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게이트 - 인디언의 눈물, 흑인 노예의 노래, 천재 건축가의 그림자 미술관 기행
조새미 지음 / 아트북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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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 권의 책만을 출간하는 artbookpress<뮤지엄 게이트(MUSEUM GATE)>

동시대 미술과 공예 연구에 오랜 시간과 관심을 투자한 연구자 조새미 박사님의 <뮤지엄 게이트>는 그동안 미술관 기행 책에서 접하지 못했던, 그가 유학 생활 중 직접 방문했던 북미와 유럽 일본의 뮤지엄 14곳을 소개하는 기행문을 포함하여 뮤지올로지라는 박물관학과 미술관학의 근원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까지 담겨있다.

 

당신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01. 미국 남부에 위치했던 환금작물을 생산하던 일종의 공장인 대농장 매그놀리아 플랜테이션(plantaion)21세기 관광객의 눈에는 이국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수백 년 전 노예무역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노역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웠을 리 없을 풍광인 <대농장의 쌀농사는 누가 다 지었나?>

 

02. 대략 1500년에서 1870년까지 약 4세기에 걸쳐 1,500만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자신들의 고향에서 강제로, 팔려왔으며, 인간을 매매하고 경매에 부친 옛 노예시장 뮤지엄(Old Slave Mart Museum), 이질적인 두 물건의 공통된 재료인 금속 <은 공예품과 쇠고랑의 관계>

 

03. 노예제 폐지 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주권을 획득하기 위헤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주목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근대 이후의 삶를 조망하는 러빈 뮤지엄 <인권 운동과 아틴의 고통”>

 

04. 침입자들에 의해 추방당하며 수천 명이 추위와 배고픔과 질병으로 길에서 죽은 체로키족, 아프리카 식민 인들의 독립전쟁(American War of Independence), “눈물의 길을 떠난 자와 남은 자들 <체로키 부족의 눈물>

 

05. 북미 원주민들의 풍습, 언어, 문화의 다양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허드 뮤지엄, 호피와 주니 족의 영적 존재를 지칭하는 카치나(Kachina), 인디언예술 및 공예 진흥법과 관련된 진품 논쟁 등 <카치나 인형의 주술적 힘을 사세요>

 

06. 조각사에서도 현대성에 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인 세 망령들(The Three Shades), 아프리카계 동시대 미술가의 작품 컬렉션까지

<지역 미술관의 예술적 풍요로움>

 

07. 아름다운 달리 뮤지엄 이야기, 모스 부부의 달리 작품에 관한 열정

<달리 미술관이 왜 플로리다에 있을까?>

 

08. 미술 공예 운동의 창시자였던 윌리엄 모리스가 신혼집으로 지은 빨간 벽돌집 레드 하우스 이야기,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진 메이의 작업 <인동덩굴 벽지>, 라파엘 전파 화가들의 뮤즈들이 공통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세기말적 아름다운 소유자 제인, 중세를 향한 강박적 로맨스 등 <신혼집과 유토피아 사이에서>

 

09. 라이트의 매혹적인 사막에 관한 사랑, 탤리에신 웨스트, 탤리에신 이스트의 비극, 조형적 특성, 유토피아를 위한 세 가지 장치 등 <사막의 유토피아>

 

10. Fallingwater, 즉 떨어지는 물 위에 지은 집이라는 의미의 낙수장, 프뢰벨과 라이드 <폭포와 함께 삶을 영위하기>

 

11. 존 듀이의 경험주의 철학을 토대로 전인 교육을 꿈꾸었던 사람들의 모든 것을 실험한다는 도전 정신으로 미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요람 역할을 했던 블랙마운틴 칼리지 그리고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했던 BMC<모든 것은 실험이다>

 

12. 세계 패권을 향한 대중 교육 뮤지엄 V&A 뮤지엄의 성립,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 런던, 영국 등 <과학, 산업, 그리고 예술을 우리 손안에>

 

13. 아프리카 크래프트 뮤지엄에서 예술과 디자인의 뮤지엄으로, 문화 실천으로서의 공예 등 아트와 <아트와 디자인, 그리고 공예의 미묘한 관계>

 

14. 민예라는 야나기의 세계, 일본민예관 안의 영국, 조선민족미술관 등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인 그저 뮤지엄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을 적은 것이 아닌 외적으로 보이는 뮤지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근원과 진실에 대하여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하고 비평적으로 다가감으로써 독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

 

특히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모네의 정원을 보듯 목가적이며 아름다운 메그놀리아 플랜테이션과 정원의 배경(역사)은 사실 노예무역이 이루어진 장소라는 점이다. 또한, 그저 멋지다고 말할 건축물은 미국 노예제도의 역사적 증인이고 실질적으로 역사의 소환을 단행하는 장소라니.. 새삼 얇게나마 단정 짓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뼈아픈 역사, 고통 상처 그리고 사실이지만 21세기.. 단순히 예뻐서, 아름다워서 방문한 관광객에는 그저 사진 몇 장으로 소비될 하나의 스팟(장소) 뿐일 수 있다는 생각에 쓰디쓴 알약을 씹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지금 당장 바라보고 있는 그 자체만 보고 판단하고 지나쳐버리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담긴 본질을 발견하고 알아봐 주고 의식의 필요성에 대하여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후기 중에서 ‘museum’박물관으로 번역하는 대신 뮤지엄으로 표기하여 소장품의 성격이 ‘museum’이라는 기관, 장소의 본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 박물관미술관의 구분 지어 정의하고 있는 부분이 과연 소장 자료의 매체적 속성이 이 문화기관의 본질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인가?에 대한 질문 또한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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