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소강석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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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 #샘터사 #도서제공 #물방울서평단 


📖 소강석『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 (231217~231220)


❝ 별점: ★★★★

❝ 한줄평아름다운 사계절의 풍경과 깊은 사유가 담긴 시집

❝ 키워드사계절 |  | 여름 | 가을 | 겨울 | 사랑 |  | 무지개 | 자연 |  | 

❝ 추천시가 어려워서 피했던 사람쉽고 편안하게 읽을  있는 시를 만나고 싶은 사람


❝ 인생을 살다 보면 꽃이  때도 있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릴 때도 있습니다아니언젠가는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폭설에 갇혀 길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다면  모든 날들이 상처의 계절이 아닌 사랑의 계절이 되어 감싸주리라 믿습니다. ❞

/ <시인의 부분


📝 (23/12/21) 샘터 물방울서평단 마지막 서평 도서로 서정 시인 소강석 목사의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를 골랐다최근 시집을 많이 읽는 중인데제목이 인상적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1부는 봄과 여름, 2부는 가을과 겨울을 느낄  있는 시들이 실려 있고, 3부는 비와 무지개, 4부는 등대와 바다  다양한 시상이 담긴 시들이 실려 있다.


 ‘어렵고 난해한 시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있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 시들을 써보고 싶었다 시인의 말처럼 친근한 어투와 편안하게 읽을  있는 문장들에 어렵지 않게 시를 읽어 내려갈  있지만 시들에 담긴 시인의 깊은 통찰과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계절의 변화에 따른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며 시인은 세상만물의 이치를 독자에게 전한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만남과 이별에 빗대거나(「봄 2), 인고의 세월을 견딘 여름 바다의 절벽이 파도를 기다리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여름 5), 단풍과 낙엽에서 사랑과 이별을 떠올리게 하며(「가을 9),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발자국이 없는 눈송이가 먼저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게(「겨울 6하는 시인사계절을 지나서 시인은 소나기와 무지개를 건너 등대와 달이 보이는 바다로 나아가 흘러 흘러 흙과 공기물과 불이라는 지구 만물의 근원에 관해 이야기하며 시집을 마무리한다인생이라는 사계절을 지나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시집의 완결성이 우리에게도 깊은 사색을 하도록 여운을 남긴다.


 ‘슬픔과 절망상처를 딛고 다시 사랑과 희망의 마음을 찾기를’ 바라는 사랑이 가득 담긴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매서운 추위로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을  같은  겨울『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로 모두의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은 녹아내릴  있길 바란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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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 물든다는  생각해 보니

     빼앗기고

     이상 숨길  없어

    가장 깊은 사랑 보여주는 것이었네

「가을 9 (p.48)


❝ 비를 기다려서는  된다

    비는 길을 걷는 자에게 온다

    비는 기다림 끝에 오는 것이 아니라

    비를 찾아 떠나는 자에게 내린다.

「비 2 (p.75)


❝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살았나

     얼마나 많은 이야기에  막고

     감고 살았나

「등대 1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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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1 | 봄에서 여름으로

 「봄 2

 「봄 6

 「여름 1

 「여름 5


2 | 가을 지나 겨울

 「가을 5

 「가을 6

 「가을 9

 「겨울 2

 「겨울 6

 「눈송이 1


3 | 소나기 끝에 무지개

 「소나기 1

 「소나기 6

 「비 2

 「무지개 1


4 | 등대와  그리고

 「등대 1

 「별 4

 「흘러간다」

 「야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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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박연준 외 지음 / 읻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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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읻다출판사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서평도서

📖 박연준 외 5명, 『겨울 간식집』 (231205~231206)

❝ 별점: ★★★★
❝ 한줄평: 올 겨울엔 겨울 간식집에서 이야기 하나씩 꺼내 먹는 거 어때요?
❝ 키워드: #겨울간식 : 뱅쇼, 귤, 다코야키, 만두, 호떡, 유자차 | 관계 | 문턱 | 용기 | 행복 | 애증 | 영원
❝ 추천: 여섯 명의 작가님이 써 내려간 겨울 간식 관련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창밖. 여전히, 고요히, 어쩌면 영원히, 눈이 쏟아지고 있다. ❞
/ 정용준, 「겨울 기도」

📝 (23/12/06) MBTI 테마소설집에 이어 이번엔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읻다 넘나리 마지막 소설책은 표지만 봐도 포근하고 귀여운, 겨울 간식 이야기가 가득한 단편소설집이다.

