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 한길그레이트북스 62
최부 지음, 서인범.주성지 옮김, 조영록 해제 / 한길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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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살피게 된 것은 신문에 조선선비 최부의 표류기가 소개된 것을 우연히 접하면서 였습니다. 당시 하멜 표류기와 비교하며 소개했던 최부의 표류내용을 보며 적절한 비교인지 갸우뚱했습니다. 조선과 중국이라면 바로 인접한 나라요, 제주에서 육지로 돌아오다 만난 풍랑에 중국 동부해안에 쓸려간 것을 표류기라 칭할만 한 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고 당시 조선의 대외관계를 주마간산식으로나마 살펴보니 제 선입견을 다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가장 활발하게(?) 대외교류가 이뤄지던 중국이었으나 압록강변에서 허가제 무역이었고 그나마 중국이나 다른 세계의 문물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사신의 왕래가 고작이었던 실질적으로 쇄국체제였으니 조선밖 1리도 가보지 않았을 선비 최부의 놀라움이 오죽했겠습니까.
더구나 사신의 왕래도 북경과 한양을 잇는 길에 한정되었을데니 색다른 중국 남부 지역의 풍물은 그야말로 신세계와 같았을 것 입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더구나 왜구로 오인받아 목숨의 바람앞의 등잔 같았던 상황에서도 필답으로 위기를 모면하며 새로운 것을 보고 세심하게 담아두려 노력하는 최부의 모습에서 조선 선비의 모습을 보았다해도 과언은 아니겠습니다.
그 어려운 시기를 담담히 적어내며 자신의 곤궁함을 내세우거나 치우치지 않고 꼼꼼히 기억을 되살린 중국의 풍속과 모습은 풍류선비의 그저 한가한 기행문이 아닙니다. 새로운 세상을 보고 안계를 넓히고 우리에게 필요한 문물을 취사선택하게 하는 견문록에 가깝겠습니다. 수백년이 지난 오늘 최부의 치열했던 6개월을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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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1
오승은 지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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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수호지와 함께 중국 3대 기서로 꼽히는 서유기는 다른 소설에 비해 상상과 비현실적인 부분이 도드라지는 탓에 다양한 영화, 만화 등으로 진화해 왔지만 반대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다소 어린이 취향의 유치한 소설로 밀려왔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혼합되어 교묘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서유기는 고대판 판타지소설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 등장인물의 기상천외의 탄생 이야기부터 선을 행하고 악을 몰아내는 기기묘묘한 이야기 전개, 어느 한가지도 우리를 경탄케하지 않는 것이 없지요.
삼국지연의, 수호지에 비해 유독 번역본이 빈약했던 것은 서유기가 단순히 번역에 그쳐서는 그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강력하게 전달하기 어려움이 그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번역자가 단순히 번역에 그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몰입할 수 있는 현대적인 언어의 적절한 사용이 서유기의 재발견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겠지요.
이번 서유기 번역연구회의 시도는 그 초석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단순히 흥미위주의 축소 번역에서 벗어나 원문에 충실하고 또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후 번역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유기를 재창조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유기 2권은 등장인물의 출생기를 지나 드디어 서역을 향하는 구법 원정대가 조직되는 그야말로 서유기 핵심으로 들어가는 도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반지의 제왕 1편-반지원정대가 아니라 "서유기 1편 - 구법 원정대"의 시초가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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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3
나관중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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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의 삼국지가 70년대를 호령한 이후 이문열의 삼국지가 등장하면서 삼국지계는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이문열의 삼국지 출간은 과연 소설가가 풀어내는 삼국지가 기존 독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 지,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뭐가 아쉬워서 번역을... 이라는 세간의 평을 들을 정도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관우는 제갈량이 죽였다' 라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주장과 함께 이문열 특유의 현란한 이야기 전개와 박식함을 무기로 유비 위주의 기존 삼국지를 뒤엎은 파란이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삼국지의 독자층이라면 모두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고 깊이 영향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영향의 장단점이 있으니 삼국지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확대됐다는 장점과 더불어 이문열식 삼국지가 대세가 되어버렸다는 즉 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단점도 무시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확장된 삼국지 시장은 역시 이시대의 뛰어난 두 문필가 황석영, 장정일까지 끌어 들였으니 과연 삼국지의 위력은 어디까지 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30여년간 침묵하던 김구용님이 다시 붓을 잡으니 전통적인 한학자의 재해석이 또다시 궁금해집니다. 삼국지는 시대를 지나며 중국내에서도 다양한 판본이 등장했고 그 판본에 따라 구성, 작품의 충실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출간은 가장 정사에 근접한 판본으로 평가받는 '모본'을 기초로 하여 작업한 성과입니다. 한자로 씌어진 소설 특성상 완벽한 해석은 물론이요, 그 당시 한자어의 쓰임에도 능통해야 하므로 한학자 출신의 김구용님은 확실히 잇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삼국지 자체뿐 아니라 당시의 시대상 등 방대한 주변자료까지 함께 연구하여 내놓은 성과물이니 그 노력의 결실이 대단합니다.
