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소금사막을 동행하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나눠 마신 선교사 분을 잊을 수 없다.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20여 년째 아내와 함께 사역 중인 공 선교사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어린데 치아가 한 개도 남지 않았다. 그가 틀니를 빼고 아무것도 없는 입 속을 보여주었을 때, 일말의 충격을 받았다. 볼리비아 고산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의 치아는 대체로 좋지 않다고 한다. 그는 왜 이 낯설고 척박한 곳으로 떠나와 20년이 넘게 살고 있을까?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가는 길은 계속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였다. 약간의 두통과 불쾌감이 엄습했지만, 숨이 막히게 끊임없이 나타나는 절경 탓에 두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졌다. 공 선교사가 비밀이라도 되는 듯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준 말이 두통과 섞여 내내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천국에 간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에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천국에 간다고 씌어있어요."

건방진 무신론자인 나로서도 그의 말에 1백 퍼센트 공감이 갔다.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만 천국에 가리라. 교회만 다니면 천국에 간다고 믿는 위선자들은 가라, 종교의 이름으로 무지와 독선을 일삼는 사람들도 가라, 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경미한 고산증을 앓으며 도착한 우유니 소금사막은 하늘과 땅이 맞닿아 매 순간 다른 색깔로 빛나는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천국이었다. 나는 이 천국에서 하루를 보내며 중얼거렸다. "다시 오리라. 이 생이 다하기 전에."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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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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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hariju 2023-08-1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죽음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것들이 많더라고요...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철장안에 갇힌 호랑이는 그렇게 무섭지 않지만 그 호랑이가 철장 밖으로 나와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상황이 다른 것이라는 저자의 표현...바로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그림자가 그런 것이라는 것이겠죠.. 알라딘 서재에서 천 댓글을 여기서 기록해 보네요!!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 창가 제라늄 화분에서 마당의 살구나무까지 일상으로 정원을 들이는 법
주례민 지음 / 위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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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일은 한번 출발하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 같다. 숨을 몰아쉬면서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물도 마시면서 템포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도중에 그만두는 것은 러너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그날은 리스를 만들다가 미용실 갈 시간이 다 되어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나섰다. 손을 씻을 정신도 없이 도착해서 앉으니 직원이 커피를 내준다. 컵을 받아 드는 순간, 초록색인지 검은색인지 풀물이 들어 거무튀튀한 나의 손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머리는 단정하게 하겠다고 왔는데 관리는커녕 제대로 씻지도 못한 손이 부끄러웠다. 다음 날 곧장 동네 네일숍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무참하게 방치한 손에게 보상이라도 하듯이. 관리를 받아 깨끗하고 보송보송해진 손을 보니 흙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손을 사린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이다. 흙을 만지는 손은 수분 가득한 고운 손이 되기를 포기한다. 흙과 닿으면 금세 거칠고 건조해지고 만다. 이제 내 사전에 네일 케어란 ‘손톱을 깨끗하게 바싹 자르고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는 것’으로 정의 내려진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대개 정원을 좋아하고 가꾸는 사람이라고 하면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연륜이 깊고 나이 지긋한 외모를 떠올리다 보니, 삼십대의 여려 보이는 여자가 정원사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이유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하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정원이 주는 선물은 ‘사람’이다. 정원이 내게 처음 건넨 선물은 나 자신이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니 정원일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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