✦ 박연준, 김성중, 정용준, 은모든, 예소연, 김지연 여섯 분의 작가님들이 쓰신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올해만큼 앤솔러지를 많이 읽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꽤 매력적이라 앞으로도 읻다의 테마소설집은 쭉 찾아 읽어 볼 생각이다. 올여름에는 기담, 겨울에는 간식집으로 계절과 찰떡인 테마소설집들이 출간되었는데, 내년에는 읻다에서 어떤 테마소설집이 나올지도 궁금해진다 ㅎㅎ

✦ 모두 재미있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Best 3을 뽑으라면 김성중, 정용준, 김지연 작가님의 단편을 고르겠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이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느껴져서 더더욱 좋았던 단편들이었다. 마음에 든 문장들이 많아 고심해서 필사를 했다. 가장 좋았던 단편 하나만 뽑으라면 김성중 작가님의 「귤락 혹은 귤실」! 🍊 리미널리티, ‘문턱의 시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여섯 분의 작가님이 각자 적으신 겨울 레시피가 정말 소중하고 귀여웠다 ㅋㅋㅋ 이번 겨울에는 노라 존스의 <December> 듣기, 겨울잠 준비, 눈이 펑펑 오는 날 창문이 큰 카페에 앉아 바깥 바라보기, 송년회 때 ‘올해의 발견’ 이야기 나누기, 수면 잠옷에 수면 양말을 신고 오래도록 전기장판에 누워 있기, 밤 쪄먹기를 꼭 해봐야겠다!

✦ 겨울이 되면 즐겨 먹는 나만의 겨울 간식과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작가님들이 겨울을 나는 겨울 레시피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소설집 강추! 올 겨울에는 따뜻한 겨울 간식들을 잔뜩 쌓아 두고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의 이야기들을 야금야금 꺼내 먹어야지 ☃️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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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한두 벌의 다른 옷」
: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보면 고통

| 혼자 돌아오는 기차에서 나는 그때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들, 가벼운 한숨과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생각했다. 그런 건 아무 때고 이유도 없이 휘발된다. 가까이에서 서로의 삶을 보살피는 사이, 관계가 붉게 엉키는 순간부터 사라진다. 저녁이 되어 빛이 사라지듯이.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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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귤락 혹은 귤실」 ⛤
: 리미널리티, 문턱의 시간에서 문턱을 넘을 결심

| 방향 상실의 감각은 언제나 황홀하다. 하지만 그 감각의 모래알 또한 정해져 있는 것이다.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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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겨울 기도」 ⛤
: 오랜 잠과 꿈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용기

| 신경은 맞은편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캄캄한 지하 터널 속을 터덜터덜 달리는 기차 유리창에 붙어 흔들흔들 움직이는 여자. 꿈 밖으로 빠져나온 사람 같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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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든, 「모닝 루틴」
: ‘당신이 원하는 만큼’ 행복해질 것

| 어린 시절에 은하는 떡만둣국을 다 비워서가 아니라 할머니의 그 말 덕분에 비로소 한 살 더 나이가 드는 것처럼 느꼈다. 따라서 언젠가부터 나이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자신할 수 없는 이유는 더 이상 할머니의 그 말을 듣지 못한 데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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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포토 메일」
: 단지 ‘애증’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

|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주 많은 기회를 외면했을 거야.”
(...)
“호떡에 든 앙금이 팥인 줄 알았던, 그 애처럼 말이야. 호떡이 뭔지도 모르고 호떡을 외면해 온 거잖아.”
(...)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어. 종종 무언가를 오인하고 거들떠보지 않다가 종국에 무언가를 깨닫고 후회하면서.” (p.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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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
: 순간을 영원히 담아둘 수는 없을까요

| 누구의 손도 안 타게 밀봉해서 물도 산소도 닿지 않게 하면 영영 썩지 않을 수 있을까.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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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겨울간식집 #테마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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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 서한집 상응 3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지음, 위효정 옮김 / 읻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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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읻다출판사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서평도서

