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 그림 작가 마리아의 좋아하다 보니 빠져든 와인 이야기
이마리아 지음 / 샘터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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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 #샘터사 #도서제공 #물방울서평단

📖 이마리아, 『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231115~231116)

❝ 별점: ★★★★
❝ 한줄평: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퐁당 발 담그기
❝ 키워드: 와인 | 내추럴 와인 | 컨벤셔널 와인 | 라벨 | 와인바 | 바틀샵 | 자연 효모 | 시음회 | 내추럴 와인 페어
❝ 추천: 와인초심자,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은 애주가

❝ 저는 앞으로도 즐기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시는 좋은 날들을 보내며 계속해서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

📝 (23/11/16) 나는 원래 술을 아예 안 마시다가 맥주를 마신 후에 술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고 지금은 막걸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와인은 마시면서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조금만 마셔도 두통이 심해서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주변에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친구들과 와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첫 번째 잔 🍷 참생의 꼴꼴 와인 일기]에서는 작가님의 내추럴 와인 입문부터 라벨, 내추럴 와인을 구매하거나 마실 수 있는 곳, 색으로 분류하는 와인 종류,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의 차이점, 시음회와 내추럴 와인 페어, 와인 숙성 방식, 직접 기획한 와인바 팝업 전시 등 작가님의 다양한 내추럴 와인 경험을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따라가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정보와 꿀팁들이 담겨 있어 내추럴 와인 입문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번째 잔 🍷 와인 시음 노트]에는 작가님이 와인 취향을 찾는 모험을 하면서 미각/후각/시각적으로 기억에 남는 와인을 셀렉해서 그린 23병의 와인 그림들과 와이너리/생산자, 와인색, 와인이름/빈티지(포도 수확 연도), 지역, 와인 종류, 품종, 시음노트 등의 와인 정보가 담겨 있다. 내추럴 와인을 어느 정도 접한 경험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일 것 같다.

[세 번째 잔 🍷 와인과 예술이 만났을 때]에는 와인잔 드로잉, 와인 관련 도자기 만들기, 와인바에서 한 전시 등 와인 관련한 작가님의 활동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와인잔에 이런 멋진 드로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지인과 함께 하는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해내셨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프롤로그 다음에 [참생의 와인 키트 언박싱] 장이 있는데 와인 마실 때 필요한 도구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라서 놀랐다. 와인초심자라면 꼭 참고해야 할 장!

🖋️ 와인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들도 벌이게 했다. 좋아하는 마음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만나 또 어떤 기획과 삶의 모양으로 뻗어나갈지 모르니, 마음이 다할 그날까지 쭈욱 좋아해 볼 거다. (p.146)

와인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신 작가님을 보고 나니 이쯤 되면 내추럴 와인을 안 마셔볼 수 없지! 이번 연말 파티에는 지인들과 함께 내추럴 와인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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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안 먹고 사는 게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하나만 마셔야 한다면 저는 내추럴 와인을 택하겠습니다. 자연을 존중하고 밭을 사랑하는 생산자들에게서 나온 건강한 포도로 만든 술이고, 게다가 너무나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p.6)

| 좋아하다 보니 빠져든 내추럴 와인은 저에게 새로운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 저는 앞으로도 즐기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시는 좋은 날들을 보내며 계속해서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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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윤고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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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제공 #은행나무

📖 윤고은, 『불타는 작품』 (231104~231113)

❝ 별점: ★★★★
❝ 한줄평: ‘불타는 작품’보다 커다란 불타는 마음
❝ 키워드: 예술 | 작품 | 소각 | 기후재난 | 당혹 | 변수 | 불안 | 소통 | 압박 | 원본과 위작 | 진짜와 가짜 | 그림자 | 이야기와 진실 | 프레임
❝ 추천: 예술, 예술가, 예술 작품의 가치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 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