그중 이 3권은 신으로 승격된 관우의 대활약상이 나오는 독자로 하여금 가장 흥이나게 하는 대활극의 장입니다. 관우의 오관돌파! 그 제목만으로도 흥분되지 않습니까?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무위를 뽑내는 관우의 모습은 그야말로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 그의 이미지를 깊숙히 각인시키는 그의 팬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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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초기시 역해
두보 지음, 김성곤 외 역해 / 솔출판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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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의 방편으로 시작했던 한자 공부가 한때 한시로 잠시 외도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자가 뜻문자라는 특성으로 한자한자가 다양한 의미를 표현해 내는 점이 특히 한시에서 도드라지게 매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시는 한글로 풀어 감성하는 것보다 그대로 읽고 뜻을 음미하는 것이 제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 한시를 접했을 때 상쾌하고 호방한 멋이 풍기는 이백의 한시에 푹 빠졌습니다. 구절구절 보이는 그의 천재성이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두보의 시를 읽다보면 애잔한 그의 시 뿐 아니라 한자 한자 가슴을 쥐어짜며 고치고 고쳤을 참담함이 떠올라서 였습니다. 평생을 곤궁하게 살았고 그 곤궁을 탈피하고자 끊임없이 입신양명을 꾀했던 그가 끝내는 좌절하고 쓸쓸하게 여생을 보냈던 탓에 중년 이후의 시들은 더욱 감상하기에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 그의 시들은 그야말로 중국을 통틀어 최고의 시라 칭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두보의 시는 줄곳 중년이후 말년까지의 시들이 소개되었고 불우한 시들로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덜 알려졌던 두보의 초기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그 성실함은 여전히 들어나고 있습니다.
그의 말년시만큼 절절하고 와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왠지 더 정이 가고 정겹습니다. 두보의 새로운 모습을 찾고자 하는 분께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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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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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난 느낌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베르베르였습니다. 그의 전성기라는 평가에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의 번득임과 날카로운 관찰은 여전했고 되려 처음 그의 명성을 알린 개매에 비해서 더 잘 갈고 닦여진 듯 느껴집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에도 다 읽고 나 후에도 한참동안을 마음 한곳에서 뭔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 끈질지게 따라 붙었습니다. 그것이 그의 출세작 개미에서 느꼈던 집요함이었다는 것은 한참을 지나서였습니다. 물론 단편의 특성상 집요하게 물고 늘어짐 보다는 반짝임과 반전이 더 도드라지고 나무는 그러한 장점이 극도로 부각됐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속에서도 집요함을 바랬던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감탄을 자아내는 소재와 그것을 엮어가는 번득임도 장을 더할수록 그것이 작가가 넘치도록 가지고 있는 재치의 나열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드는 것은 정말이지 베르베르에게 가졌던 너무나 큰 욕심과 기대였던 듯 합니다.

그의 치밀함이 맘껏 드러날수 있는 또 다른 개미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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