유쾌한 편입니다. 특히 두 할아버지 콤비가 귀여웠습니다. 젊은 두 사람에게 결혼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이지만, 홀로 남겨질 손자손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할아버지들이 두 사람의 큐피트 역할이라는 설정이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윤 회장이 인예와 철진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오히려 인예가 아깝기 때문이라는 말에 재벌가의 텃세 없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집안의 반대 때문에 가정사가 장애가 되는 소설들에 비해서 글이 유쾌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묘사가 예쁜 편입니다. 미국에 가기 전 인예를 만났던 때에 외로웠던 철진에게 인예에게 느낀 따뜻함을 느낍니다. 재회하고 나서도 심장 안으로 나비가 숨어든 것처럼 인예를 느끼게 되는 철진의 마음에 같이 간질간질함을 느꼈습니다. 남주인 철진의 독백이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인예에 대한 마음이 솔직하게 표현되어서 오히려 달달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짜 결혼 위에 진짜 결혼을 더해가는 과정이 귀여워서 술술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