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한 표현 뿐아니라 한국음식에 대한 표현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글.
공감되는 부분이 곳곳에 있어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글...
그런 환경의 씨앗이 언어며 다른 문화 곳곳에 깊숙이 파묻혀 있다. 내가 잘먹거나 어른들에게 제대로 인사하면 친척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예뻐." 예쁘다는 말이 착하다, 예의바르다는 말과 동의어로까지 사용되는 곳이다. 이렇게 도덕과 미학을 뒤섞어놓은 말은, 아름다움을 가치 있게 여기고 소비하는 문화로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는 생일날,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이 음식을 먹는 전통이 있는데 이제 내겐 이 음식에 새로운 의미가 생겨 신성하게까지 느껴졌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국물을 들이켜고서 부드럽고 미끌미끌한 미역을 오물오물 씹었다. 그 맛은 고대의 어떤 바다 신이 바다 거품 속에서 벌거벗은 채로 해초를 포식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마치 엄마의 자궁 속으로 돌아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나박김치는 배추와 무가 장밋빛 소금물에 절여 나오는 음식이다.
내가 된장찌개와 잣죽을 직접 만들었던 것은, 엄마를 돌보는데 실패한 기분을 심리적으로 만회해보려는 노력이자 한때 내 안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고 느낀 문화가 이제 위협받는 기분이 들어 그것을 보존하려는 노력이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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