🔥 첫 문장: <캐니언의 프러포즈>는 9년 전 여름 빌 모리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p.7)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23/11/14) 예술가라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로버트 재단의 창작 프로그램 참여 제안. 그러나 전시가 끝나면 재단에서 선택한 작품 하나는 반드시 소각된다. 만약 당신이라면 로버트 재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책을 읽기 전에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 완벽한 기회를 ‘작품 하나의 소각’과 맞바꿀 수 있다면 매우 저렴한 값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안이지’라는 인물에 이입해 글을 읽어가다 보니 나 또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미국 도착의 순간부터 예정대로 이루어지는 일 하나 없이 온갖 변수들로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의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목적지로 직접 향하며 이름처럼 ‘Not Easy’한 창작의 여정을 시작한다. 산불과 폭염, 폭우 등 각종 기상이변에서 멀찍이 떨어져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로버트 재단의 고요함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졌고, 개 로버트와 안이지의 대화가 둘 사이에 블랙박스, 대니, 두 명의 통역사까지 무려 네 개의 게이트를 거쳐야 이루어진다는 것도 기괴했다. 둘의 대화를 정말 ‘소통’이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고.

작품 창작의 압박과 불안감은 작품의 소각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 ‘소각용 작품’, ‘원본과 위작’, ‘진짜와 가짜’로까지 뻗어나간다. 그리고 1장에서 <캐니언의 프러포즈>와 <캐니언의 로버트> 사진 이야기가 왜 등장하나 했는데 ‘이야기와 진실’, ‘프레임’이라는 키워드로 로버트 재단과 연결될 때는 전율이 일었다.

해고된 통역사가 이야기해 주겠다던 ‘원본’, 즉 ‘편집 전의 로버트의 말’이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 이야기는 풀리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고,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꽤나 열린 결말이라 조금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스토리를 살아내고 싶었다’(p.309)는 안이지의 마음처럼 앞으로 그가 써나갈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것도 독자의 즐거움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서 아래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 그러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원본을 찾고 싶다면 독자의 책상으로 건너가야 한다. 우리가 읽던 책의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살짝 접을 때,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굳이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책 속의 말이 그걸 바라보는 이를 흔들 때, 책은 비로소 원본이 된다. 하나뿐인 진짜가 된다. (p.344)

밍크선인장의 꽃말인 '불타는 마음’. 안이지는 그 꽃말이 ‘사랑에 대한 말인가 했는데 이젠 상실에 대한 말로 들렸다’(p.264)고 했지만, 결국에 안이지의 ‘불타는 마음’은 상실보다는 사랑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결국은 대니의 예언처럼 작품과 사랑에 빠져 소각 대신 구출을 택한 그 ‘불타는 마음’. 그 마음은 작품보다 더 커다랗지 않았을까.

(*그믐에서 진행하는 은행나무 북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윤고은 작가님의 『밤의 여행자들』과 『도서관 런웨이』를 읽을 책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작가님의 최신작인 이 책을 먼저 읽게 되다니 ㅎㅎ 북클럽으로 도서 제공해 주신 은행나무 출판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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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사랑하는 작품을 로버트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구조겠죠.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p.186)

| 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빌의 경우에도 그랬다. 소각식을 의심한 적은 없었으나 유령 같은 작품으로 인해 그는 상하좌우, 프레임 밖의 세상을 더듬어보게 된 것이다. 빌의 말은 결국 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로버트가 소각한 작품들이 어디로 가는가? 소각식 이후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닌가. (p.294-295)

| “진실이요? 잘 보관하지 못해 부패해버린다면 다 의미 없는 이야기죠. 때로는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재단의 액자 틀이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건 모두 믿고 싶은 얘기가 되지요. 그게 썩지 않는 진실입니다.” (p.312)

| 나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찾는 건 아마도 <R의 똥>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이미 진짜를 선택해 갖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남겨둔,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를 다른 하나를, 내가 선택하지 않은 하나를 신경 쓰고 있었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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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LIM : 달리는 무릎 ILLUST LIM
이유리 지음, 정아리 일러스트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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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림원 #도서제공 #서평단