📖 아르튀르 랭보, 『랭보 서한집』 (231201~231203)

❝ 별점: ★★★★
❝ 한줄평: 불처럼 창작하고, 사랑하고, 미지에 도달한 투시자 랭보
❝ 키워드: 편지 | 시 | 시인 | 낭만주의 | 상징주의 | 투시자 | 인식 | 감각 | 착란 | 미지
❝ 추천: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인 랭보의 편지에 담긴 그의 시에 대한 열망과 생각이 궁금한 사람

❝ 모든 감각의 착란을 통해 미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고통은 어마어마하지만, 강해져야 하고, 시인으로 태어나야 합니다. ❞
/ 1871년 5월 13일, 샤를빌, 조르주 이장바르에게 보낸 편지

❝ 자유와 미지에의 욕구가 현실과 타인을 마주하며 형상을 취하는 순간들이 이 편지들에 담겨 있다. ❞
/ 옮긴이의 말

📝 (23/12/04) 올해 민음북클럽 잡동산이에 실린 랭보의 시 「지옥에서 보낸 한철 — 서시」를 통해 그의 작품을 처음 읽어봤다. 파격적인 시에 놀라 어떤 시인인지 궁금해 찾아봤는데 삶이 굉장히 파란만장했고, 의외로 시인으로 시를 쓴 기간이 길지 않아 남긴 작품도 『지옥에서 보낸 한철 Une saison en enfer』과 『일뤼미나시옹 Les Illuminations』 둘 뿐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랭보는 나에게 ‘굉장히 어린 나이에 시에 재능을 보였으나 절필한 후 세상을 떠돌다가 암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한 불운한 천재 시인’이라는 인상으로 남았다. 읻다 넘나리 마지막 선택 도서로 서한집 여러 권 중 『랭보 서한집』을 고른 것은 시에 관한 그의 생각이나 당대에는 파격적이었던 결혼한 시인 폴 베를렌과의 사랑이 조금 더 알고 싶어 졌기 때문이었다.

✦ 『랭보 서한집』은 ‘시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 열다섯 시절부터 『지옥에서 보낸 한철』과 『일뤼미나시옹』에 담긴 시를 쓴 스물한 살 무렵까지 랭보의 창작 시기로부터 전해지는 모든 서한과 절필 이후, 평범한 개인으로 돌아간 랭보의 삶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편지 몇 편을 더해’ (출판사 소개) 묶어낸 책으로, 시에 대한 열정으로 넘쳐흐르는 생명력이 돋보이는 창작 시기의 편지와, 절필 이후 사업 이야기나 근황, 안부 이야기가 담긴 편지부터 죽기 직전 사그라드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듯한 편지가 담겨 있어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 뒤에 실린 편지 해설과 옮긴이의 말, 그리고 랭보 연보에서 랭보의 삶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이나 주변의 상황이나 사건, 문단 경향, 시대상 등을 살펴볼 수 있어 더욱 도움이 되었다. 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그림, 편지 원본 이미지 등도 매우 흥미로웠다.

✦ 『랭보 서한집』에는 시가 12편 실려 있는데, 그중 6편이 정식 발표되지 않은 시라고 한다. 편지를 찾지 못했다면 영영 공개되지 않았을 미발표 시가 담긴 소중한 기록이다. 서한집에 실린 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는 「오필리아」였는데, 존 에버렛 밀레이의 그림 ‘오필리아’가 떠올라 찾아보니 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시라고 한다.

✦ 랭보가 폴 베를렌과 주고받았을 편지의 대부분은 남아 있지 않고, 이 서한집에 실린 편지는 베를렌이 랭보에게 총을 쏴 두 사람이 조사받을 때 압수된 소지품에 들어 있던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편지에는 랭보가 베를렌에게 제발 돌아와 달라는 말, 진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 심지어는 그의 아내가 돌아오지 않을 거란 악담에 그들이 다시 함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모든 자유를 잃는 것 같은 끔찍한 지긋지긋함에 회한을 느낄 것이라 퍼붓는 저주, 그리고 다시 사랑한다고 돌아와 달라는 말까지 담겨 있다. 엄청나게 솔직한 편지여서 절필 후의 아주 담백한 문체와는 아주 대조적이었고, 그게 매우 흥미로웠다.

