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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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표지와 제목이 주는 인상 때문인지 이미 얼어붙은 세계에서 얼어붙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야기라는 인식이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춥고 황량하고 인구 적은 대지에서 벌어지는 쓸쓸한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단독으로 존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반드시 누군가의 가족이나 연인이다. 작품의 메인이 되는 마리아 사건의 가족, 에를렌뒤르가 기존에 수사하고 있던 다비드 사건과 귀드룬 사건의 가족, 게다가 사건들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를렌뒤르 본인의 가족사까지. 에를렌뒤르가 워낙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뒤섞어대며 수사하는 통에 정신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헷갈리기 십상이지만, 그만큼 모든 이들이 관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랙캣 시리즈로 나왔던 전작 세 권을 다 읽었던 게 상당히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모호하지만 딸 에바 린드의 인상이 무척 달라져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보면 <목소리>에서 망나니 탈출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온이 차츰 떨어져 가는 이즈음에 읽어서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도시의 살인이나 또 시골마을의 살인과는 다른, 나라 자체가 작은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에는 낯설고 독특한 애상이 있다. 그 밑바닥에서 소용돌이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은 똑같을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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