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정동현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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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실 음식에 대한 추억은 많이 없다.
음식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먹는 행위를 즐기는 편이다.
그럼에도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자동으로 생각나는 순간들은 몇몇 있다.

삼시세끼를 챙겨드시는 아버지의 성격으로 인해
우리 집은 아침을 먹는 편이며, 대부분 어머니가 준비해주신다. 그리고 아침 식탁 위에는 달걀프라이가 올라와 있다.
완전식품이라 불리는 만큼 영양도 풍부하고, 그에 못지않게 맛도 훌륭한 음식이다. 하지만 매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고소했던 그 맛은 어느덧 비린 맛으로 바뀌어있었고,
저염식을 선호하셨던 셰프님의 소신은 먹는 행위에 밋밋함을 선사해주셨다. 아침부터 그런 프라이를 보게되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이후 입대를 하게 되었다. 300명이 먹는 식당에는
달걀프라이를 찾기 힘들었다. 약 3개월의 취사병 경력을
갖고있는 나는 알고있었다. 뜨거운 불판 위에 기름 냄새를
맡아가면서 프라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그 맛을 느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나는 그 지겹도록 먹던
어머니의 프라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불만을 갖고있던 당시의 내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제대를 한 후 처음 프라이를 먹었을 때의 그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 후로 약 6년의 시간이
흘렀고, 아침의 달걀프라이를 보면 한숨이 내뱉는 중이다.

책의 저자, 정동현 셰프는 본인의 유년시절부터 유학시절,
그리고 셰프 인생의 마지막까지 있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들을 들려준다. 본인의 개인적인 얘기다보니 다소
공감과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각 음식에 대한 내용도
있다보니 위 단점을 살포시 덮어주고 있다.
마치 아침 달걀프라이의 소금같은 역할이라 해야하나?
읽는 내내 식욕이 상승했다. 간혈적 단식을 하고있던
나에게 저녁을 먹게 한, 읽으면 안됐을 금서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렇게 된 이상, 좋아하는 음식 부분을
정독한 후 오감에 행복을 주어야겠다.

난 먹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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