✦ 랭보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전적인 인식’이 필요하며, 시인은 ‘모든 감각의 착란을 통해 미지에 도달’해 투시자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시대의 차이가 있어 그 당시와 지금의 십 대가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랭보는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확립할 수 있었을까? 특히 ‘투시자의 편지’라고 알려진 폴 드므니에게 보낸 1871년 5월 15일의 편지는 읽는 내내 감탄만 나왔다.

✦ ‘자유로운 자유’를 갈망하고, 시인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투시자’로 만들고자 했던 사람. 이른 나이에 절필하고 세상을 방랑하며, 그는 원하던 ‘자유로운 자유’를 찾을 수 있었을까? 이 서한집을 읽고 나니 그의 삶이 불운하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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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애하는 스승님께,
우리는 사랑의 계절에 있고, 저는 곧 열일곱 살이 됩니다. 흔히 말하듯이 희망과 몽상의 나이이지요, — 그리하여 여기 저는, 뮤즈의 손가락이 닿은 아이로서, — 진부하다면 죄송합니다 — 제 신실한 믿음, 저의 희망, 저의 감각, 시인들의 것인 이 모든 것들을 말하고자 합니다. — 저는 그걸 봄의 것들이라고 부릅니다.
/ 1870년 5월 24일, 샤를빌, 테오도르 드 방빌에게 보낸 편지

| 제 말은, 투시자여야 하며, 투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시인은 모든 감각의 길고, 거대하며, 조리 있는 착란을 통해 투시자가 됩니다. 온갖 형식의 사랑, 고통, 광기, 그는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자기 안에서 온갖 독을 길어내어, 거기서 정수만을 간직합니다. 모든 믿음을, 모든 초인적 힘을 동원해야 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이지요. 거기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위대한 환자, 위대한 범죄자, 위대한 저주받은 자가, — 또한 지고의 학자가 됩니다! — 그는 미지에 도달하니까요! (p.68)
/ 1871년 5월 15일, 샤를빌, 폴 드므니에게 보낸 편지

| 이러한 시인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여자의 끝없는 예속 상태가 분쇄될 때, 남자, 여태까지 가증스러웠던 그가 여자를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여자가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에 의해 살게 될 때 여자 역시, 시인이 될 것입니다! 여자는 미지를 발견할 것입니다! 그 사고들의 세계는 우리들의 것과 다를까요? — 여자는 이상한 것들, 불가사의한 것들, 역겨운 것들, 감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취하고, 그것들을 이해할 것입니다. (p.76)
/ 1871년 5월 15일, 샤를빌, 폴 드므니에게 보낸 편지

| 유일하게 진정한 말은 이거야. 돌아와,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너를 사랑해. 이 말을 귀담아 듣는다면, 용기와 진정한 마음을 보여줄 테지.
아니라면, 널 딱하게 여길 거야. 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네게 입맞춤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볼 거야. (p.126)
/ 1873년 7월 5일, 런던, 폴 베를렌에게 보낸 편지

| 밤낮으로 갖가지 이동 수단들을 고려해본다. 그게 진짜 고문이야! 이런저런 것을 하고 싶고, 여기 또 저기를 가고 싶고, 보고 싶고, 살고 싶고, 떠나고 싶은데, 불가능해. 오랫동안 불가능할 테지, 영영 불가능한 게 아니라면 말이지만! (p.161-162)
/ 1891년 7월 15일, 마르세유, 누이동생 이자벨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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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아르튀르랭보 #랭보서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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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텍스투라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노승영 옮김 / 읻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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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읻다출판사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서평도서

📖 에드거 앨런 포, 『유레카』 (231115~231121)

