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보다 강력해지고 보다 불가능해졌다! 안되면 되게하라는 인생의 격언을 다시한번 되새김질시켜주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전편에 비해 보다 다양하게, 보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서 시간때우기로 제격인 영화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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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쑤 > 인간은 보잘것없다, 그래서 위대하다 / 연극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제목 :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일자 : 2011년 03월 05일 Sat 오후 3시 다소 쌀쌀했으나 돌아다니기 좋음

ㅁ 공연장소 :  혜화 대학로극장

ㅁ 캐스팅 : 노인役정재진 청년役박상협  

 초등학교 시절, 놀이방에 가득 꽂혀 있는 책 중에는 항상 '세계명작전집'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오만하고 똑똑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마냥 놀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라는 것을 '다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세계명작전집을 하나씩 빼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세계명작이란 것은 그때, 가장 '빨리 섭렵해야할 똑똑함의 증거'였을 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읽어간 그 책은 나에게 지루함과 다소 '어이없는 결말'로 이루어진 소설이었을 뿐이었다. 기억나는 건 마지막의 '사자꿈'. 그것도 왠 사자꿈?! 뭐 이런 애매한 결말이 다 있어! 하고 책을 덮었던 기억뿐.

십년도 훨씬 지난 지금, 또 그 '명작'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오만함'과 작은 호기심으로 연극을 보게 되었다. 지금 이 연극을 본다는 것은 새 책을 보는 것이랑 똑같은 느낌이었다. <노인과 바다>에 대해 완전히 비워져버린 머리로, 나는 대학로극장을 향했다.
 

 

 

 < 노인과 바다 티켓과 홍보책자, 그리고 브로마이드 /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든 :) >

이 이야기 속에는 두명의 인물만이 나온다. 이야기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도록 중심축을 꽉 누르고 있는 노인,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주고,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보조역의 청년. 청년은,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는 노인을 보며 저주받았다고 손가락질해대는 노인을 제대로 바라봐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고 빈 배로 돌아오는 노인의 어깨는 여전히 굳건하다. 돛을 정리하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어깨엔, 사람들의 비난의 무게도,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어떤 자책감의 무게도 얹혀 있지 않다. 그저 그는, "내일 고기를 잡지 못하면 85일째군. 하지만 85는 좋은 숫자야."라고 되뇌인다. 그 대사를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자기최면을 거는 그런 억지스러운 결의라거나, 혹은 스스로를 비웃는 자조의 음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내일의 일을 준비하며, 오늘의 일과를 마치는 한명의 인간'이 있을 뿐. 그렇게 노인의 하루가 지난다.
 

다음날도 노인은 묵묵히 돛을 정리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청년의 전송을 받으며 먼 바다로 나아간다. 정어리를 꿰어 바다 먼 곳으로 던진 노인은 갈매기와 스스로에게 말을 하며 시간과 싸운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끝도 없이 흘러간다.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그저 무자비할 뿐인 바다에 둘러싸여서, 그는 물통 하나로 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고기가 그의 미끼를 문 것이다. 노인은 몇시간동안 그 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고기는 노인에게 쉽게 져주려 하지 않는다. 아주 거대한 물고기다! 노인은 수십년 동안의 경험으로 직감한다. 고기는 노인에게 끌려오지 않고, 오히려 노인을 끌고 더 먼 바다로 나아간다. 하지만 노인도 고기를 놓지 않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밤이 지나고, 이틀밤이 지난다. 그리고 노인의 배 주위를 빙빙돌던 그 거대한 물고기는 드디어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노련한 노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짧고, 투박한 작살로 그는 고기에게 급소를 찌르고, 그의 작은 배만한 거대한 청새치를 바라보며 기뻐한다. "지난 84일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던 것은, 이 고기를 잡기 위해서였던거야!" 그의 인고의 노력이 드디어 보상받았던 것이다. 그는 돛을 매달고 자신의 마을로 순풍순풍 나아간다.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 고기의 냄새를 맡은 포악한 상어 한마리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인고의 노력을 가차없이 물어뜯는다.
 

