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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개업 축하 시 민음의 시 284
강보원 지음 / 민음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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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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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세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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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와 함께 하는 일요일 런치의 짜파게티. 그게 바로 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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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영화 말들의 흐름 2
금정연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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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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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담, 혹은 일기

 서평은 처음이다.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까? 나는 모르겠다. 이장욱의 문장이 떠오르는데, 그걸 변명으로 삼아도 될까? 이장욱은 자신의 평론집인 『나의 우울한 모던 보이』에서 조말선과 함기석의 시를 평하며 첫 문장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 글은 조말선과 함기석의 시들에서 얻은 두서없는 생각의 나열이다."

이장욱, 「유령 시인」, 『나의 우울한 모던 보이』, 창비, 2017, P.314.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저 문장이 비평가 자신의 부덕함을 의도적으로 과시하는 미사여구라든지, 자신의 글을 읽을 독자를 향한 과한 인사치레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평가 자신이 비평을 쓰기 위해 독해한 두 시인의 시들이 자신에게 끼친 불가해한 매력에 대해 군말 없이 인정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 생각은 굉장히 오만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장욱이 당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저 문장을 써 내려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저 문장을 쓴 이장욱이 당시 어떤 독해 체험을 바탕으로 '두서없는 생각의 나열'이라는 표현을 첫 문장에 대고 썼는지는 나로선 도저히 알 수가 없지만... 나는 여하튼 이장욱이 조말선과 함기석의 시들에서 단정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따라서 두서없는 생각의 나열로밖에는 자신이 작품을 접하며 느낀 매력을 토로할 수가 없는 어떤 체험을 경험했기 때문에 "두서없는 생각의 나열"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두서없는 생각의 나열들은 대체로 이장욱 자신에게 귀속되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그가 비평집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을 통해 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결국 그것은 나 자신이거나 나의 거울상들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2주가 안 되는 시간 동안 박솔뫼의 『우리의 사람들』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단상과 감정을 품게 되었는데, 박솔뫼의 소설로부터 촉발된 이러한 잡념이나 감정들이 정작 박솔뫼 소설의 매력을 단번에 해명한다기보다는, 나 자신이 나 자신의 삶과 맺고 있는 어떤 관계나 태도를 교란하거나 때로는 해명하는 것을 체험했다. 달리 말해볼까? 나는 박솔뫼의 소설을 읽고, 박솔뫼가 만들어 낸 이야기 속에 몰입하게 되는 경험보다는, 박솔뫼가 만들어낸 문장이 나의 삶을 해명하거나 때로는 미궁 속에 빠뜨리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책상에 정갈하게 앉아 한 편의 이야기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몰입하기보다는, 인물과 인물의 행동과 인물이 놓인 공간을 써 내려가는 박솔뫼의 문장이 나를 소설의 지면 밖으로 유도하는 것을 느꼈으며, 그렇기에 독서는 종종 방해받을 수밖에 없었고... 종종 박솔뫼의 문장이 유발하는 그러한 지면 밖으로의 유도가 나로 하여금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끔, 나 자신이 지금까지 밟아 온 행적과 나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놓이게 된 공간을 천천히 바라보게끔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나는 지금 쓰고 있는 서평에서 박솔뫼의 소설이 지니고 있는 어떤 매력을 적확하게 표현해내려 애쓰기보다, 나 자신이 이 소설을 쓰며 떠올려낸 어떤 기억, 체험, 이미지, 노래 등을 자유롭게 인용해보려 한다


 이장욱은 이렇게도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유령 시인'에 대한 잡담이 이 글의 목표다."

위의 책, P.314.


 이 서평도 동일하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사람들』에 대한 잡담이 이 글의 목표다. 이 잡담은 사실 내가 『우리의 사람들』을 읽으며 겪은 체험에 대해서 쓰는 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 일기를 도대체 누가 읽을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를 위해 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미약한 용기를 가졌기 때문인데, 나는 정말이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앞으로 내가 맞닥뜨릴 미래의 사건들이, 내가 겪어온 과거의 사건들이, 내가 느낄, 혹은 느꼈었던 과거와 미래의 단상과 감정들이 이런 문장들로 표현되었어야 하는 것이구나, 이런 문장이 내게 용기가 되어줘서 정말 기쁘다,라고 생각하곤 하였다. 그렇다, 결국 내가 나 자신의 삶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가져야 하는 어떤 용기에 대해서, 그것에 대한 상념을, 박솔뫼의 소설을 보면서 자주 지니게 되는 것 같다.