❝ 별점: ★★★☆
❝ 한줄평: 놀라운 우주적 상상력으로 써내려 간 ‘진리의 책’
❝ 키워드: 우주 | 비밀 | 합일 | 상상 | 공리 | 직관 | 무한 | 끌어당김과 밀어냄 | 확산 | 복사 | 응축 | 순환 | 상대성 | 작용과 반작용
❝ 추천: 에드거 앨런 포의 놀라운 우주적 상상력이 궁금한 사람

❝ 우주적 상상력 안에서 합일하는 진리와 아름다움 ❞
/ 출판사 소개글

❝ 지금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라. 우주적 순환의 거룩한 심장이 뛰고 있는 소리인지도 모르니까. (p.184) ❞
/ 옮긴이의 말 | 우주라는 사건

📝 (23/11/22)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과 표지에 끌려 고른 책. 사전까지 찾아가며 열심히 읽다가 책의 1/3 정도를 읽은 후에 도저히 혼자 이 글을 읽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에 출판사 서평을 먼저 찾아보았다. 다른 넘나리 분들의 후기를 보니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으신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유레카』는 에드거 앨런 포가 1848년에 했던 강연 〈우주의 구조에 대하여〉의 내용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네 가지는 공리, 끌어당김과 밀어냄, 유한과 무한, 그리고 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 이 글에서 언급된 공리는 공리(公理,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진리나 도리.)와 공리(空理, (1) 사실과 동떨어지거나 실제로 소용되지 않는 이론. (2) 만유(萬有)에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이치.)였는데 나는 公理의 뜻만 알고 있었던 걸 이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 ‘끌어당김’과 ‘밀어냄’이 곧 물질이라(p.50)고 말하며 모든 현상을 ‘끌어당김’과 ‘밀어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나중에 물질과 에너지의 등가성으로 설명되었다는 게 신기했다.

✦ 인간은 무한이라는 개념의 ‘허깨비’를 애지중지하지만 사실 우주에도 유한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놀랐다. 그리고 포의 설명을 읽으면서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숫자로 저렇게 설명해도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아 정말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참으로 사소하고 우주의 입장에서는 ‘무’로 느껴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 옮긴이의 말에서 ‘우주가 태초의 입자에서 무수한 많음으로 나뉘고, 그 같음이 무수한 다름으로 나뉨으로써 관계가 생기고, 무연의 옳음이 무수한 관계들의 그름으로 나뉨으로써 세상에 악이 존재하게 되었’으나 ‘만물이 하나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개개인의 고통과 행복이 언젠가 하나로 뭉뚱그려져 상쇄되리라는 것을 의미’(p.182-183)한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현대 과학의 9가지 발견을 시적 직관으로 예견했다고 평가받는 이 글을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은 <머리말>에서 ‘이 글을 오로지 예술 작품으로서 바치는 바다’라고 말하며 ‘나의 사후에 이 작품이 오로지 시로서 평가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글을 읽으면서는 ‘도대체 왜 포는 이 글을 시로 읽어달라고 했을까’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가 다시 무로 돌아가는 순환이 ‘우주라는 완벽한 신의 플롯’(p.146)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우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글이 포에게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포 자신이 써내려 간 아름다운 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다시 읽으면 정말 시처럼 느껴질까? 미래의 내가 할 독서가 문득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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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물질적이면서 정신적인 우주의 — 물리적, 형이상학적, 수학적 측면에 대해 — 그 본질, 기원, 창조, 현재 상태, 운명에 대해 — 이야기할 작정이다. (p.11)

| (...) 나무는 나무이거나 나무가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 즉, 나무이면서 동시에 나무가 아닐 수는 없다는 거예요 (...) 이제 그에게 묻겠어요. 왜냐고 말이에요.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뿐이에요 — 그 누구도 두 번째 답을 내놓진 못할 거예요. 유일한 답은 이거예요 — '그것은 나무가 나무이거나 나무 아닌 다른 어떤 것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시 말하지만 밀 씨의 유일한 답이에요 (p.24)