상어는 가까스로 물리쳤지만, 그의 전리품은 이미 손상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손상된 전리품의 달콤한 향기를 맡은 약탈자들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노력은 그렇게, 헛되이 무로 돌아가버린다. 노인은 탄식한다. 85, 아니 87일의 노력이 다시 또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그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형형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인간이란 스스로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당하는 것이지.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먼 항해를 마친 그는, 여느때나 그랬던 것처럼 돛을 소중하게 접어 두 어깨에 걸고, 언제나 그랬듯 단단한 두 어깨로 집으로 가는 언덕을 오른다. 오르는 길에 몇번이나 무릎을 꿇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돛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지친몸을 누이고 잠에 든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의 젊은 시절 보았었던 아프리카의 사자 꿈을 꾼다

  

   

 

 

 

 

 

 

 

< 노인의 배, 그리고 그의 승리의 흔적 >
  + 청새치의 피를 표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진을 가만히 보고있자니 노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선물한 헌화獻花란 느낌이 든다.
 

 연극이 중반부로 치달으면서야 알게되었다. 아아, 내가 그때 이걸 읽고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거였구나. 난 그때 '본능에 충실한'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인생에서의 실패라든가, 오랫동안 공들인 것에 대한 결과와 그 좌절에 대해서 알기엔 너무 어렸다. 그러고나니 '세계명작전집'이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인가에 대한 의심을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을 '세계명작'으로 추천한 사람들은 분명 '어른'들일 것이었다. 인생에서 쓰디쓴 패배에 좌절한, 그리고 극복한 수많은 어른들이 이 '위대한 인간의 의지'에 찬사를 보낸 것일 게다. 어른을 위한 소설. 도대체 누가 이런걸 아무것도 모를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한거야!

그리고 인생의 단맛쓴맛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지금 이 나이에야, 노인의 '의지'에 대한 위대함과 '아프리카 사자 꿈'을 통한 전율을 온 몸으로 느꼈 수 있었다. 왜 굳이 마지믹 장면이 '아프리카 사자 꿈'이었는지. 왜 아프리카 사자꿈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그 흔들림없는 완결성에 대한 전율. 그리고 곧, 삼일 밤낮의 전리품을 놓치고 나서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묵묵히 돛을 정리하고 집을 오르는 그의 뒷모습에서, 여전히 씩씩하고 굳건한 두 어깨에서 온몸으로 오르는 감동으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 숨을 참아야 했다. 그가 너무나 무력한 늙은이었기에, 정말 그 거대한 바다 앞에선 작고 무력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더욱 위대해보였다.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통한 인간의 위대함'의 역설을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무대의 막이 내린 후, 팔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면서, '패배'라는 어떤 개념이 내 마음 속에서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패배'라는 어떤 절대적인 힘에 눌려 있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그저 '패배'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패배감'이라는 순간적인 감정에서 ''것일 뿐이었구나. 난 왜이렇게 어리석었을까. 그렇게 잠시 되씹고 나니, 결국 그 노인은 세번이나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거대한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 위대한 승리는 '패배감'와의 싸움속에서 얻은 승리였던 것이다.

 

그 세계명작을, 왜 세계명작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신 극단 앙상블에 감사한다. 뚝심있게 중심축을 잡고 묵묵히 지키며, 정말 '노인과 바다'의 노인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해주신 노인역의 정재진님과, 극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인의 주위를 맴돌며, 관객들을 웃게 해 주신, 그리고 온 몸을 던지며 열연해주신 청년역의 박상협 님께도 감사드린다. (박상협님 상어와 노인과의 사투와 소용돌이 씬 찍을 때 너무 안타까웠어요ㅠㅠ 무대연출이나 각색은 훌륭한데 너무 온몸을 던져서 나중에 말을 못이으실때 너무ㅠㅠ) 그리고 각색과 연출을 하신 김진만님, 너무 대단하신거 아닙니까?! 어떻게 그 지루한 책을 이렇게 생동감있고 재밋게 만드실 수가 있어요! 앞으로의 행보가 너무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무대 시작하기 전, 그리고 무대를 진행하면서 날라다니셨을 모든 스태프분들. 여기 관객 하나 엄청난 감동 얻고 갑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짝짝짝!

