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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흔히들 한국인에 대해 말한다고 하면 '국민성 고취'나 '자기 반성'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철저히 객관적(이 세상에 철저한 객관적이란 애당초 없을 테지만)인 시각에서 한국인을 해부한다.
이 책의 의도는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아니다. '정체성'이라는 낱말은 다분히 이념적이어서 한국인이 마땅히 수립하고 보존해야 할 어떤 가치체계를 함축한다. - 11페이지, 프롤로그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배웠던 '낯설게 하기'란 용어가 생각이 났다. 배움이 짧아 이 용어의 정확한 뜻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책은 시종 일관 한국과 한국인을 '낯설게 보게' 만든다. 몸에 익은, 그래서 자연스레 표현되는 나의(우리의) 행동을 '낯설게' 보는 재미는 솔솔하다.
영화 <괴물>에서 한 장면이 특별히 눈에 띈다. 괴물에게 희생당한 한 소녀의 영정 앞에서 소녀의 가족들이 마구 울부짖는다. 처가가 있는 일본에서 처형을 만났을 때 그가 내게 한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마구 울부짖나 봐요."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일본 사람들은 우리처럼 그렇게 요란하게 슬픔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 93페이지, <정념의 제국> 중에서
하지만 분명 이 책은 불편하다. '한국인의 습속을 되도록 냉정하게 헤쳐보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원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것처럼, 굳이 들추고 싶지 않은 좋지 않은 우리의 습성, 날 것의 모습들을 파헤쳐 놓는다. 마치 나에게 정말 바른 얘기를 하지만,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 애써 피하고 싶은 감정과도 비슷한 것일 게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켜주고,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치켜세우고, 비보이조차 대한민국 대표하고 내세우는 문화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잠깐 동안 'MBC초대석'의 진행을 대신 맡아 진행하던 중에 초대 손님으로 오랫동안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해온 한국화가 조용진 교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 우뇌가 발달한 사람은 왼쪽 이마가 튀어나고고, 좌뇌가 발달한 사람은오른쪽 이마가 튀어나오는데, 한국인은 대부분 왼쪽 이마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감정을 지배하는 우뇌가 발달했다는 얘기다. (중략) 내 이마를 보더니 '평균적인 한국인과 달리 오른쪽이 튀어나왔으며 이는 논리를 관장하는 좌뇌가 발달했다는 얘기'라고 말한다. 그래선지 감정의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나도 뜨거운 정념이 태양처럼 빛나는 한국에선 가끔 '냉혈동물'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 94~95페이지, <정념의 제국> 중에서
'냉혈동물'이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차갑지만 날카로우며 그래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