📖 이유리×정아리, 『ILLUST LIM: 달리는 무릎』
(231108~231108)

❝ 별점: ★★★★☆
❝ 한줄평: 오랜 기다림의 끝, 우주를 향해 떠난 이를 바라보며
❝ 키워드: 달리기 | 무릎 | 고통 | 외계인 | 기다림 | 싸움 | 우주 | 에너지 | 추진력
❝ 추천: 우주 어딘가에 있을 존재와 불안감을 나누고 싶은 사람

❝ 새벽하늘에 별이 한두 개 빛나고 있었다. 언젠가 저 별을 올려다보며 달리다 넘어졌던 일을 생각했다. 저 별보다 훨씬 먼 어딘가로 가는 거겠지. 그곳은 지금 어떨까. 외계인의 꿈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름다울까. ❞

📝 (23/11/09) 최근 이유리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 후 이유리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이란 책은 모두 찾아 읽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작가님의 글을 별처럼 반짝이는 듯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낸 책 『ILLUST LIM: 달리는 무릎』이 나왔다는 소식에 빠르게 서평단을 신청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글과 일러스트의 황홀한 조합이라니! 글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아름다운 글과 함께 페이지를 가득 채우며 반짝반짝 빛나는 일러스트 덕분에 눈이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줄 인간을 찾아 인간의 시간으로 사십억 년이 넘도록 기다려 온 외계인. 예기치 않은 사고로 자신의 무릎으로 들어온 외계인을 위해 잠 못 드는 새벽이면 불안감을 떨쳐내려 내달리던 길을 목적의식을 갖고 달리게 된 희수.

어쩌면 다시 돌아간 외계인의 고향은 과거에 내린 올바른 결정으로 바꿀 것 하나 없이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외계인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왔던 것을 향해 떠나며 희수도 ‘무언가를 찾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다시 달릴 준비가 된 듯하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맞든 아니든 일단 가보는 것.

외계인을 돕기 위해 달리던 것은 결국 희수 자신이 힘을 내기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천천히 조금씩 가다가 조금씩 속도를 붙이며 어느 순간 정신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무릎 안의 외계인을 떠나보냈지만 희수의 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운동 에너지는 희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에너지가 다 모인 후에도 외계인이 좀 더 희수의 곁에 머물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뭉클했다.

환한 빛을 내며 무릎을 빠져나가 새벽하늘을 가로질러 먼 우주의 어느 별로 가고 있을 외계인을 생각하는 희수. 그런 희수에게도 꿈에서 봤던 아름다운 우주 도시처럼 찾고 싶은 무언가가 꼭 찾아오기를. 빛나는 별 한 조각의 추억을 기쁘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열림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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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를 기다렸어
목소리가 우렁우렁 울렸다.
기다렸어. 너희의 시간으로 사십억 년이 넘도록 여기에서 단지 너만을 기다렸어. (p.14)

| 그런데 이제 네 얘기를 들으니 알겠다. 나는 돌아가서 내 눈으로 보겠어. 시스템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그리고 옳지 않았다면, 싸우겠다. (p.34)

| 잠을 자면 안 될 것 같은데,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서. 침대에 누워 올려다보는 천장이 그대로 불안이 되어 내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데 그걸 피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집을 박차고 나가 길 끝에 해답이 놓여 있기라도 할 것처럼 내달리곤 했다. (p.38)

| 달린다는 것은 뭐랄까, 몇 초 전의 나를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오는 일 같았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걸 반복해나가면 결국 어느 순간 과거의 나와 전혀 다른 내가 되어 발 앞의 공간으로 내뻗어질 수 있는 거였다. (p.49)

| 선생이 되면 돌아와서 자랑하겠다고 했었지.
그때까지는 나도 찾아두고 싶다, 나는 땅에 발을 구르며 생각했다. 뭘 찾고 싶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외계인이 돌아온다는 건 싸움에서 이겼다는 뜻일 것이다. 그걸 알리러 기나긴 길을 달려온 그에게 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을 순 없으니까. 실패하든 성공하든 뭐가 됐든 좋으니 일단 가본 다음에, 그게 맞았는지 아니었는지 이야기해야지. 그땐 더 비싼 술을 마셔야지, 네 캔에 만 원짜리 말고.