+ 뱀발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고기를 잡는 순간의 조명이다. 이건 보러 가기 전에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도 본 건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그 한 부분이 너무 심하게 튕겨져 나왔달까. 야광등이 켜지고 청년이 청새치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모습까지는 훌륭했는데, 잡는 순간의 격동적인 모습을 조명으로 표현하려고 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아쉬웠다. 온 신경으로 한명과 한마리의 싸움에 집중했다가, 화면이 적나라하게 밝아지는 순간, 한마리와 '그것을 들고 있는 한명'과 그리고 한명의 싸움의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나니 집중이 순간 확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만 개선한다면 내가 보기엔 거의 완벽한 극이 될듯^^ 앞으로도 롱런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훌륭한 메시지를 끝없이 전해줄 수 있는 전도극(?)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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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쑤 > 인간은 보잘것없다, 그래서 위대하다 / 연극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제목 :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ㅁ 공연일자 : 2011년 03월 05일 Sat 오후 3시 다소 쌀쌀했으나 돌아다니기 좋음

ㅁ 공연장소 :  혜화 대학로극장

ㅁ 캐스팅 : 노인役정재진 청년役박상협  

 초등학교 시절, 놀이방에 가득 꽂혀 있는 책 중에는 항상 '세계명작전집'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오만하고 똑똑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마냥 놀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라는 것을 '다르다'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세계명작전집을 하나씩 빼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었던 책 중 하나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세계명작이란 것은 그때, 가장 '빨리 섭렵해야할 똑똑함의 증거'였을 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읽어간 그 책은 나에게 지루함과 다소 '어이없는 결말'로 이루어진 소설이었을 뿐이었다. 기억나는 건 마지막의 '사자꿈'. 그것도 왠 사자꿈?! 뭐 이런 애매한 결말이 다 있어! 하고 책을 덮었던 기억뿐.

십년도 훨씬 지난 지금, 또 그 '명작'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오만함'과 작은 호기심으로 연극을 보게 되었다. 지금 이 연극을 본다는 것은 새 책을 보는 것이랑 똑같은 느낌이었다. <노인과 바다>에 대해 완전히 비워져버린 머리로, 나는 대학로극장을 향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두명의 인물만이 나온다. 이야기가 너무 가벼워지지 않도록 중심축을 꽉 누르고 있는 노인,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주고,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보조역의 청년. 청년은,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는 노인을 보며 저주받았다고 손가락질해대는 노인을 제대로 바라봐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고 빈 배로 돌아오는 노인의 어깨는 여전히 굳건하다. 돛을 정리하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어깨엔, 사람들의 비난의 무게도,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어떤 자책감의 무게도 얹혀 있지 않다. 그저 그는, "내일 고기를 잡지 못하면 85일째군. 하지만 85는 좋은 숫자야."라고 되뇌인다. 그 대사를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자기최면을 거는 그런 억지스러운 결의라거나, 혹은 스스로를 비웃는 자조의 음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내일의 일을 준비하며, 오늘의 일과를 마치는 한명의 인간'이 있을 뿐. 그렇게 노인의 하루가 지난다.
 

