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간명하고 깔끔하게 잘 쓴 수작. 르포를 소설로 재구성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실감나고 박진감 넘친다. 오랜 시간 과학수사 분야에 몸담고 있었다는 작가소개글을 보면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담백한 문장들 속에 담긴 현장 그 자체의 디테일이 어마어마하다.중반까지 꽤 다양한 트릭을 예측하며 읽을 수 있게끔 해 놓았지만 내 생각은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고 다른 방향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것도 훌륭했다. 이 미스터리 작가는 또한 아주 좋은 미스터리 독자이기도 할 거라는 느낌이 든다. 장르의 생리를 잘 알고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쓸데없는 러브라인 같은 것도 굳이 집어넣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각기 자기만의 뚜렷한 목표에만 매진하면서 여러 방향에서 한 곳을 향해 내달리게 하여 종국으로 다가가는 모습도 좋았다. 문장도 담백하지만 이런 부분의 담백함은 솔직히 후련하기까지 하다. 멋진 작품이다. 망설임 없이 별 5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