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전에 국내에 개봉된 오시마 감독의 문제작 <감각의 제국>이 연상되었다. 주제나 내용에서는 별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소설을 읽는 동안 줄곧 그 영화의 분위기나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득한 습기, 끊어질듯 이어지는 샤미센 가락, 게이샤의 이미지로부터 연유하는 애절과 애욕. 무위도식하는 지식인 주인공의 관찰자적 시선 - 그는 자신마저도 관찰의 대상에서 결코 비켜서도록 내버려두지 못한다! 하코네나 닛코에서 보다는 오히려 설국의 주인공들을 통해 온천욕의 정수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