다음날도 노인은 묵묵히 돛을 정리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청년의 전송을 받으며 먼 바다로 나아간다. 정어리를 꿰어 바다 먼 곳으로 던진 노인은 갈매기와 스스로에게 말을 하며 시간과 싸운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끝도 없이 흘러간다.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그저 무자비할 뿐인 바다에 둘러싸여서, 그는 물통 하나로 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고기가 그의 미끼를 문 것이다. 노인은 몇시간동안 그 고기와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고기는 노인에게 쉽게 져주려 하지 않는다. 아주 거대한 물고기다! 노인은 수십년 동안의 경험으로 직감한다. 고기는 노인에게 끌려오지 않고, 오히려 노인을 끌고 더 먼 바다로 나아간다. 하지만 노인도 고기를 놓지 않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밤이 지나고, 이틀밤이 지난다. 그리고 노인의 배 주위를 빙빙돌던 그 거대한 물고기는 드디어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른다. 노련한 노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짧고, 투박한 작살로 그는 고기에게 급소를 찌르고, 그의 작은 배만한 거대한 청새치를 바라보며 기뻐한다. "지난 84일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던 것은, 이 고기를 잡기 위해서였던거야!" 그의 인고의 노력이 드디어 보상받았던 것이다. 그는 돛을 매달고 자신의 마을로 순풍순풍 나아간다.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세상은 그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그 고기의 냄새를 맡은 포악한 상어 한마리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인고의 노력을 가차없이 물어뜯는다.
 

상어는 가까스로 물리쳤지만, 그의 전리품은 이미 손상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손상된 전리품의 달콤한 향기를 맡은 약탈자들이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의 노력은 그렇게, 헛되이 무로 돌아가버린다. 노인은 탄식한다. 85, 아니 87일의 노력이 다시 또 수포로 돌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그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형형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인간이란 스스로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당하는 것이지.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먼 항해를 마친 그는, 여느때나 그랬던 것처럼 돛을 소중하게 접어 두 어깨에 걸고, 언제나 그랬듯 단단한 두 어깨로 집으로 가는 언덕을 오른다. 오르는 길에 몇번이나 무릎을 꿇지만,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돛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지친몸을 누이고 잠에 든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의 젊은 시절 보았었던 아프리카의 사자 꿈을 꾼다.
  

  연극이 중반부로 치달으면서야 알게되었다. 아아, 내가 그때 이걸 읽고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이유는, 이거였구나. 난 그때 '본능에 충실한'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인생에서의 실패라든가, 오랫동안 공들인 것에 대한 결과와 그 좌절에 대해서 알기엔 너무 어렸다. 그러고나니 '세계명작전집'이라는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인가에 대한 의심을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을 '세계명작'으로 추천한 사람들은 분명 '어른'들일 것이었다. 인생에서 쓰디쓴 패배에 좌절한, 그리고 극복한 수많은 어른들이 이 '위대한 인간의 의지'에 찬사를 보낸 것일 게다. 어른을 위한 소설. 도대체 누가 이런걸 아무것도 모를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한거야!

그리고 인생의 단맛쓴맛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지금 이 나이에야, 노인의 '의지'에 대한 위대함과 '아프리카 사자 꿈'을 통한 전율을 온 몸으로 느꼈 수 있었다. 왜 굳이 마지믹 장면이 '아프리카 사자 꿈'이었는지. 왜 아프리카 사자꿈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그 흔들림없는 완결성에 대한 전율. 그리고 곧, 삼일 밤낮의 전리품을 놓치고 나서도 흐트러진 모습 없이 묵묵히 돛을 정리하고 집을 오르는 그의 뒷모습에서, 여전히 씩씩하고 굳건한 두 어깨에서 온몸으로 오르는 감동으로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 숨을 참아야 했다. 그가 너무나 무력한 늙은이었기에, 정말 그 거대한 바다 앞에선 작고 무력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이 더욱 위대해보였다.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통한 인간의 위대함'의 역설을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무대의 막이 내린 후, 팔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면서, '패배'라는 어떤 개념이 내 마음 속에서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패배'라는 어떤 절대적인 힘에 눌려 있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그저 '패배'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패배감'이라는 순간적인 감정에서 ''것일 뿐이었구나. 난 왜이렇게 어리석었을까. 그렇게 잠시 되씹고 나니, 결국 그 노인은 세번이나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거대한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 위대한 승리는 '패배감'와의 싸움속에서 얻은 승리였던 것이다.

