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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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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언급된 제목이나 서늘함이 느껴지는 블루톤 색상, 무표정한 남자의 얼굴이 의도하는 건 뭘까 많이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의미가 더욱 와닿는다. 얼음 알갱이 같은 홀로그램은 책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반짝임이 얼음 못지않다.


자신의 꿈은 무엇이고 그걸 이루기 위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아이들은 미처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어른들의 욕망과 기대 속으로 떠밀려 들어간다. 때문에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던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어른들 말과 달리 성공이 보장된 길이 아닌, 딛고 일어서야만 하는 방황의 출발점에 서게 된다는 사실이 곤혹스럽다.


<얼음이 빛나는 순간>은 기숙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오와 석주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것인지 부모의 것인지 모를 목표 앞에서 위태롭던 어느 날 우연히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고 그 여행은 이후 지오와 석주를 각기 다른 길로 이끈다.


고등학교 자퇴 후 연락이 끊긴 지오에게 같은 반이었던 석주가 3년이 지난 시점에 메일을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현재의 지오와 과거 있었던 일을 교차해 보여주는데 마치 과거는 지오가 올라탄 기차를 얻어타고 지오와 함께 현재의 석주에게 가까이 가는듯한 모양새였다.


지오는 석주에게 가는 동안 과거의 일들, 지난날의 자신을 되돌아본다. 아버지 강요에 굴복해 무기력했고 자신이 원하던 바를 소신껏 말해본 적이 없었다. 기차 객석 옮겨 다니듯 제자리를 찾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지만 석주와 만남 이후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앞으로 자신이 선택하게 될 일들을 떠올린다.


석주는 엄마가 병 치료를 미루고 자신을 낳았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자 결심했을 것 같다. 아빠, 형과 동문이 되겠다며 각고의 노력 끝에 결실을 앞두고 있었지만 그 일을 겪고 난 뒤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결국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부모, 어른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 역시 맹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던 때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꿈과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에 큰 후회가 남았었다. 어떤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었는지 떠올리면 고개를 들 수가 없는;; 

부모가 생각하는 성공, 안정적인 직장, 탄탄대로 같은 미래는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정작 아이들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 사실 나도 부모인지라 내 아이의 미래가 굴곡 없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몸부터 움직일 때가 많지만,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게 뭘까 생각하며 일단 멈추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은설 아버지는 아이의 뜻을 인정해 주고 지지해 주는 멋진 부모이자 어른이다. 아이의 선택과, 책임지는 모습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부모에게 아이가 느끼는 든든함이란 말해 무엇할까.


선택은 참 어렵다. 앞으로 아이가 크면서 끝없이 맞닥뜨리게 될 선택의 순간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속을 채워주고 싶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하면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지오는 비루함과 비열함, 비정함 같은 인간의 속성을 낱낱이 까발리는 소설들이 좋아 현대 문학에서부터 고전까지 섭렵했다. 그리고 작품의 인물을 통해 남들 또한 자기와 다르지 않음을 보며 위안을 받았다. 또 등장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인생에는 여러 번의 계기와 기회가 있다고 말해 주는 게 비록 소설일지라도 좋았다. - P154

석주는 자기 삶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평생의 목표였던 의대 진학조차 엄마 아빠의 꿈이었지 석주 자신은 어떤 의사가 될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 그런 삶은 부모와 가족의 자랑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기 삶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P202

어른이 된다는 건 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목록‘보다 ‘그럴 수도 있지 목록‘이 더 늘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 P228

"물가에 있어 보마 깨인 얼음장이 흘러가다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이 있어. 돌에 걸리거나 수면이 갑자기 낮아져가 얼음장이 곧추설 땐 기여. 그때 햇빛이 반사돼가 빛나는 긴데 그 빛이 을매나 이쁜지 모린다. 얼음장이 그런 빛을 낼라카마 우선 깨져야 하고 돌부리나 굴곡진 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기여.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우연으로 시작해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기라. 사는 기 평탄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고난이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마 그제사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지."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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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이금이 중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주성희 그림 / 밤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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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첫 출간 이후 40쇄가 발행되고

올해 개정판으로 돌아온 반가운 책이라고 한다.

나는 개정판으로 처음 이 책을 접하긴 했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라니 친숙한 기분과 동시에

얼른 읽어보고 싶어서 배송기간이 길게 느껴졌을 정도~ㅎ


TV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작으로

최근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크게 그린 사람> <스즈짱의 뇌> 등을 읽으면서

장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연달아 찾아왔다.



수업시간에 하고 싶은 것들에만 관심 갖고 휘휘 돌아다니는,

수아 같은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이라고 상상해봤다.

가뜩이나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이 선생님과의 학습에 집중하지 못할 것은 뻔하고,

선생님이 그 아이를 신경쓰느라 다른 아이들은 역으로

케어를 못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반 아이들은 수아가 첫인상과 달리 돌발 행동이 잦고

이 때문에 더러 피해가 생기자, 불만을 토로하고 비난하기에 이른다.

어른들도 계속해서 영무에게 수아를 맡기니

영무는 수아에 대한 애정과 얄미운 감정이 수도 없이 교차해 괴롭고,

뒤따르는 책임감이 무겁기만 했다.

이쯤 되었을 때 이금이 작가님은

우리에게 ‘다름’과 ‘차이’에 대해 넌지시 이야기한다.

장애 그리고 비장애에 대한 태도가 한 끗 차이로 사뭇 달라지는 나 같은, 우리에게

수아를 좀 더 깊은 눈으로 지켜볼 것을 권한다.

바로 성남이처럼 말이다.

서로의 다른 점과 차이를 보기 시작하면,

우리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볼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사람들의 일방적인 반응이 수아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을지,

시도 때도 없이 비난을 들어야 했던 영무의 복잡했을 마음,

한 가족임에도 무조건적 지지 밖에서 삐딱한 시선으로 응수했을

일부 구성원 등의 모습이 이제야 보인다.

더불어 살면서 마냥 불편하기만, 또 마냥 좋기만 한 일들이 있을까?

좋은 건 더 늘려가고 불편한 건 줄여나가면 된다.

나와 다를 뿐이구나,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정책과 교육 등 여러 장치로 보완해준다면…

아직 꿈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라도 멀지 않은 미래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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