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 빅뱅에서 진화심리학까지 과학이 나와 세상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최준석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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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독後감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 최준석 저

내게는 약간 익숙한 중국 역사는 어느 날 갑자기 본격적으로 대면하려고 하면 광막한 바다일 수 있다. 하도 막막해서 어디로 발을 디뎌야 할지 모르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법률도 정치도 경제 문화도 모든 것이 그렇다. 개인이 살아온 맥락에 따라서 생소한 어떤 분야는 질식할 것 같은 광대함에 아예 외면하고 회피하기까지 한다.

내게 자연과학이 그랬다. 오래전 대학입시에서 얼치기로 배운 몇몇 과학용어 이외에 깡무식인지라 이제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분야가 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누군가의 자연과학에 대한 독서와 공부와 취재와 글쓰기가 내 눈에 힐끗힐끗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연과학 학자는 당연히 아니고 출신 학부조차 그것이 아니었을 게 뻔한, 직업이 기자인 지인이었다.

첨단의 자연과학을 취재해서 인터뷰 기사를 쓰는 것이었다. 출장지가 대덕연구단지 등등이었다. 기사는 제목만 힐긋하고는 본문은 읽지 않(못)았다

나노 빅뱅 홀로세 쿼크 등등 최신의 자연과학이나 공학 용어 한두 개만 나와도 독해력에 버그가 나서 정지해버리는 나로서는, 약간의 경외감도 있었다. 그때까지 내 속에 누적된 역사의 우울증 한 가닥도 영향이 좀 있었다.

그가 단행본을 냈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 최준석

전통시대의 과학의 역사는 물론이고 20세기 이후 21세기에 만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자연과학의 새로운 발견들을 포괄하여 21세기 현재의 자연과학을 큰 얼개로 보여주고 있다.

마치 어려운 전문서를 읽고는 엑기스만 뽑아서, 그것도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나레이터 선생님이다. 중국 역사에서 빌려 오자면 설서인(說書人)이랄까.

이런 “안내서”로 보이기 쉬운 책들은 출판 기획자들에 의해 구성되고 약간의 필력을 가지 필자에 의해 얼치기 겉핥기로 흐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오래된 자연과학 탐구가 자기 삶에 녹아들었고 그것을 추려냈다.

마치 나처럼 꼭 막힌 ‘자연과학 먹통류’을 위한 친절한 최신 자연과학 입문서이자, 자연과학으로 인간을 음미하는 인문교양서보다 더 인문적인 진짜 인문서를 써낸 것이다.

10개 단원에 단원마다 수십 권씩 되는 참고문헌 리스트가 그 증거이다. 글 속에 녹아 있는 사람에 대한 은근하고도 폭넓은 탐침들이 음미해서 찾아온 어휘 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그 실체를 말해준다.

재미있다, 무지하게.
유익하다, 시야를 넓게 트여준다.
자연과학의 인문학 터치가 철학으로 몰려오는 느낌이다.

내가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으니 주변에 추천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문 사회 정치 역사 문화 문학 등 소위 문과적인 텍스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이과적인 탐구가 인간을 조망한다. 달의 뒷면을 우주선 사진으로 보는 것이랄까.

역사를 읽다가 권력의 역사에 휘둘리면 일종의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우울감을 슬며시 걷어내고 자연 앞에 겸손한 사람으로 조탁해줄 수도 있다.

일독이 아니라 필독을 권한다.

책값이야 이미 주문할 때 온라인 결제로 출판사에 선불했으니 그건 됐고, 저자에게 글 값으로 막걸리나 한잔 사야겠다. 두 사람 정도 동석할 ...... ^^

뱀발 ㅡ 자연과학자는 이런 글을 어떻게 생각할지 벼롼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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