2. 날마다 계속하다 보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나요?

 

 어떤 소설의 문장은 당시 그 문장을 읽어나갔던 독자를 둘러싼 실제의 시간, 실제의 공간을 향해 나아가고 이 나아감은 읽는 이에게 분명한 기억이 된다. 그리고 독자는 그 순간을 기억하며 때로는 소설가의 어떤 문장이 자신의 삶을 확연하게 장악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실로 받게 되는데 당시 나는 『머리부터 천천히』 P.68을 읽으며 겪었던 체험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겨울 햇빛은 노트북이 놓인 책상을 비추고 있고 박솔뫼의 소설 또한 비추고 있으며 이 햇빛은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인도를 걷고 있는 어느 아이를 동일하게 비추고 있다. 나는 이런 광경이 조금은 기적 같다는 생각을 했고 이게 박솔뫼 소설을 읽는 이유라면 이유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장면들은 박솔뫼의 소설에서 빈번히 등장하고, 이런 장면들을 곱씹으면서 "의자의 방향 정도는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일이 나는 아주 조금 즐겁고, 그러므로 삶이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2021.01.21에 쓴 일기 中.


 나는 당시 저 일기를 이 글을 읽으며 썼다.

 

 "병준은 시였는지 소설이었는지 무언가를 가끔 썼고 그중 어떤 것들은 보여주기도 했다. 병준이 쓴 것들은 천천히 어딘가로 향해 가게 하는 것들이었다. 천천히 향하게 한곳에서 새로운 장면을 볼 수 있게 하는, 어쨌든 무언가를 계속하게 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일인 것 같은데 그걸 위해서는 의자의 방향 정도는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의자의 방향 정도는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러니까 앉은 자리의. 그러나 너는 어땠지 그건 정말로 기억을 더듬어 애써 생각해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애를 쓰려고 하다 보면 누워 있는 네가 생각이 났지. 누워 있는 병준, 어색하고 말을 걸기 힘들고 기도도 하기 힘든 병준, 우경은 한참을 그렇게 열차도 오지 않고 신호도 바뀌지 않고 누군가 말을 걸지도 않는 곳에서 서 있기만 했다. 서서 가만히 있기만 했다."

박솔뫼, 『머리부터 천천히』, 문학과지성사, 2016, P.68.


 천천히 어딘가로 향해 가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용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는 읽는 이를 천천히 어딘가로 향해 가게 하는 문장들, 천천히 향하게 한곳에서 새로운 장면을 볼 수 있게끔 하는 문장들이다. 병준이 쓴 시였는지 소설이었는지 모를 글을 보고 우경이 겪은 체험은 누군가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경험들, 누군가의 기억에서 언제 잊혀도 상관없어 보이는 사소한 일상들이지만 소설 안에서 문장의 표면 위로 기록된 저런 장면들은 실제로 읽는 이의 앉은 자리를 변화시키고, 읽는 이에게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준다. 나에겐 그랬다. 그러니까 우경의 단어는 나의 단어가 되어 나의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주었다. 이런 작용들을 생각해 볼수록, 그러한 용기는 어찌 되었든 일상의 독서 체험에서 비롯된 미약한 것이지만, 그것은 원뿔의 점과도 같은 것이어서, 아무리 작고 별 볼일 없는 것일지라도 읽는 이의 기억 속에서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 어떤 종류의 덩어리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종류의 덩어리를 생각할 때마다 PANPANYA 작가의 작품『게에게 홀려서』에 실린「decoy」를 생각하게 된다. 「decoy」에서는 오리 모형인 디코이를 이용해 실제의 오리를 사생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전부인 어느 아마추어 화가가 나온다. 화가는 매일 같이 오리 사생을 수행한다. 심지어 진짜 오리가 한 마리도 오지 않는 날에도 오리 사생을 수행한다. 그러니까 오리가 있는(때로는 없는) 호수의 수면과 호수를 둘러싼 풍경을 매일 그린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아마추어 화가가 자신의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가지게 된 어떤 것, 그 화가가 오리를 사생하는 자신의 삶 속에서 얻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잘 그려진 호수의 수면이라는 것이다. 왜 하필 오리가 아니라 수면일까? 여하튼 그는 날마다 계속되는 오리 사생으로부터 수면을 좀 더 잘 그릴 수 있게 되는 능력을 얻었다.


