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에의 초대
피터 L.버거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역사를 낳는다.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고 사회도 인간을 배재하고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다.

사회의 특성을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데 보수성과 개혁성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지배자를 내세우고 법률을 제정하고 규범을 지키도록 하는 강제력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은 매우 보수적이며 현상 유지적이다. 사회는 언제나 발전을 필요로 하는데 이와 같은 요소들은 발전에 역행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발전이라는 것은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발전은 사회가 군집적인 형태를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개개의 주체적 존재에서부터 시작된다-개개인은 변화에 유리하다-.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주시할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를 주시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역사 이면의 요인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사회학의 방법이다.

사회학의 방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이 예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인용한 것이다-. 시골길을 달리던 자동차가 사람을 치여서 죽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에서는 운전자의 운전 미숙을 원인으로 들 수도 있겠고 브레이크 고장이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학자의 눈에는 그 사고의 원인을 정경유착에서 찾아낸다. 브레이크가 고장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자동차 회사에서 정치자금 마련으로 인해 구멍난 예산을 차의 브레이크 검사에 들어가는 예산으로 메꾸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학자의 눈(사회학의 방법)은 다른 여타 학문에 있어서도 적용될 수 있는데 사회학의 모호성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는 이 모호성 때문에 사회학이 범하기 쉬운 잘못을 한가지 말하고자 한다.

위에서 설명한 사회학의 방법으로 사회학이란 학문은 매우 광범위한 학문을 흡수하기에 이른다. 사회학이 탁월한 그 나름대로의 학문의 공식이 있다 하더라도 타학문에까지 그 공식을 적용시키고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물론 올바른 사회학은 타학문을 이용할 뿐이지 자신의 방법을 강요하진 않는다. 다만 여기에서는 사회학이 범하기 쉬운 잘못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학의 침투는 역사라는 학문에 대해 가장 뚜렸하게 나타난다. 역사라는 학문과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왜 우리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사회학의 방법을 취해야 하는가?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학의 연구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조선시대의 의병궐기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은 역사가가 해야할 것인가 사회학자가 해야 할 것인가? 만약에 사회학자가 의병궐기에 대해서 연구한다면 그는 더 이상 사회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이 미래를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간 과거의 영역까지 사회학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사회학에의 초대』라는 책은 느슨해지기 쉬운 우리의 의식을 깨워준다. 이 책은 거창한 이론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가이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책을 대함에 있어서 이론을 파헤치려 하고 교훈을 얻어내려고 한다. 이 책은 비록 직접 이론이나 교훈을 던져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교훈을 찾는 방법을 말해준다. 마치 고기를 낚아주지 않고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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