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불금이라고들 하는 금요일밤이지만 오히려 나른한 기분에 오롯이 혼자의 시간을 누리는데 주로 늦은밤 운전해 시내로 나가 심야영화를 보며 나만의 세상속으로 느긋하게 여행하는 일주일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한주간 밖으로 쏟아낸 에너지가 내안으로 수렴되어 충전을 하는 날이 바로 금요일밤이 되는 셈이다.

오늘밤은 어떤 영화가 있을까 찾아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아직 걸려있어 그것으로 정했는데 시간대가 정말 완전 한밤중이다..24시가 넘어 나가야하니 그시간에 가면 영화관에 과연 몇명이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텅빈 극장이라면 더 좋을듯~^^

지난주엔 본 영화는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Call me by your name˝을 개봉일보다 먼저 볼수 있었는데 책으로 만나고 영화로도 만나고 오늘 추가 주문해둔 원서가 배송되어 앞으로 며칠간 원어로 작가의 감성을 그대로 느껴보고 싶으다. 게이소설이라고 할지 모르나 개인적으로 그런 냄새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나에게는 ‘사람‘만 보이더라. 진짜 인간대 인간으로서 말이다. 그 인간적인 모습에 참 많이 공감되고 가슴저리게 읽고 또 보았던 작품이었다.

영화포스터에 적힌 ‘첫사랑의 마스터피스‘란 문구를 보며 여기서 말하는 첫사랑이란 시간적 기준으로 ‘처음‘하는 사랑이 아니라 본질적인 진짜 사랑의 첫사랑을 말하고 있음에 더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지고 강렬했다고나 할까.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뜨거운 여름, 단 6주동안 벌어졌던 엘리오와 올리버의 충격적인 사랑너머로 감정이 파도처럼 몰려와 숨막히고 눈물나도록 가슴에이고 그렇게 그들의 진실되고 정직한 언어속에 압도당해버렸다.

영화에서는 뒷부분이 생략되었지만 이어지는 엘리오의 행보는 참으로 숙연해지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사실 나는 나중의 그들의 모습이 더 궁금했었다. 보통 어릴때 본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끝나는 동화를 읽었을때도 늘 그 후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곤 했었는데 그곳에 진짜 이야기, 진실이 있을것만 같아서였다. 아마도 엘리오의 삶 전체를 볼수 있었기에 나의 종교와 무관하게 게이소설이라 폄하할수도 없었고 그들의 관계가 진실이었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보통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마음속 감정을 글로 정리하곤 하는 나이지만 이 작품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그런 힘으로 며칠동안 나를 잡아두었던것 같다. 원어로 읽으며 다시 정리해보기로 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참, 원작의 제목인 ‘Call Me By Your Name‘을 ‘그해, 여름 손님‘으로 번역한걸 두고 뭐라뭐라 말들이 많던데 개인적으로 참 좋은 제목이라 생각되어진다. 꿈같은 비현실적 이야기속에서 제목만큼은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손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소설속에서는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는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나 자신을 제외하곤 모두다 ‘손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성이 마비되는 순간, 아니 이성이 끼어들수 없는 그런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사랑은 미친 짓이다‘가 아니라 ‘사랑은 미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끝을 알면서도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용기는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그래서 문학이나 고전, 영화를 통해 그저 간접경험으로 대리만족하며 현실속에서는 ‘삶‘과 연결된 이성적인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혹여 그런 사랑에 빠질지라도 엘리오처럼 사랑의 댓가로 주어지는 행복도 고통도 완전히 다 내것으로 가져갈 힘을 가져야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으로 여운이 가시질 않으니....누구 말대로 한말 또하고 또하는 걸 보니 늙어가는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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