 나는 박솔뫼 소설을 읽으며 나의 내면에 생기는 어떤 덩어리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PANPANYA의 만화 속에서 그려진 호수의 수면과, 그 호수의 수면을 묵묵히 그려나가는 아마추어 화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계속 그리면서, 결국 어떤 무엇인가를 잘 그리게 된 어느 화가에 대해서. 그러니까, "날마다 계속하다 보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나요?"라는 물음에 "수면을 좀 더 잘 그리게 되었죠."라는 답변을 내놓은 상황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언가 지속되고, 계속되는 삶 속에서 나 자신조차 예상할 수 없는 어떤 변화가, 어떤 생성이 생기고 그 변화와 생성으로부터 생겨난 어떤 것이 나의 삶을 추동하고 나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상황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고, 그러한 삶이 나의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얼마간의 희망에 자꾸만 마음을 쏟게 된다.


그러니까, 무언가 변하는 게 느껴진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느낄 수 있다.


나는 박솔뫼의 소설을 접할 때마다 체험하게 되는 이 덩어리 같은 경험을 해명해 주는 어떤 문장을 『셋 이상이 모여』에서 발견했다. 강보원은 『셋 이상이 모여』에서 코엔 형제의 영화를 평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서사는 해체된다기보다 해소된다. 도저히 서사를 알 수 없도록 영화가 짜여 있다거나 혹은 애초부터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서사가 이루어지기 최적화된 조건에서부터 출발해서, 서사라는 것 자체에 내재한 불가능성을 끈질기게 물고 놔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냥 영화가 끝난다. 그런데 아무것도 전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과 끝이 다르다. 코엔 형제가 수미상관 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건 그것이 바로 이 차이를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변한다. 그 무엇의 정체는 결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도 잘 알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여하간에 그것이 우리의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것임을 직감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혹은 일어나지 않는) 모든 서사가 철회되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강보원, 「영화에 대한 것은 아닌 1화」, 『셋 이상이 모여』, 기획:1, 2020, P.10.


