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문학과지성 시인선 407
하재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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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일요일 후의 일요일>

더는 찾아낼 수 없는 시간들을
미루어두려고
나는 너와 만났지
피크닉 바구니의 뚜껑을 닫고서
기차라도 타면
영원한 휴일은 완벽해지지
일요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까지
아침 창문에서 가장 멀리 어두운 곳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날씨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나는 너와 사랑했지
구름은 비, 돌풍은 예감
우체국에서 날아오는 것들은
종이 위에 만들어진 가볍고 까만 죽음
그리고 하얀 잠만 남겨두려고
우리는 서로의 꿈을 다 꾸어버리지

열어보면 쉰 냄새가 풍겨 나올
풍경 바깥에 달린 손잡이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는 칙칙폭폭 달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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