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자유주의 유대인 운동에서 발행하는 잡지 테누아의 편집장이며, 파리에서 유대인 회당을 이끌고 있는 랍비이자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돕는다는 점에서 의학과 저널리즘, 유대교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의심할 수 없는 교리를 강력하게 의심하는 것이 랍비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라 믿는 랍비이자 철학자, 그리고 작가인 델핀 오르빌뢰르의 <당신이 살았던 날들>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

“랍비의 일이란 뭘까? 단연, 의례를 집행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성서의 텍스트들을 번역해서 그것들을 읽을 수 있게 해주고, 한 전통의 목소리들을 각 세대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 전통은 새로운 독자들을 통해 또 다른 세대에 전달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내 직업과 가장 엄밀하게 가까운 직업명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이즈라엘: 손안의 생명과 죽음 중에서.>

작가는 죽음과 살아있는.. 아니.. 남아있는 애도자들 사이.. 매우 가까이서 경험하고 이해하고 느끼며 살아있는 자들에게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풀려버린 끈을 매듭짓고 때로는 연결지으며 죽음은 죽음으로써 끝나거나 멈춰버리는 것이 아닌 “베트 아하임”, “생명의 집”, “살아 있는 자들의 집”과 같이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존재한다는 것, 죽음은 삶을 구축하며 비극 소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비롯하여 삶을 결코 삶의 끝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살면서 “끝없이” 계속되리라 여겨지던 모든 것들을 얘기한다.

“이렇게 현자, 소유자, 정착민, 그리고 재물을 획득하고 세상의 영속성을 믿었던 자는 말한다. 모든 것이 결국 마모되거나 사라질 때, 약하고 일시적이며 빈틈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세상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지나간 존재의 입김은 증발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숨을 불어넣고, 우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데려간다.”

<에드가르: 제가 삼촌을 지키는 사람입니까? 중에서 ...>

죽음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으며 영속성을 지니고,, 죽음과 살아있음이 서로 끊어져 버리거나 떨어지는 것이 아닌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보통 죽음이라고 생각하면 암울하고 오래도록 피하고 싶은 것으로 정의되고 그렇게들 생각하기 마련인데 작가는 죽음을 생명과 같이 살아있는 것이라 말하며 다른 존재 그리고 의미로써 다가가 어려운 죽음에 대해 이해시켜줬다.

가볍거나 막 읽는 책이 아니기에 진지하고 담담하게, 반복해서 읽으며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의미와 존재,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권하는

가치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