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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로이드 존스 회개 ㅣ 다시 만나는 마틴 로이드 존스 시리즈
마틴 로이드 존스 지음, 강봉재 옮김 / 복있는사람 / 2014년 11월
평점 :
‘죄’라는 단어는 내게는, 가깝고도 먼 단어다, 그러니까 너무나도 친숙하게,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나 동시에 너무나도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느낌이랄까...
‘회개’라는 단어는 또 어떤가, 그와 마찬가지로 알고는 있으나 실상은 알지 못하는 느낌...
얼마 전, 사랑하는 한 친구와 ‘죄’라는 단어에 대해, 그 뜻에 대해, 그러니까 대체 그것이 무언가라는 질문을 놓고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내게 말했다. “도대체 죄는 무엇이고 죄인이란 무엇인가? 왜 내가 죄인이란 말인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죄인이란 말인가?”
나 또한 마찬가지다. 죄라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예를 들어 내가 거짓말을 하면 죄이고, 남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면 죄인가? 아니면 살인을 하면 죄이고, 사기를 치면 죄이고,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말로 상처를 주면 그것이 죄이고 나는 죄인이 되는 것인가... 우선 세속적으로 보자면, 죄라 함은, 내 개인적 이해로는... 우리가 ‘범죄’라 부르거나 혹은 ‘나쁜 짓’이라 칭하거나 아니면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무언가 비도덕적인, 옳지 않은... 특별히, ‘행위’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예를 들어, 내가 마음속으로 어떤 여자를 범했다면, 세속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은 죄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행위로 분출되지 않았으므로 일단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고, 그 대상인 여자에게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행동을 한 것이 아니므로 죄가 아닌 것이다. 반면 내가 (그 여자를, 그녀의 의지를 거슬러) 실제로 범했다면 나는 죄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그 행위는 죄가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행위를 ‘범죄’라 부른다. 죄는 무언가... 보다 관념적인, 추상적인... 그러니까 비현실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일까? 내가 도덕적으로 남보다 우월하다고 내 스스로 어떤... 보이지 않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죄는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스스로 규정짓기 때문인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스스로 ‘나는 죄인이다,’ 라고 우러나와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회개를 해야 한다’라고 느끼고 말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회개’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잘 쓰이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주변에서 들어본 적도 없고 (신의 존재를 믿고 그 믿음을 늘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을 제외하곤 말이다, 물론 이 경우, 습관적으로 그 단어를 쓰는 소위 ‘미성숙한’<차마 ‘가짜’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고 싶진 않다, 그것은 겸손치 못한 표현이라 여겨지므로 개인적으로 거부 하겠다> 신앙인들을 뜻하고 싶진 않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도 (소위 일상적으로) 거의 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반면 ‘반성’이란 말은 늘 우리가 생각하고 내뱉는 말 아닌가? 나를 점검한다, 나를 반성한다...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반성한다... 도둑질을 하고 반성한다, 거짓말을 하고 반성한다, 사람을 괴롭힌 후 잘못을 깨닫고 반성한다... 이 반성이란 단어와 회개라는 단어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느낀다. 이 책은 제목부터가 그 불가사의한 느낌을 갖고 있는 (내 개인적 견해로는 분명 그러하다) ‘회개’다. 그리고 영국인이자 성직자였던 마틴 로이드 존스라는 사람은 이 책에서, 일반적, 세속적 관점에서 보자면, 뭐랄까... 실로 기이하게 느껴질 수 조차 있는... 어떤... ‘확신(Certainty)'을 가지고 (많은 이들은 그것을 맹목적이라고도 부르리라) 말한다. “자기점검은 하되 자기반성은 하지 말라,” 이것이 그가 믿는 바고 주장하는 바다. 자기반성을 한다는 것은 자기가 스스로 자기의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회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의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우리가 하나님 혹은 하느님이라는 단어로 부르는 그 신 앞에 자발적으로 무너져 내릴 때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말과 행동이라는 것이다. 