나는 밤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돌아섰다.

집 반대쪽으로 천천히, 곧이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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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일러스트림 #이유리 #정아리 #달리는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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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 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스승과 제자의 대화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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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 #샘터사 #도서제공 #물방울서평단

📖 이근후, 이서원,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 (231019~231020)

❝ 별점: ★★★★
❝ 한줄평: 간결하면서 깊이 있는 두 지성의 대담
❝ 키워드: 자존 | 관계 | 위기 | 욕망 | 확신 | 비움 | 성장 | 행복
❝ 추천: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민거리에 대한 조언을 찾고 있는 사람

📝 (23/10/21) 샘터 물방울서평단 네 번째 서평 도서로 『어디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던가요』를 선택했다. ‘삶을 관통하는 여덟 가지 주제’에 관한 50년 경력의 정신과 전문의와 30년 경력의 상담 전문가가 나누는 대담이라는 문구에 단번에 끌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존, 관계, 위기, 욕망, 확신, 비움, 성장, 행복’이라는, 인생을 살며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여덟 가지 주제로 스승과 제자가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여덟 가지 주제 중 내게 특히 와닿았던 주제 세 가지는 ‘관계’, ‘성장’, 그리고 ‘행복’이었다. 세 가지 모두 평소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라서 더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다.

‘관계’에서는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주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나를 알리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과 ‘사랑은 스스로 준비된 만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 자신이 준비되고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관계의 첫걸음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성장’에서는 ‘정답 사회가 다답 사회로 변화해야 하며, 사회의 성장과 발전은 다양한 답과 창조적인 대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과 ‘오늘 할 일은 오늘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하는 것을 삶의 원칙으로 삼으면 후회와 아쉬움이 줄어든다’는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정답만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과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에서는 ‘우리 삶은 고통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라는 말과 ‘여기가 어디이고, 지금이 어느 때이고,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기만 하면 살아 있는 것이고 온전한 것이며 분수를 아는 것’이라는 말, 그리고 ‘외로움은 혼자라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혼자일 수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나의 분수’를 알면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인생을 살며 마주하게 되는 많은 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단번에 읽어 내려가기보다는 오래오래 곁에 두고 힘든 일이 있거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 꺼내보면 더 좋은 책일 듯하다. 지금은 나에게 와닿지 않는 문장이 나중에는 큰 깨달음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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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계 | 공존의 시대에 필요한 고민 ⛤
| 마찬가지로 사랑은 스스로 준비된 만큼 받을 수 있다.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관심과 호의를 받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 좋은 친구가 생기지 않는 이유 | 남이 원인이 아니라 내가 원인일 수 있다 (p.62)

7. 성장 | 무거운 마음을 견디는 일 ⛤
| 정답 사회는 다답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사회의 성장과 발전은 다양한 답과 창조적인 대안이 있어야 가능하다.
/ 정답 사회와 다답 사회 | 답이 하나인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p.25)

8. 행복 |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하여 ⛤
| 우리 삶은 즐겁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 우리는 왜 사는 게 즐겁지 않을까 | 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다 (p.228)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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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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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읻다출판사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서평도서

📖 은유,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231004~231016)

❝ 별점: ★★★★★
❝ 한줄평: 아낌없이 사랑하고 감탄할 줄 아는 아름다운 이들
❝ 키워드: 시번역 | 번역 | 창작 | 사랑 | 순수 | 열정 | 다양성 | 이미지 | 이해
❝ 추천: 문학 번역에 관심 있는 사람, 시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

📝 (23/10/17) 일곱 명의 한국 시 번역가들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읻다 서포터즈로 도서를 제공받았다.