 그렇다. 그 무엇에 대해 완전히 알 순 없겠지만("그 무엇의 정체는 결코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므로) 무언가가 변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나는 그 경험이 읽는 이에게 불러일으키는 효과에 대해선 어렴풋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박솔뫼의 소설에 써져 있는 것처럼 "의자의 방향 정도는 바꿀 수 있는 용기"이고 강보원이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삶을 대하는 어떤 태도와 관련된 것, 무수한 다짐으로서만 이뤄지는 어떤 절실한 태도에 대한 것, "나는 그런 일을 보지 않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나는 평생 그런 일을 몰라 나는 평화롭게 삶을 살아 내 시간은 조용하고 다정해 안전해 어느 누구보다 안전해 너도 잘 지내"(「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 『우리의 사람들』 中)와 같은 반복적인 다짐을 수행하며 내가 간신히 얻어낼 수 있는 어떤 삶의 태도. 나는 그러한 태도, 혹은 마음가짐을 이루는 문장들을 박솔뫼의 소설을 읽어내면서 체험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러한 문장들은 나의 내면을 구성하게 되고, 나는 나의 내면을 채운 문장을 바탕으로 아무 일 없는 일상을 최대한 바람직한 태도로 살아내려 노력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강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나를 붙잡고 당기는 여러 목소리들을 (…) 목소리들이 쏟아지는 것을 흰 이불을 덮고 눈을 감을 때 듣게 되기라고 생각"(「우리의 사람들」, 『우리의 사람들』 中)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나의 내면에 채우고 싶은 문장들과 그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을 이후에 제시될 다섯 개의 장면으로부터 구했다. 그러니까 저 장면에 담긴 문장들은 한 편 한 편의 단편을 읽고 나서 침대에 누운, 혹은 산책을 하고 있는 나를 강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붙잡고 당겼으며, 나는 그런 목소리들을 여러 번 곱씹으며 잘 사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의 삶을 좀 더 나은 태도로서 영위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이하에 인용될 장면들은 모두 『우리의 사람들』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여하튼 나는 태도에 관한 물음,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어떤 해답을 소설 속에 그려지는 잠으로부터, 산책으로부터, 캐치볼로부터, 식사로부터, 포옹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우효의 <ENOUGH>를 재생하곤 하였는데, 이 곡이 들려주고 있는 멜로디가 박솔뫼 소설이 보여주는 장면들에 완벽히 부합하기도 하거니와, 이 곡에 수록된 가사들이 놀랍게도 『우리의 사람들』 속의 장면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렸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후에 제시될 다섯 장면들은 내가 『우리의 사람들』을 읽어 나가며 가장 좋아했던 장면들이고, 나는 이 장면들을 읽는 순간 나 자신이 이 장면들을 이후에 여러 번 떠올릴 것을 알았다. 이 장면들은 『우리의 사람들』에 수록된 어느 문장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자기 전 보던 영화의 어느 장면과 같이 꿈처럼 허물어지고 녹아내리는 것이지만, 꿈과 같은 그것은 꿈과 같은 것이기에 현실을 살아내는 나에게 쉽게 씌고 덧붙여질 것이다. 마치 덕담처럼, 잘 살아내 보라는 격려와 함께, 나는 살아갈 것이다.


3. 인용: 잠, 산책, 캐치볼, 식사, 포옹 장면들.


(네이버 블로그에선 유튜브 공유가 되는데 알라딘에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알아서 찾아 들어보시길! 제목은 <enough>이고 가수는 OOHYO입니다.)


Just here with you

In the quiet

There's nothing more to life

And it's enough, it's enough

To make me smile

Just you and me

In the stillness

Now I know what you really meant

And it's enough, it's enough

To satisfy

Suddenly a song

To sing along

No matter how far

My hopes and dreams

Height of the skies

Stars in your eyes

Make enough room to breathe

Height of the skies

Stars in your eyes

Make enough room to breathe

It's enough, it's enough

For me

Suddenly a tear

A happy one

I'd shed a million for you

Cause you're enough, you're enough

For me

Suddenly a song

To sing along

No matter how far

My hopes and dreams

Height of the skies

Stars in your eyes

Make enough room to breathe

Height of the skies (Height of the skies, Height of the skies)

Stars in your eyes (Stars in your eyes, Stars in your eyes)

Make enough room to breathe (Make enough room to breathe)

It's enough, it's enough

For me

우효OOHYO, <ENOUGH> 전문 가사.


 이 노래와 듣기 좋은 『우리의 사람들』 속 잠자는 장면, 혹은 잠자는 장면을 시작점으로 하여 보이는 여러 꿈과 소망들.


"나는 동면을 하고 스스로 정한 기간에 눈을 떠 차를 마시고 과일과 고기를 먹고 잠시 스트레칭을 했다가 다시 과일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를 닦고 숙면을 취한 다음 다시 잠에서 깨어 동면의 상태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때의 나는 봄이 되면 동면 기간 동안 꾼 꿈들을 하나씩 기억하여 기록해둘 것입니다. 이월 말부터 삼월을 지나 사월 초까지 나는 꿈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들과 잔잔한 사투를 벌여나갑니다. 나는 노트에 꿈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고 가끔 그림과 사진을 덧붙이고 책꽂이의 책을 뒤지며 기록을 보충합니다. 이것은 나만 하는 일은 아닙니다. 드물지만 동면자들은 꿈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라진 시간들을 복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시기에는 잠이 전부이기 때문에 꿈의 흔적을 좆아 동면의 시간으로 떠난 자신이 실은 또다시 어딘가로 떠났음을 그 떠남을 떠올리고 더듬어나가며 자기 자신과 또 어딘가에 있을 자신에 대해 이해해가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꿈들은 기억이 나지 않고 나는 적어도 나는 내가 있었다면 내가 했다면 좋았을 것에 대해 그것은 허황된 꿈과 바람이지만은 않고 사실 했을 법하지만 왜인지 아련한 것들에 관해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월이 오면 나는 일을 하고 걷고 책을 읽고 여행을 갑니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은 꿈을 기록하는 것과 늘 연결되게 됩니다. 그것은 내가 바라던 것도 아니고 몇 번 반복해 가다 보니 알게 된 것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일을 하고 저금을 하고 옷을 정리하고 세탁소에 가고 시간을 내어 바다를 보러 갑니다. 차를 마시고 장마의 날들을 빗소리를 들으며 보내다 보면 쨍한 하늘과 더위가 찾아옵니다. 그때는 칠월이 지난날들입니다."

