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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괴물
정란희 지음, 이갑규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0년 3월
평점 :
“아빠, 담배 피우지 마세요. 담배 괴물이 아빠를 삼켜 버릴 것만 같아요!”
이 그림책을 보자마자 선택한 것은 남편에게 꼭 읽어주고 싶어서이다.
담배를 피워보지 않는 나로선 도대체 왜 이토록 담배의 노예가 돼서 사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그림책은 전반적으로 흑백 톤으로 어둡다. 담배 괴물이 점점 지배하는 아빠의 모습은 매우 직관적이었다.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며 엄마와 함께 마중 나간 나나는 아빠 어깨 위에 붙어 있는 담배 괴물을 보고 기겁을 한다.
이 장면에서 25개월 된 우리 아들도 눈을 가리며 무서워했다.
이후 담배 괴물을 가리키며 “아빠”하는데....웃음이 나오면서 남편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
“담배 괴물은 아빠를 마음대로 조종했어요. 아빠가 계속 담배를 찾게 했고, 담배 냄새가 밴 몸으로 돌아다니게 했어요. 나나와 엄마는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어요. 아빠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쉽게 지치면서도 담배 괴물을 떼어 내지 못했어요.”
가족이 괴롭다는 것을 알고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당사자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얼마나 힘든 일이면 담배 끊은 사람은 독하니 조심하라는 말까지 있을까?
“아빠가 코를 골며 잠들자 숨죽이고 있던 담배 괴물이 방에서 나와 돌아다녔어요. 온 집 안에서 담배 냄새가 났어요.”
아빠가 일어나 몰래 새 담배를 꺼내자 나나와 엄마는 아빠를 매섭게 부른다. 놀란 아빠가 담배를 땅에 떨어뜨리자 담배 괴물이 아쉬운 듯 엄마와 나나를 노려보며 대치되는 장면은 재밌는 표현이었다. 아빠의 온 몸을 휘감으며 엄마와 나나에게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담배 괴물의 모습과 이에 이젠 숨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가족들.
왜 사람들은 담배를 끊지 못할까.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유가 참 와 닿는다. 담배 괴물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발상. 이 괴물은 어떻게 퇴치해야 하나.
“아빠가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아파요. 자꾸 기침도 나와요.”
아직 말을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아빠에게 제발 좀 했으면 싶은 말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못하는 아빠의 금연. 결국 아이들의 호소만이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나의 아빠는 굳센 결심을 하고 가족과 함께 금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아빠의 금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가족들. 오히려 아빠의 금연이 가족들의 즐거운 생활이 되게 된다.
매일 담배를 끊으라면서 나는 얼마나 남편을 도와줬던가....
조금 반성하게 되었다.
어느덧 조금씩 작아지는 담배 괴물.
“담배가 최고야. 세상 어떤 음식보다 맛있거든.
...초조하고 불안할 때는 나를 찾아줘.”
집요한 담배 괴물의 유혹도 물리치고 가족과 함께 밝은 하루 하루를 만나게 된 아빠.
어두운 흑백의 그림책이 아빠의 노력과 함께 점점 색을 찾아간다.
어둡고 찌든 아빠의 표정도 어느덧 웃음으로 가득하다.
담배 괴물은 금연을 힘들어 하는 아빠와 흡연으로 고통 받는 가족의 모습을 잘 표현한 책이다. 담배 괴물이란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고 있으니 금연을 못해서 힘들었을 남편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금연은 결국 혼자 힘보다는 가족의 도움이 더욱 필요한 것인 듯하다.
나도 못 끊는다고 뭐라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담배 괴물을 물리칠 전략을 짜봐야겠다.
“우리 같이 담배 괴물을 물리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