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을 무보(舞譜)처럼 간명하게 표현한, 수저통만한 크기의 그림책이다.젓가락의 머리를 맞대고 그 끝으로 집고 돌돌 말고 들어올리고 비비고 덜어내고 찢고 찌르고 겹쳐지는 등의 다양한 동작을 젓가락 한 벌이 페어(a pair)를 이루어 추는 춤에 비유한다. 한 쌍의 젓가락이 최초로 그 끝을 맞대어 집어드는 분홍색의 국수 다섯 가닥은 오선지가 담는 가락처럼 페어 댄스의 음악이 된다.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에 서로에게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직선의 은빛 몸을 꼭 붙이고 있는 한 쌍의 모습은 그 정적인 사물 안에 얼마나 역동적인 움직임이 숨겨져 있었는지에 대해 역설(逆說)한다. 검은 글자를 빼놓고는 오직 은색과 분홍색만으로 백지를 채운 과감함이 매력적인 작품이다.“정말 멋진 시간이었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