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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평점 :
부제가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책이었다.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이라는 말을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 한 켠에 잔잔히 눈이 녹는 것 같았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모든 믿음과 희망이 사라져 버린 순간이 있었다.
정말로 아픈 시간을 보냈고, 정말로 그만 아프고 싶었다.
내게 일어난 일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정말로 내가 낫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작가 소개 글부터 좋았다.
일개 직장인으로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믿음직스러웠다.
바쁜 일상 속에 시간을 내어 굳이 이 사람의 글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은 것이다.
지금의 나를 대변해줄 것만 같고, 이해해줄 것만 같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 같았다.
책은 고요히 말을 걸어와서 좋다.
남의 상처를 내 상처 치유하는데 밑거름 삼는 건 좋지 않지만 상처를 받은 적이 있고,
그 고통의 깊이가 깊을수록 깊이 공감 가고 위로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속상하다.
사회 생활을 할 때에도 그렇지만 인간관계에서 자존감을 다칠 때가 많다.
아무래도 나의 내력이 약한 탓이겠지만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나름의 방법을 찾곤 했다.
가령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친구들을 점점 멀리한다거나
똑같이 상처가 될 말들을 하는 어린 짓들 말이다.
어른스러워지고 싶었다. 누군가가 본받을 만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전혀 어른이 되지 않았다.
자존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쌓아온 벽돌은 누군가의 물질 한번에도 쉽게 무너지는 모래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애초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최선을 다해도 안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결국 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었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일러스트가 참 귀여웠고 색감이 따뜻했다.
글과 아주 꼭 맞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작가가 직접 그림도 그려서일지 모른다.
도입부에 나오는 '자살'에 관한 에피소드는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관점에서 직접 겪은 일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 일을 겪은 이후의 이 사람이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빛바랜 호랑이' 에피소드는 정말 충격적이었고, 마음이 아팠다.
불편한 이야기이지만 누구에게나 너무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일이었다.
비슷한 일을 겪어본 적이 있어서 더욱 그랬을까? 이렇게 소리 내어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챕터가 길지 않아서 어디서든 쉽게 읽히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유투브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잠시 웃고 잠시 쉴 수 있겠지만
책만큼 깊고 따뜻한 위로는 없다.
이런 위로를 받으면 또 한동안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