 

그 세계명작을, 왜 세계명작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신 극단 앙상블에 감사한다. 뚝심있게 중심축을 잡고 묵묵히 지키며, 정말 '노인과 바다'의 노인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해주신 노인역의 정재진님과, 극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인의 주위를 맴돌며, 관객들을 웃게 해 주신, 그리고 온 몸을 던지며 열연해주신 청년역의 박상협 님께도 감사드린다. (박상협님 상어와 노인과의 사투와 소용돌이 씬 찍을 때 너무 안타까웠어요ㅠㅠ 무대연출이나 각색은 훌륭한데 너무 온몸을 던져서 나중에 말을 못이으실때 너무ㅠㅠ) 그리고 각색과 연출을 하신 김진만님, 너무 대단하신거 아닙니까?! 어떻게 그 지루한 책을 이렇게 생동감있고 재밋게 만드실 수가 있어요! 앞으로의 행보가 너무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무대 시작하기 전, 그리고 무대를 진행하면서 날라다니셨을 모든 스태프분들. 여기 관객 하나 엄청난 감동 얻고 갑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짝짝짝!

+ 뱀발
약간 아쉬운 게 있다면, 고기를 잡는 순간의 조명이다. 이건 보러 가기 전에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도 본 건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그 한 부분이 너무 심하게 튕겨져 나왔달까. 야광등이 켜지고 청년이 청새치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모습까지는 훌륭했는데, 잡는 순간의 격동적인 모습을 조명으로 표현하려고 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아쉬웠다. 온 신경으로 한명과 한마리의 싸움에 집중했다가, 화면이 적나라하게 밝아지는 순간, 한마리와 '그것을 들고 있는 한명'과 그리고 한명의 싸움의 되어버린 느낌, 그리고 나니 집중이 순간 확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만 개선한다면 내가 보기엔 거의 완벽한 극이 될듯^^ 앞으로도 롱런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 훌륭한 메시지를 끝없이 전해줄 수 있는 전도극(?)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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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밀키쑤 > 마붑 알엄 vs. 박래군 대담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도 높였고,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환경과 인권 전반에 걸친 문제에 대해서도 

깊지는 못하지만 여러 방면으로 알아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분을 모시고 대담을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았습니다. 

한분만 모시고도 대담이 모자랄 시간에 두분을 모시고 하다니, 

너무 아쉬웠어요. 질문도 몇 개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ㅠㅠ

 

다음번에 이런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여유있는 시간을 주셨으면 해요 

너무 알차고 좋은 시간이었으니까요 

 

무튼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ㅡ^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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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결혼식
한지수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다 읽고나서 묵직한 느낌과 함께 잠깐의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마치 뱃속에서 소화가 안된 음식물들이 포화상태로 내 위를 정복하고, 군림하듯이, 그녀의 글은 나의 머릿속을 정복하고 군림해버린 것이다. 특히, 문학평론가의 글까지 읽고 난 후로는, 그렇게 그냥 재밋게 읽히던 단편들이 다시 난해한 암호로 바뀌어 머릿속에서 윙윙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소설은 슬프다.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은 다들 뭔가 소외당하거나 억눌린 사람들이고,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현실을 뚫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렇다고 어디서 무엇을 집어던진다거나, 어디서 뛰어내리는 등의 과격한 어떤 짓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조용히 귀기울이면, 겨우 들릴 듯이, 가녀리게 흐느끼는 듯한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을 봐달라고 간절하지만, 간절하지 않은 태도로 애원한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은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우면서 슬프다.

 

 <미란다원칙>은 그나마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천사와 미모사>를 지나 <배꼽의 기원>에 이르면서 점점 어려워지다가, 그 뒤에 <이불개는남자>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배려를 해주더니, <자정의 결혼식>에서 최고조의 훅을 날린 다음, KO직전의 헤롱헤롱한 상태의 나에게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와 <페르마타>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낸다.

