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 창가 제라늄 화분에서 마당의 살구나무까지 일상으로 정원을 들이는 법
주례민 지음 / 위고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원일은 한번 출발하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 같다. 숨을 몰아쉬면서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물도 마시면서 템포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도중에 그만두는 것은 러너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그날은 리스를 만들다가 미용실 갈 시간이 다 되어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나섰다. 손을 씻을 정신도 없이 도착해서 앉으니 직원이 커피를 내준다. 컵을 받아 드는 순간, 초록색인지 검은색인지 풀물이 들어 거무튀튀한 나의 손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머리는 단정하게 하겠다고 왔는데 관리는커녕 제대로 씻지도 못한 손이 부끄러웠다. 다음 날 곧장 동네 네일숍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무참하게 방치한 손에게 보상이라도 하듯이. 관리를 받아 깨끗하고 보송보송해진 손을 보니 흙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손을 사린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이다. 흙을 만지는 손은 수분 가득한 고운 손이 되기를 포기한다. 흙과 닿으면 금세 거칠고 건조해지고 만다. 이제 내 사전에 네일 케어란 ‘손톱을 깨끗하게 바싹 자르고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는 것’으로 정의 내려진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대개 정원을 좋아하고 가꾸는 사람이라고 하면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연륜이 깊고 나이 지긋한 외모를 떠올리다 보니, 삼십대의 여려 보이는 여자가 정원사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이유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하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정원이 주는 선물은 ‘사람’이다. 정원이 내게 처음 건넨 선물은 나 자신이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니 정원일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는 테라스 바닥에 벌 한 마리가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벌은 이미 죽은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치우려다가 다시 자세히 보니 벌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 몸통 다리 날개는 모두 멀쩡해 보였다.nn 어디선가 설탕물을 한 방울 먹이면 탈진한 벌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났다. 빨리 움직여야 했다. 급하게 티스푼에 설탕을 담고 물을 적셔서 벌의 얼굴 앞에 두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벌은 마치 냄새를 맡는다는 듯 더듬이를 까딱까딱 움직이고는 설탕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고 한참을 쉬었다가 날아갔다. 벌이 살아나서, 벌을 살려서 정말 기뻤다. 그날 오후의 짧은 해프닝은 그해 내게 일어난 제일 큰 기쁨 중 하나가 되었다. - <아무튼, 식물> 중에서

초보 시절엔 흙을 돈 주고 사려니 어색했다. 지천에 널린 게 흙인데 산이나 들에서 한 삽 퍼 와서 쓰면 안 되는 걸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땅에서 퍼 올린 흙 속에는 수많은 벌레와 세균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 안에 두기엔 곤란하단다. 영양분도 부족하고 배수도 불량하다. 산에 사는 식물들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집 안에서 사는 식물들에게는 해로운 흙이다. 친구가 던졌던 명언이 생각난다. ‘원래 사람이 안 키우는 식물이 제일 잘 커.’

새로운 식물을 하나 데려오는 것보다 더 근사한 일은 새로운 식물을 여럿 데려오는 것뿐. - <아무튼, 식물> 중에서

그런 곳에서 형편없이 전시되고 있는 식물들을 보면 애처롭다. 화원에서 열심히 자라났을 텐데, 비좁은 화분과 공간을 버티며 성체가 되었는데, 팔려 온 곳에서는 서서히 죽게 내버려두고 있구나. 커피가 아무리 맛있는 곳이라도 다시는 찾지 않는다. 다행히 그런 공간들은 보통 커피도 맛이 없다. 반대로 식물을 건강하게 잘 키워내는 공간들은 커피를 아주 잘한다. 돌보는 마음과 커피를 내리는 마음이 같은 것일까. 식물의 변화를 눈치채는 섬세함을 지닌 바리스타라면 핸드드립도 더 섬세하게 만드는 걸까? 그냥 단순히 이파리가 더 건강하고 통통한 식물을 키우는 카페의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법이니까. - <아무튼, 식물>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식물 키우며 산다 나는-산다 2
정수진 지음 / 가지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체적인 목표 없이, 식물을 팔고 키우는 재미를 나누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가게를 열었지만, 운영하는 동안에는 식물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경험을 했다. 모르는 분야의 창작자들을 만나거나 식물을 소재로 한 다양한 기술과 경력을 쌓아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 책으로 남기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어떤 것도, 처음 개업할 때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다. - <나는 식물 키우며 산다> 중에서

오랜만에 물을 머금는 화분에서는 ‘뽀록 뽀록 뽁뽁뽁뽁’ 하고 흙이 물을 힘껏 들이마시는 소리가 나는데, 그게 참 듣기 좋다. 어떤 화분은 아직 덜 말라 ‘내일쯤 주면 좋겠군’ 하고 물 주기를 건너뛴다. 그렇지만 모두 다 한 번씩 살펴는 봐야 한다. 선인장은 웬만해선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수더분한 녀석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번 몸체의 색상 정도는 확인한다.

