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그 무엇에 대해 완전히 알 순 없겠지만("그 무엇의 정체는 결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므로)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나는 그 경험이 읽는 이에게 불러일으키는 효과에 대해선 어렴풋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박솔뫼의 소설에 써져 있는 것처럼 "의자의 방향 정도는 바꿀 수 있는 용기"이고 강보원이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삶을 대하는 어떤 태도와 관련된 것, 무수한 다짐으로서만 이뤄지는 어떤 절실한 태도에 대한 것, "나는 그런 일을 보지 않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나는 평생 그런 일을 몰라 나는 평화롭게 삶을 살아 내 시간은 조용하고 다정해 안전해 어느 누구보다 안전해 너도 잘 지내"(「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 『우리의 사람들』 中)와 같은 반복적인 다짐을 수행하며 내가 간신히 얻어낼 수 있는 어떤 삶의 태도. 나는 그러한 태도, 혹은 마음가짐을 이루는 문장들을 박솔뫼의 소설을 읽어내면서 체험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러한 문장들은 나의 내면을 구성하게 되고, 나는 나의 내면을 채운 문장을 바탕으로 아무 일 없는 일상을 최대한 바람직한 태도로 살아내려 노력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강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나를 붙잡고 당기는 여러 목소리들을 (…) 목소리들이 쏟아지는 것을 흰 이불을 덮고 눈을 감을 때 듣게 되기라고 생각"(「우리의 사람들」, 『우리의 사람들』 中)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나의 내면에 채우고 싶은 문장들과 그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을 이후에 제시될 다섯 개의 장면으로부터 구했다. 그러니까 저 장면에 담긴 문장들은 한 편 한 편의 단편을 읽고 나서 침대에 누운, 혹은 산책을 하고 있는 나를 강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붙잡고 당겼으며, 나는 그런 목소리들을 여러 번 곱씹으며 잘 사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의 삶을 좀 더 나은 태도로서 영위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이하에 인용될 장면들은 모두 『우리의 사람들』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여하튼 나는 태도에 관한 물음,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어떤 해답을 소설 속에 그려지는 잠으로부터, 산책으로부터, 캐치볼로부터, 식사로부터, 포옹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우효의 <ENOUGH>를 재생하곤 하였는데, 이 곡이 들려주고 있는 멜로디가 박솔뫼 소설이 보여주는 장면들에 완벽히 부합하기도 하거니와, 이 곡에 수록된 가사들이 놀랍게도 『우리의 사람들』 속의 장면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렸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후에 제시될 다섯 장면들은 내가 『우리의 사람들』을 읽어 나가며 가장 좋아했던 장면들이고, 나는 이 장면들을 읽는 순간 나 자신이 이 장면들을 이후에 여러 번 떠올릴 것을 알았다. 이 장면들은 『우리의 사람들』에 수록된 어느 문장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자기 전 보던 영화의 어느 장면과 같이 꿈처럼 허물어지고 녹아내리는 것이지만, 꿈과 같은 그것은 꿈과 같은 것이기에 현실을 살아내는 나에게 쉽게 씌고 덧붙여질 것이다. 마치 덕담처럼, 잘 살아내 보라는 격려와 함께, 나는 살아갈 것이다.
3. 인용: 잠, 산책, 캐치볼, 식사, 포옹 장면들.
(네이버 블로그에선 유튜브 공유가 되는데 알라딘에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알아서 찾아 들어보시길! 제목은 <enough>이고 가수는 OOHY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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