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 제국사 324-1453 - 까치글방 171 까치글방 171
게오르크 오스트로고르스키 지음, 한정숙, 김경연 옮김 / 까치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비잔티움은 로마의 적통을 이어 받아 1,000년여를 역사를 이어 세계사의 한축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변두리 역사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이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의식이 주가 되어 온 서양의 역사관점에서 이슬람 세력 의해 패망한 비잔티움의 역사는 숨기고 싶은 치욕의 역사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기독교사상과 문화가 지배하는 현재의 서양세계에서 다소 이질적인 그리스문화를 계승하고 독특한 그리스정교문화를 꽃 피워왔던 이들은 동질감을 가지는 역사라기 보다는 이교도의 역사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이는 중국의 시각에서 바라 본 거란이나 만주족의 역사와 같은 운명이었는 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기억되는 비잔티움의 역사는 그 멸망과 함께 동유럽의 오스만투르크 진출을 가속시켰다는 것, 러시아에 그리스 정교을 전했다는 것, 망명한 학자들에 의해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촉발되었다는 정도의 몇몇 이야기들 뿐입니다.

물론 비잔티움 사회가 그 당시 서유럽과는 크게 다른 동방제국과 유사했고 이것이 낙후성의 증거로 보여졌던 점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1,000년을 이어 존재했던 국가는 그 존재가치가 있음이 틀림없고 비록 이슬람의 질풍노도와도 같은 도전으로 마지막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위기의 순간에서도 이를 대체하는 신세력이 등장하지 못했다는 것은 비잔티움의 숨은 저력을 말해준다 하겠습니다.

그간 비잔티움은 역사의 불모지였고 관심 밖의 대상이었던 탓에 알고자 해도 마땅한 자료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이책은 기존의 서양사관에 기초하지 않고 비잔티움의 계승자의 시각에서 충실하게 씌여진 많지 않은 책중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이책은 제국의 마지막을 서술함에 있어서도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삼부작 중 하나인 '콘스탄티노플 함락'에서 보는 것과 같은 긴박함과 치열함을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비잔티움의 역사가 그저 처절하게 패망한 패자의 역사가 아니라는 저자의 시각에서 비롯됩니다. 패자의 마지막이 처절함은 있으나 화려함이 없음은 당연합니다.

비잔티움 역시 그 마지막은 처절했으나 그 마지막이 전부임이 아님을 이 책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잔티움의 역사에 갈망했던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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