분갈이 매트는 마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 원예 작업을 할 때 꼭 필요한 도구다. 원래 뭐든 치우는 게 번거로우면 시작조차 하기 싫은 법이다. 분갈이 매트를 사용하면 바닥을 더럽히지 않으며, 주로 천막 재질로 되어 있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씻기에도 편리하다. 원예 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랄까?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이는 나의 식물 가게에서도 매일 혼자만의 격렬한 사투가 벌어졌다. 돌과 흙, 물 등 부피에 비해 꽤 무거운 물건들을 일상적으로 날라야 하고, 또 살아 있는 생명체인 식물이 판매될 때까지 건강하게 유지 관리해야 한다. 사실 멋진 화분 상품을 구상하는 것은 미적인 감각만 좀 있으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식물 디자인 작업에 매료되어 이 일을 시작한다면 정작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일들이 굵직한 난관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온갖 재료를 옮기고 정리하고 화분을 제작한 뒤 팔릴 때까지 꼼꼼히 관리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거나 예기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릴 수 있으며 그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의외로 화원을 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사실인데 화원에서 나오는 흙과 화분 조각은 일반쓰레기가 아닌 대형폐기물로 분류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싫증 - 무기력한 삶의 뿌리 거룩한 삶의 실천 시리즈 7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자가 하나님께 싫증을 느끼게 되면, 말씀에 영향을 받으려고 하지 않고 외면하려고 합니다.

영혼의 싫증은 신자가 일생을 사는 동안에 마주하여야 하는 위험입니다. 세상에 있는 것들에 대한 싫증이야 다른 것에 대한 사랑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존재와 삶의 유일한 근원이시고, 우리 자신과 세계와 하나님 자신에 대한 지식의 근원이시니 그럴 수 없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싫증은 곧 우리의 존재의 이유와 목적에 대한 권태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의무는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살지만 이 세상의 근거는 보이는 세계 안에 있지 않습니다. 신자의 의무는 보이는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원천이신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모든 학문과 예술, 그리고 자연의 질서 속에는 이러한 하나님의 아름다움이 잘 묻어 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을 싫증나게 하지 않는 찬란한 아름다움의 보고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탁월하심은 성경 계시의 절정입니다.

그분의 아름다우심을 통하여 인간은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고, 그리스도를 아는 것만큼 하나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요 14:9).

날마다 싫증에 빠지려는 자신의 영혼을 경계하십시오. 영혼의 상태를 반영하는 마음의 움직임에 유의하십시오. 영혼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말씀을 통하여 접하도록 그래서 그분의 거룩하심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게 하십시오. 수시로 하나님 앞에 마음을 쏟아 영혼의 구정물 같은 하나님을 향한 싫증을 토하십시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은혜의 세계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하여 더 많은 시간 묵상하며 하늘의 기쁨으로 충만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 <싫증 - 무기력한 삶의 뿌리>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책방에서 일하던 때 주로 느낀 것은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었다(일해보지 않으면 매력적인 노신사들이 송아지 가죽으로 장정한 고서들을 마냥 열독하고 있는 천국 같은 곳으로 상상하기 쉽다). 우리 서점은 예외적으로 흥미로운 책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었으나, 손님들 중에 10분의 1이나마 그 진가를 알았을까 싶다. 초판 밝히는 속물들이 문학 애호가들보다 훨씬 흔했고, 싼 교과서 값을 더 깎으려는 동양 학생들이 그보다 더 흔했으며, 막연히 조카 생일 선물이라도
구하러 들르는 여성들이 제일 흔했다.

그런데 그들 말고도 어느 헌책방에나 자주 출몰하는, 성가시기로 유명한
유형이 둘 있다. 하나는 묵은 식빵 껍질 냄새가 나는 쇠약한 사람이 매일같이, 어떤 때는 하루에 몇 번씩 찾아와 무가치한 책들을 팔려고 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살 의향이 조금도 없으면서 책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경우다.

문고지기에게 책을 하나 골라달라고 하는 유형의
사람들은, 우리 문고의 한 독일인 고객이 그러는 것처럼 거의 항상 "단편소설은 원치 않고요" 혹은 "짧은 이야기는 바라지 않아요"라는 말부터 시작한다. 왜냐고 물으면 단편은 이야기마다 인물들이 바뀌기 때문에 적응하는 게 고역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때문에 첫 장章 이후론 더 이상의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장편에 ‘빠져드는’ 게 좋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독자들보다는 작가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영국과 미국의 단편소설은 대부분 철저히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것이, 대부분의
장편보다 그 정도가 훨씬 더하다. 하지만 정말 이야기가 ‘되는’ 단편소설은 인기가 있으니, 장편만큼 단편도 인기가 좋은 D. H. 로렌스의 경우를 보라.

게다가 근무환경이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
서점은 겨울이면 대개 지독히도 추운데, 너무 따뜻하면 창에 김이 서리게 되고 서적상은 창이 깨끗해야 먹고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 어떤 물건보다도 더 많고 고약한 먼지를 뿜어내며, 책머리만큼 왕파리가 죽을 장소로 선호하는 곳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