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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디자인 도감 - 천재 건축가들이 설계한 작은 집의 공간, 구조, 인테리어 ㅣ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미미 제이거 지음, 김예원 옮김 / 보누스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독립을 위해 월세방을 알아보았다. 가격은 예산에 넘쳤고, 공간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내가 원한 공간은 단지 쾌적한 환경의 아늑한 공간이었다.
해와 달이 드나들고 환기시킬 수 있는 창, 벌레가 나오지 않고 묵은 때없이 청결한 주방과 욕실,
싱글사이즈 침대. 침대사이즈와 같은 사이즈의 옷장. 책상. 의자가 놓인 아늑한 공간.
월세로 얻을 수 있는 공간은 창이 클수록, 청결할수록, 침대 옆 남은 공간이 많을수록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높게 형성된 가격은 곧 내가 그 공간을 점유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나마 그 높높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얻은 공간은 '내 집'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월세를 전세처럼 혹은 월세를 내집처럼 오래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법적 보호가 없는 우리나라에서 월세 공간은 '내 집'이 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내집 마련'을 목표로 '하우스푸어'가 되면서도 '내 집'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현실도피차 찾은 작은 집 디자인 도감에 실린 그들의 집은 '내 집'에 대한 상상을 돋우었다.
특히, 테츠카 건축 사무소의 엔가와 하우스는 보통이 아니었다.
실외 공간이 실내로 자연스럽게 관입되어 자연스럽게 내외의 소통을 유도한 개방구조와
일자로 긴 복도, 기능적인 벽으로 구성한 실내 공간이 탁월했다.
철저한 실용성을 기반하여 목재마감으로 아늑한 느낌을 연출한 그 공간은
설계시공비, 난방비 및 관리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당장 살고싶은 집이었다.
그 외의 다른 집들도 내 현실의 월세공간, 나의 보통과 달랐다.
작은 집 디자인 도감 속 그들의 집을 두세번 꼼꼼히 살펴보고,
Jesper Wachtmeister의 Microtopia를 다시 보고
なかむらよしふみ의 건축가가 사는 집을 다시 읽고
なかむらよしふみ의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를 읽으면서
먼 훗날 언젠가 만나게 될 내 집에 대해 상상,생각해본다.
책으로의 도피가 끝나면 월세를 걱정하는 현실로 돌아오므로
도피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면서 도피하기 좋은 계절이므로
길어지는 도피를 묵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