즉 신의 자비가 우리의 죄를 해결해 주실 것을 믿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 그리해주시기를 청원하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회개를 하려면, 우선 내가 죄인이고 내 속은 죄로 가득 찼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이 책의 저자, 마틴 로이드 존스의 말에 따르면, 진실로 신의 존재를, 나의 창조주를 믿으면, 그 믿음을 통해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 행동이 회개라는 것이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회개가 없으면 믿음이 없는 것이라 단언한다. 즉 스스로 신의 존재를 믿고 (그에 따른 자연적 결과 중 하나로서) 종교 생활을 할지라도 스스로를 죄인으로 보지 않고 그러므로 회개를 하지 않으면... 그녀 또는 그의 믿음과 그에 따른 모든 종교적 행동은 가짜라는 것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믿음은 회개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작가가 인용하는 것은 구약성서의 시편 중 다윗이라는 왕의, 자신의 죄에 대한 인식과 그 죄에 대한 회개의 부분이다. 다윗은 그의 부하 중 한명인 한 남자의 아내를 육체적으로 범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간음’을 저지른 것이다. 아울러 그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 자신의 부하를 살해한다(정확히는, '결과적으로' 살인이 되게 되는 <파렴치한>행위를 한다).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다윗의 이 두 ‘행위’를 보자면, 위에서 언급한 바, 그는 (일반적으로, 세속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잠시 구약의 십계명<간음과 살인이 포함된>에 관해서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소위 그 ‘상식’(우리가 보편적으로, 마치 물을 마시듯 사용하는 이 단어조차도, 결국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한 개인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말이 있다)으로 보자면, 다윗은 그의 구체적 범죄 행위들로 말미암아 교도소에 가거나 사형을 당하거나 무기징역살이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윗은 기이한 행동을 한다. 그가 믿는 신, 하느님 혹은 하나님, 앞에 엎드려 무엇보다 그 ‘신께만’ 범죄 했다고 고백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행위 즉 간음이나 살인보다도 그러한 행위들을 하게끔 조종한 자신의 마음 속 ‘무언가’를 제거하겠다고 그의 창조주(그가 믿고 작가인 마틴 로이드 존스가 경탄하리만치 ‘확신’을 갖고 믿는)에게 아뢰는 것이다. 이 다윗의 이야기, 그의 고백과 ‘회개’를 통해 마틴 로이드 존스는 단순하고 명료하게 말한다, 이를테면 ‘죄란 다름 아니라 피조물인 인간이 그의 주인이자 창조주인 신을 거스름을 뜻 한다’라고 말이다. 즉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쇠렌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바, "'모든' 죄는 '신 앞에서' 저질러지는 것이다." ‘만일 내가(혹은 독자가) 이 작가, 마틴 로이드 존스의 믿음과 주장을 믿는다면,’ 나는(혹은 독자는) 영락없이 죄인이고 의심할 여지없이 회개를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책이다. 그 안의 말과 글은 쉽고 단순하고 (반복하자면) 지극히 명료하나, 그것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message)는 무겁다. 이 책에 따르자면, ‘믿음을 가졌다고 스스로 믿는 자’가 그 또는 그녀의 마음 속 안의 어떤... ‘뿌리’(죄의, 죄라는 것의 근원이랄까)를 인식하고 그것을 제거하거나 그것으로부터 돌이키는, 즉 회개를 하지 않으면... 그녀 또는 그는 자기기만을 하는 자라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말했다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이다. 반면 키에르케고르는 ‘믿으라, 믿는 대로 되리라’아닌가. 이것은 어려운 문제이자 질문이다. 갑자기 윤동주 시인의 ‘쉽게 씌어진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쉽게 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마도 이런 구절이었던 것 같다. 나는... 당연히 다른 사람은 모른다. 나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으므로, 말하자면(물론 내가 나를 다 안다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은 아니나), 나의 경우, (축약하자면)인생이란 그 근원조차 알 수 없는 슬픔과 도대체 그 정체를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그런데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조차 힘에 겹고, 온갖 슬픔과 고통의 기이함과 불가사의함에 짓눌려 있는 내가(감히 추측하자면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물론 모든 이가 그러하리라 감히 오만하고 위험한 추측을 하진 않으나>)... 과연 이러한, 이 마틴 로이드 존스라는 사람이 말하는 ‘죄’와 ‘회개’의 문제를 진지하게, 그야말로 직시하고자 어떤... 최소한으로서의 ‘시도’를, 그러니까 그 정도조차 진실로 할 수 있는가... 그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라 본다. 이것은 답하기 힘든 질문임에 틀림없다. 또한 개인적으로 풀고 싶은 문제이기도 하다.
신의 존재를 믿든 그렇지 아니하든, 한번 즈음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 견해로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특별히 도스토예프스키가 말 한, "신이 없다면 인간에겐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다"라는 (그의)생각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사람에겐 이 책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