| 옳음은 긍정적이고, 그름은 부정적이며 — 옳은 것의 부정에 불과하다. 이것은 차가움이 뜨거움의 부정이고 — 어둠이 빛의 부정인 것과 같다. 어떤 것이 그르려면,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과의 관계에서 글러야 한다 — 그것이 충족하지 못하는 어떤 조건, 그것이 위반하는 어떤 법칙, 그것이 괴롭히는 어떤 존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그르게 하는 존재나 법칙, 조건이 없다면 —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존재나 법칙, 조건이 아예 없다면 — 그것은 그를 수 없으며 따라서 옳아야 한다. (p.74-75)

| 그리하여 끌어당김과 밀어냄 —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 이라는 두 참원리는 가장 엄격한 동료애를 발휘하며 영원히 동행한다. 그리하여 육체와 영혼은 손을 맞잡고 걷는다. (p.88)

| 인간의 뇌는 분명히 '무한'에 기울어 있으며, 무한 개념이라는 허깨비를 애지중지한다. 이 불가능한 관념을 상상해내자 이것을 지적으로 믿으려는 희망에서 열정적으로 갈망하는 게 아닌가 싶다. (p.125)

| (...) 지구상에서의 모든 거리가 실은 사소하여 — 거대한 우주적 양에 비하면 절대적 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p.139)

| 대칭성이야말로 우주의 — 그 대칭성의 숭고함 면에서 시들 중 가장 숭고한 시에 불과한 우주의 — 시적 본질이다. 대칭성과 정합성은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용어이므로 — 시와 진리는 하나다. 사물은 진리에 비례하여 정합하며 — 정합성에 비례하여 참되다. 다시 말하지만, 완벽한 정합성은 절대적 진리일 수밖에 없다. (p.157)

| 이 견해에서, 또한 이 견해에서만 우리는 거룩한 불의의 — 무정한 운명의 — 수수께끼를 이해할 수 있다. 이 견해에서만 악의 존재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 되는데, 하지만 이 견해에서는 그 이상이 — 견딜 수 있는 것이 — 된다. 우리의 영혼은 더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가한 슬픔에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기쁨을 확대하려는 바람으로 — 그것이 헛된 바람일지라도 — 스스로의 목적을 증진하고자 한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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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 테마소설집 1
정대건 외 지음 / 읻다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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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읻다 #읻다출판사 #읻다서포터즈 #넘나리 #도서제공 #서평도서

📖 정대건 외 5명,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231118~231120)

❝ 별점: ★★★★
❝ 한줄평: 나 MBTI 많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네
❝ 키워드: #MBTI : INTJ, INTP, ENTP, ENFP, INFJ, INFP | 연애, 외로움 | 일반적, 생각 | 제도, 사랑 | 이별, 다름 | 유형, 비정상 | 이해, 감각
❝ 추천: 다른 사람들의 MBTI 추측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MBTI 과몰입러, 작가님의 MBTI가 궁금한 사람

❝ 그래도 나는 MBTI가 좋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라니 기특하고 귀엽잖아. ❞
/ 이서수, 「알고 싶은 마음」

📝 (23/11/21) 우주 최초 MBTI 테마 소설집이라니! 읻다 넘나리 세 번째 도서를 고를 때 망설임 없이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를 택한 이유는 좋아하는 이유리 작가님이 ENFP로 소설을 쓰셨기 때문❤️ 나도 ENFP라 운명처럼 느껴져 더욱 신이 났다. ㅋㅋㅋㅋ

이 책에는 여섯 분의 작가님이 각각 INTJ, INTP, ENTP, ENFP, INFJ, INFP 유형의 인물을 다룬 작품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고, 작가님들의 Q&A도 담겨 있어 책을 덮는 순간까지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가득했다.

내가 F가 거의 80% 가까이 나오는 극 F고, 친한 친구들이 INFJ, INFP인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이유리, 이서수, 김화진 작가님이 쓰신 후반부의 세 작품들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나 이유리 작가님의 「그때는 그때 가서」가 이 책의 내 최애 작품❤️ 이유리 작가님이 그린 ENFP 주인공 수진과 거의 한 몸이 된 것처럼 몰입해서 읽었다. 이유리 작가님의 Q&A를 읽으니 정말 작가님과 나는 같은 엔프피구나 느껴져서 신기했다 ㅋㅋ 작가님은 ‘머릿속이 꽃밭’(p.111)이라고 점잖게 표현하셨지만, 종종 친구들에게 ENFP 유형이 ‘대가리 꽃밭’이라는 말이 있다더라고 말하며 깔깔 웃곤 했던 나라서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소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다 읽은 후에는 정말 대책 없으나 사랑스러운 수진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고.