 

 내가 가장 좋았던 글을 순위로 매겨보자면, 1위 <이불개는 남자> / 공동 2위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배꼽의 기원/자정의 결혼식> / 공동 3위<미란다원칙> <천사와 미모사> <페르마타> 순이었다. (일단 개인적인 취향이 희망적인 결말을 좋아해서; 배드엔딩이 주로 뒤네요;) <미란다원칙>은 이야기 자체가 어렵지도 않았고, 미스테리를 이야기속에 얽어놔서 마치 미스테리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약간 가벼운 추리소설 느낌이 들었달까. 일부러 에피타이저로 내놓은 작가의 배려같은 느낌이었다. 이 소설 덕분에 다음 단편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으니 굿굿! <천사와 미모사>는 신인문학상에 선정될 정도로 훌륭한 글이라는데, 무식한 독자로써는(ㅠㅠ) 확, 와닿지가 않았다. 내용도 너무 슬펐고, 하지만 '미모사'라는 아주 탁월한 소재를 골라서 이야기 속에 버무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것 같다. 그리고 천사의 도시라는 이름의 '앙겔리스'는 예전에 본 영화 <시티 오브 갓>을 떠올리게 했다. 신의 도시라 불리지만 신이 버린 도시였던 그곳. 이 앙겔리스도 그곳과 다르지 않았다. <페르마타>는 고혈압을 '무장한 기마대가 달려나온다'라고 표현한 것이 정말 멋진 것 같았다. 정말 탁월한 묘사였다!

 

 열대야에서 온 무지개는 정말 사랑스러운 단편이었다. 소통의 부재, 하지만 그 부재를 '인정하고', 다가가려고 하는 사이룽의 그 용기가, 재석의 그 우직함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그리고 배꼽의 기원은, 일단 시작부터 신선했다. 주인공이 '자궁'이라니. 그리고 자궁이 지나온 역사와 한 여자가 가지고 있는 역사를 담담하게 표현하는데, 아 정말- 집중하면서 봤다. <자궁의 기원>을 보면서 작가 한지수의 신선함과 그녀의 통찰력에 크게 놀랐다. 그녀에게 정말 진심으로 관심이 생겼던 것은, 이 <자궁의 기원> 때문이었다. 특히, 결말까지 쉬지않고 달리는 그녀의 필력과,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때문에, 잠시 멍한 기분으로 책을 덮고 허공을 바라봤던 것 같다. <자정의 결혼식>은 너무 어려웠다. 특히 마지막부분에서, 평론가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몽환적인 소설이었다. 나한테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바로 이 자정의 결혼식이었다. 내가 무의식중에 고민하고 있던 것을, 소설속에 그녀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정형화되어 나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된 순간, 호흡이 가빠졌다. 나도 소설 속 그녀처럼 나의 '수염'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그 사실. 안개처럼 눈앞을 흐리게 하고 있던 것이 한꺼풀 치워진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단편은 <이불개는남자>였다. 이것은 무척 큰 사건이 터지거나 해서 탄성을 지르게 하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고통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아주 사소하게' 하지만, '온전히' 받아들여지고, 그를 통해 결핍된 것을 채워나가는 이야기는, 그 내용은 아주 잔잔하지만 커다란 파문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것 같은 단편이었다.

 

 처음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박민규'를 떠올렸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절한 위트로 버무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뒤통수까지! 하지만 결국 그녀는 박민규와 닮지 않았다. 그녀는 박민규의 굵직굵직하고 선 굵은 글보다 더 섬세하며, 그의 글보다 더 잔혹하다. 그렇다고, 그녀가 요즘 여성 감성의 대표주자인 '에쿠니 가오리'나 다른 섬세한 여성작가의 필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지수,란 이름의 이 작가는 자신의 여성이라는 것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안에 들어있는 남성성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녀 안에 자라고 있는 수염을 인정하고, 거리낌없이 그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려한다. 그녀는, 다른 누구가 아니다. 그녀는 '한지수'라는 새로운 브랜드다. 그녀가 한없이 멋지다.

 

 그녀가 새로이 창조한 우주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다. 앞으로 그녀가 창조한 우주에서, 어떤 은하계가 만들어질지, 어떤 소행성이, 어떤 별똥별들이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아니, 어쩜 그녀는 창조한 우주 자체를 뒤집어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녀가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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