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활동으로 이어가는 집단상담
배경숙 지음 / 우리교육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산업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부의 축척으로 인해서 우리는 모두 예전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놀라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물질적인 발달이 가져온 역기능의 하나로 인간에게 중요한 정서적인 면의 문제성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제 사람들은 예전에 가능했던 비형식적 상담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상담이란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특정한 공간과 시간에 이루어지는 특별한 사람과의 만남이 되어 버렸다. 우리에게 언제나 공기처럼 곁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상담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학급활동으로 이어가는 집단상담'이란 책은 이러한 질문에 어느 정도의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상담의 어려운 이론이나 실례를 들어서 억지로 상담의 적용이나 효과를 설명하지 않는다. 즉, 상담을 다룬 책으로서는 예외적으로 그리고 독창적인 내용구성을 하고 있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상담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공감적 이해, 수용, 일치 등의 개념을 저절로 알 수 있도록 동화나 정기 간행물, 또는 유명한 고전들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통상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식의 개념을 탈피하고자 한다. 상담의 조건은 누구나가 생각하고 있는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라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특별한 조치인 것이다. 적절한 상담이라는 것은 반드시 상담자가 내담자의 상태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내담자의 상태는 이미 상담자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화된 사고는 오히려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여기에 내가 알고 있는 예화를 하나 덧붙임으로서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일반 사람들의 독단을 짚어내고자 한다.

10 여년 전, 개그작가 '최성호'씨가 펴낸 책 중에 '거꾸로 사는 세상'이란 책이 있다. 그 책의 내용 중 나의 기억에 지워지지 않는 예화가 있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그를 만나면 이렇게 묻곤 했다. '당신은 거꾸로 돌았소?'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은 언제나 태연하게 '당신들이 모두 거꾸로 돌았으니 내가 거꾸로 돌아야 정상이 아니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위와 같은 이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담자의 입장이 된다'는 개념의 선이 명확한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 '이타주의의 함정'이란 말을 생각해야 한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입장이 된다는 말은 이타주의 또는 희생주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즉, 내담자가 처해있는 상황을 상담자가 직접 개입하여 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상담을 한다는 것이 마치 모든 문제를 상담자에게 떠맏기는 것이라는 인식을 금해야 한다. 나는 상담이란 활동이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준비활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담이라는 말은 그리 친숙하게 느끼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형태로 다가온다. 무분별하게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 지금의 세태에 이렇게 새롭고 독창적인 형태의 책의 출판은 참신한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상담을 멀게만 느껴왔던 우리가 한번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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