2권이 T 유형, 3권이 F 유형 특집인 것과 달리 이 책에서는 T 유형과 F 유형의 인물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MBTI 유형에 맞는 소설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MBTI 과몰입러라면 이 소설 강추! 작가님들의 진짜 MBTI가 궁금한 사람에게도 강추! MBTI 테마 소설집 시리즈 기획하신 읻다 선생님들 완전 감사합니다💗💗

(*읻다 출판사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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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건, 「디나이얼 인티제」
: MBTI 과몰입러와 MBTI 극구거부자 그 사이일 순 없는 걸까?

|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사람? 만나면 당연히 좋지. 누가 모르나? 그러나 자신부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걸 바라는 건 파렴치했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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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 「주말에는 보통 사람」
: ‘일반적’이라는 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에 관해 생각해 보는 것

| 그러니까 윤아는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일단 듣는 편이었다. 비과학, 비과학 하면서 투덜대는 나와는 달리 윤아는 세상살이에 필요한 적당한 타협과 균형 감각도 있는 편이었다. 내가 틀린 건 아니지만, 윤아가 틀린 것도 아니라는 건 안다.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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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운, 「도도의 단추」
: 사람도, 동물도,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다

| 예전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는 일정한 자격 없이는 화를 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따위 자격이 필요한 세상 자체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따금씩 끓어올랐으나 영지는 손도 시리고 너무 피곤하기도 해서 자꾸만 누워버렸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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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그때는 그때 가서」 ⛤⛤
: 대책 없음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ENFP의 매력

| 아랫배에 힘을 딱 주고 부르는 김선자 씨의 노래를 들으며 눈앞에서 꿈결처럼 흘러 다니는 보름달물해파리 떼를 보는 이 순간은 글쎄, 정우의 말대로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나쁜 건 아니었다. 세상에는 나쁜 이상함, 유해한 이상함이 있고 좀 바보 같지만 무해한 이상함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함, 그건 아무래도 잘못은 아니다. 이런 순간이라도 있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간담, 이 풍진세상을. (p.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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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알고 싶은 마음」 ⛤
: 알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알고 있는 마음

| 어떤 사람의 상황을 자세히 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가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이젠 안다. 알고 있다고 하여 뭔가를 해줄 수는 없더라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동되는 마음이 있다. 염려하는 마음, 간간이 떠올리며 기도하는 마음. 누군가 그렇게 해주면 상대는 무심결에 힘을 얻는다. 기운이 전해진다.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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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나 여기 있어」 ⛤
: 말로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 그 감각을 알았다. 나는 가고, 너는 여기 남겠구나. 누가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가고 내가 남겨진 것이기도 하겠지. 그러나 그런 건 의미가 없고 그저 우리가 함께가 아닌 순간에 대한 예감만이 또렷했다. 나는 언제나 그 감각을 알았다. 그런 감각이 스미는 순간을 알았다.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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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딱 한 달만 다른 MBTI 유형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떤 유형으로 살고 싶으세요? 이유는요?
A. 글쎄요, 깊이 생각해 봤는데 저는 ENFP가 제일 좋습니다. 다른 것은 되고 싶지 않네요.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그런데 이렇게 답하고 보니 이 역시 자기애 넘치는, 굉장히 ENFP적인 답변이네요······.

Q. ENFP의 이런 점은 진짜 최고다, 이 점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부끄럽다, 하는 게 있다면?
A. 낙천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것! 저는 인류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고 내일 하루는 어김없이 밝고 아름답게 시작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점이라면 남의 칭찬(대부분 립서비스인)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거, 끈기와 집중력이 정말 부족하다는 거······? 그리고 현실감각의 부재.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매력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죄송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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