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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의 형제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학수 옮김 / 범우사 / 1995년 7월
평점 :
품절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인간의 일'을 말하고 있다. 과연 그것은 '러시아적 인간의 일'이었을까?

이 소설은 물론 러시아의 시골을 배경으로 쓰여졌으며 그의 소설 곳곳에서도 '러시아적 인간' 이니 '러시아의 정신'이니 하는 표현이 많다.

'카라마조프式 정열'이라는 그의 말은 러시아인 특유의 성향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인간은 비단 '러시아적 인간'은 아닐 것이다.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을 읽으면서 우리는 인간의 너무나도 솔직한 심리를 보게 된다. 여기에는 아무런 미사여구도 필요치 않다. 과장도 비약도 없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이상 내가 바로 '미챠(드미트리 표도로비치)'가 된다. 또, '이반'이 되고 '알료샤'가 된다.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그의 소설에 등장하고 있지만, 그들은 내 속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면의 그림자일 것이다. 언제나 그의 소설은 '인간이면 그럴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미챠'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순수함이다. 그루센카에 대한 거짓없는 사랑과 또 자신의 옷에 달고 다녔던 1천 5백 루블과 얽힌 자존심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한 사람으로서 가질수 있는 최소한의 순수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산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 때문인가? 그러나 선악을 떠나서 인간이라면 누구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다. 악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사람도 가질 수 있는 순수함....

'도스토예프스키'는 '신은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알 수 없다'라고 말한다. '알 수 없다.' 이것은 그의 진심일 것이다. 그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환영조차도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이 그 증거이다.

우리는 '알 수 없다'라는 대답에서 신의 존재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그에게 있어 신이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신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미챠'가 최소한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평소 가장 많은 범죄를 저지른, 그리고 모두에게 미움을 받던 미챠가 아버지를 죽인 것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인간의 양면성이다. 아무리 좋은 인간도 때론 악마와 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챠'같이 악한 인간도 한없이 순진하고 때묻지 않은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가 묘사한 의인들의 대표격인 '라키친'은 아이러니하게도 얼마나 혹독한 비열한으로 묘사되어 있던가? 하지만 그는 인간의 시각에서 아무 죄도 없는 의인이었고 재능있는 청년이었다. 또한 인간의 일이기에 진실이 거짓에 덮혀 영원히 묻히는 비극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살인자 '스메르쟈코프'가 사람들의 눈에 불쌍하게 죽어간 '죄없는 백치'로 비춰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은 신 앞에선 그 존재영역을 찾아볼 수 없는 인간적인 것들의 사실이다.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우리에게 거울이 되어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이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말해주고 있다. 인간의 심리를 얼마나 훌륭하게 묘사했는지 모른다.

가장 위대한 고전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시대와 배경을 초월해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깨끗한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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