박솔뫼, 「건널목의 말」,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PP.54-56.


누군가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만들어 낸 장면과 그 장면들이 나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에 덧씌워지는 산책. 이러한 산책은 분명 나 자신을 바꾸는 경험이고, 박솔뫼 소설을 읽고 난 이후의 나는 서울과 부산을, 부산과 광주를, 광주와 대전을, 대전과 어느 어느 장소를 걸으며 그 경험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를 닦고 나와 최선생과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우리는 보리차를 마시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와 영화 사이 광고는 길고 나는 저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려 하였지만 이미 본 영화의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게 되었다. 내가 설명을 시작한 영화는 자주 막히고 이야기는 뜸을 들이고 주인공들은 무엇을 할지 몰라 멈췄다가 어색하게 움직였다가 그런 식으로 덜컹거렸다. 이야기를 얼버무리다 영화는 다시 시작하였고 나는 다음 광고쯤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가끔 내가 그 영화를 지어냈다면, 그 여자는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내가 보았던 것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면 생각한다. 최선생은 언제쯤 나의 거짓말을 알아차리게 될까. 다음 날 사과를 깎아 먹으며 최선생은 내가 자느라 못 본 영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여자는 추운 곳에서 돌아와 다시 사업을 하는 남자를 만나고 그의 집에서 머문다. 그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는 남자를 따라 다시 일본으로 가지만 그를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그의 설명은 정확하고 매끄러웠다. 그러한 시간은 몇 번인가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최선생은 영화의 뒷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몇 시간 전까지 보던 영화가 왜인지 처음 보는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자기 전 보던 것들은 꿈처럼 허물어지고 녹아가는 것 같다. 그런 아침에는 사과를 먹고 영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 준비를 마친 최선생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나는 그제야 나갈 준비를 하였다. 극장은 아니지만 극장을 나설 때처럼 방금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밖으로 나서면 이곳이 어디인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소금이 물에 녹는 것처럼 이야기는 곧 흩어졌지만 바람이 불거나 막다른 골목에서나 누군가의 얼굴에서 어제 본 영화는 겹쳐졌다. 이곳은 아직 눈은 오지 않지만 겨울이 되어도 눈은 드물지만 어제 여자는 눈길을 뛰고 눈을 베어 물었다. 당신은 그 여자가 아니지만 여기는 부산이지만 나는 당신과 눈이 마주치고 나는 잠이 들기 전 본 세계와 눈을 뜨고 들은 이야기만을 가지고 길을 걸었다."

박솔뫼, 「매일 산책 연습」,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PP.170-172.


캐치볼을 하는 사이, 폐를 끼치는 사이. 던지면 나아진다.


"가끔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저를 위해 무언가를 한순간 포기해 주십시오. 저의 고민을 떠안아주십시오. 나 역시 아주 가끔 누군가의 불덩어리를 삼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곧 사라지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나는 한동안 먼 곳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고 그러나 그것을 어두운 마음 없이 받아들인다. 달리기를 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걸을 때는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든다. 달릴 때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힘이 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들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삼 년 동안 캐치볼을 해서는 안 돼요. 저는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폐를 끼쳤습니다. 당신은 내가 헝클어뜨리고 부서뜨린 당신의 부분을 받아들이세요. 우리 서로 폐를 끼치는 사이가 됩시다.