문학 공부를 하며 누가 뭐가 제일 어렵냐 물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설을 제일 좋아함에도 소설 수업은 거의 듣지 않았고, 오히려 시 수업을 많이 들었다. 어려워서 무의식 중에 더 알고 싶고, 더 잘 읽고 싶었던 걸지도.

가장 귀중한 경험 중 하나는 시 번역을 직접 해보고 그렇게 번역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제를 해 본 것이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많은 번역본들을 읽었음에도 번역에 관해서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뚝딱하면 번역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 번역을 직접 해보면서 모든 번역이 그렇겠지만 특히 문학 번역은 단순히 언어의 교체가 아니라 ‘창작의 영역’이라는 걸 온몸으로 체감했다. 그리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막연하고 불안하고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경험 이후로 모든 번역가들을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 시 번역가들을 인터뷰한 이 산문집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역시나 여러 번역가들이 ‘번역은 창조 행위’, ‘번역은 가장 깊게 읽고, 해석하면서 창작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는 번역을 통해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내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걸 최소화’하며 ‘내가 너무 드러나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번역은 또 다른 창작이지만, 그럼에도 원문이 존재하기에 원문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선에서 번역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 작가와 번역가의 소통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와 번역가가 제대로 번역본을 출간하기 위해선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시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시 번역에도 정답이 없다. 그러한 불확실성을 사랑하고 즐기며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이 번역가들이 아름답고 또 사랑스럽다. ‘문학 번역이라는 아름다운 일’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이 책을 적극 권하고 싶다.

+ 일곱 명의 인터뷰는 모두 일곱 개의 서점에서 진행되었는데 내가 가본 곳은 딱 두 군데였다. (서점 리스본, 위트 앤 시니컬) 하지만 모두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라 이 산문집을 계기로 인터뷰 장소였던 서점들도 차근차근 한 곳씩 방문해 보기로 다짐했다. 책을 읽다 보면 책뿐만 아니라 사람, 공간, 경험 등 다양한 것들이 함께 찾아온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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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독해와 번역은 정답이 없다. 이러한 혼돈과 불확실성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자가 번역의 세계에서 살아남는다. (은유, p.9)

💬 어차피 제가 아무리 원작자의 목소리를 가져본다고 해도 결국에는 제 목소리가 나온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호영, p.46)

💬 저한테는 번역이란 당연히 창조 행위거든요. (...) 사람들이 저한테 자꾸 물어봐요. 왜 자기 글은 안 쓰냐고. 저한텐 그 질문의 의미가 '번역은 쉽잖아’ ‘번역은 창작이 아니잖아'라는 말로 들리거든요. 그런데 몇몇 작가들의 창작론을 들여다보면 '조용한 곳에서 자기 안의 목소리를 듣는다, 들리는 걸 쓴다'라고 말하죠. 그게 번역하고 똑같아요. (안톤 허, p.81)

💬 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그게 시의 목적이잖아요? 각 언어의 다층적 의미를 허용해요. 그렇지만 제 기준을 없앨 수는 없고, 같은 감정이라도 다르게 표현을 하죠. (소제, p.109)

💬 의미가 아니고 이미지인 것 같아요. 이미지와 리듬을 살릴 수 있으면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번역해요. (승미, p.156)

💬 풀릴 수 없는 번역은 없는 것 같아요. 무슨 언어든, 일치하는 단어나 표현이 있는데 아직 못 찾은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저는 그런 믿음이 있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알차나, p.185)

💬 번역은 가장 깊게 읽고, 해석하면서 동시에 창작하는 일이죠. (새벽, p.214)

💬 시 번역은 결과물이 시여야 하죠. 결과물이 아름답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원본보다 아름다워도 돼요. (박술, p.236-237)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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