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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ㅣ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평점 :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는 2020 SF어워드 대상 수상작가인 이경희의 첫 소설집이다.
SF장르의 무한한 세계를 펼쳐서 보여주는 듯하며, 길고 긴 세계로의 유영들을 수행하는 이 소설은 다양한 소재와 스케일을 제한 없이 넘나들며 극강의 맛으로 표현한다.
1. 과거? 현재? 아니면 미래? 꿈? 현실? 혹은 사이버 펑크의 세계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
2. 2014년 KTX 민영화 저지 투쟁과 2018년 파리바게트 제빵 기사들의 투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우리가 멈추면>
3. 생성적 적대 알고리즘을 의인화한 이야기와 작가의 삶을 지배하는 니체 철학에 대한 투박한 은유의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4. 인간과 전혀 다른 알고리즘을 가진 로봇성에 대한 탐구와 로봇을 도구로 인간성을 탐구하려는 문학적 시도는 고이 접으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과 함께 <바벨도서관>
5. 일반 사람이 사람의 모습이 아닌 행세를 하고 감염이 되어가는 것에 대하여 감염,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해 떠올려지는 것 같이 느껴진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
6. 작가가 증오하고 욕망한 모든 것들이 직접적인 형태로 해소되고, 세상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까지 만나볼 수 있다.
기존의 고정된 시각으로써 바라본 SF라는 장르 속 이야기를 완전히 뒤짚어버린 듯한 색다른 신선함을 준 책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읽기 전에는 그저 평범한 SF소설, 우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내용일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범상치 않다는 걸 느끼며, 싹 가셨다.
상상 그 이상의 신선하고 그 신선함은 기괴함까지 포함하여 어떻게 이런 생각과 묘사를?
읽을수록 작가가 묘사한 그 부분이 내가 상상한 이미지와 같을지 직접 소설 속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
얼핏보면 실제 현실 속 이야기가 아닌 상상의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거울과 같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현실을 아주 강하게 내비치며 결코 웃음으로는 지나칠 수 없는, 미래시대의 문제까지 관통했고 관통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과거도 허구도 아닌 현재, 현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수도 있는 이야기
이 책은 과학적 상징이나 의미를 알고 본다면 더 재미있게 다가올 것 같고 또한, SF적 상상력을 해소와 동시에 증폭시켜줄 것이라고 본다.
P. 293
“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상의 인구는 늘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때로는 지구상에 겨우 일곱 명만 남는 때도 있었다. 정원은 수없이 종말을 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