--공을 진짜 한 번도 안 던져본 사람처럼 던지시네요.

--진짜 안 던져봤어요. 한번도는 아니지만.

--던지면 낫죠.

--나아지나?

--던지면 나아지죠.

--시간이 많이 걸리려나?

--나아지죠 암튼."

박솔뫼, 「농구하는 사람」,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PP.76-77.


『우리의 사람들』에 등장하는 여러 식사 장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우리는 호텔 앞에서 만나 역 주변을 걸었다. 두 시간 정도의 차이인데 일을 끝내고 와서인지 마리아는 좀 더 가뿐해 보였다. 십분쯤 걷다 작은 술집에서 회와 맥주를 시켰지만 거의 마시지 않고 사이다를 따로 시켜 마셨다. 마리아는 운전을 해야 했고 나는 당분간 술을 마시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마리아는 배가 고프다며 우동과 튀김도 시켰다. 각자의 요즘 이야기를 하고 나는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여전히 많지만 왠지 하고 싶지 않았고 그건 마리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까페 안에 갇혀 있듯 갇혀 있지 않은 시간이 어제, 지난주의 일 같고 그 이야기만 잠깐 하였다.

--내가 왜 안 나간 걸까. 좀 이상한 느낌이야.

--그냥 문이 열려 있으면 걱정이 돼서 안 나간 거 아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한 시간도 못되어 일어나 지나가다 본 까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생각하는 것과 하는 것은 달라. 마리아는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있고 그런데 힘이 들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습관처럼 머리를 넘기는데 상한 머리카락이 잘 다듬어져 손가락 사이로 기분 좋게 빠져나갔다. 나는 너를 좋아해 네가 정말 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손을 붙잡고 말하고 헤어졌다."

박솔뫼,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PP.150-151.


 언젠가 다른 누군가와 포옹할 일이 생길 때마다, 앞으로 계속 떠올릴 것 같은 포옹 장면. 갑자기 동생이 내게 해준 말이 떠오른다. 포옹은 포옹하는 사람에게 힘을 준다.


"우리는 배부른 채로 식당을 나와 잠시 걸었다. 간밤 내린 비에 은행잎이 떨어져 걷는 길이 예뻤다. 한이는 병원에 몇 번 더 갔다가 다시 강원도에 가야 한다고 했다. 한이의 볼에 손을 댔다가 뗐다. 나는 한이의 팔을 붙잡고 얼른 나를 끌어안고 나는 그걸 보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해 하고 말했고 팔에 힘이 없는 한이가 두 다리를 굽혀서 내 다리를 누르며 지지대 삼아 힘을 짜낼 때까지 기다렸다. 한이는 코를 내 머리카락이 문지르며 너는 그런 것 하나도 다 보지 않아 너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내 오른팔은 한이의 겨드랑이 사이에서 대롱거렸고 남아 있는 왼쪽 팔로 한이의 어깨를 붙잡고 응 생기지 않아 나는 그런 일을 보지 않아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나는 평생 그런 일을 몰라 나는 평화롭게 삶을 살아 내 시간은 조용하고 다정해 안전해 어느 누구보다 안전해 너도 잘 지내 한이의 옷에 침이 잔뜩 묻었다. 우리는 둘 다 힘을 풀고 막 울고 다시 가볍게 안아주고 손가락으로 코를 풀어서 닦아주고 헤어졌다.

박솔뫼, 「이미 죽은 열두명의 여자들과」, 『우리의 사람들』, 창비, 2021, PP.150-151.


4. 더 나은 사람 되기


 책을 다 읽고, 나는 새벽에 왓챠피디아에서 『우리의 사람들』을 향해 이런 코멘트를 남겼다.


"이 책을 여러 번 다시 읽고, 여러 문장을 기억해서, 서울과 부산, 대전과 광주를 여러 번 걷고 싶어. 읽고 걷다 보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리란 걸 알고 있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마음을 가지게 되어서 결국 나를 이루는 문장을 바꿀 수 있게 되겠지."


박솔뫼의 『우리의 사람들』을 여러 번 더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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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 파일에 QR코드로 접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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