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ㅣ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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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주일 오후예배도 없어 대예배후 성가대연습만 마무리하고는 바로 오송도서관으로 차를 몰고 가는 길에 30여분 차안에서 음악을 크게 들으며 비오는 도로를 달리는데 차창으로 날리는 빗방울의 촉감이 가을비라 그런가 쓸쓸하면서도 참 기분이 좋았다. 비오는 거리는 한산하고 이대로라면 어디든 멀리 운전해 가고팠지만 내일은 출근이라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도서관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는 세계문학수업 강사쌤이 말씀해주셨던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를 읽어내려갔다.

미국 뉴욕 월가를 배경으로 산업화, 도시화된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주의를 비판한 수작으로 오직 돈으로 환원되버린 인간상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이렇게 살다가 어떻게 끝이 날지 상상하자니 바틀비처럼 존재감마저 사라지고 허무하게 끝이 나는건 아닐까 싶어 산다는게 갑자기 아무 의미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에서 바틀비가 변호사의 작업지시를 거부하며 했던 가장 유명한 표현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 문학시간에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던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도 중요하다”며 퇴직 후 그렇게 자유하려고 노력하신다는 수강생이신 나이 지긋하신 분의 말씀을 들으며 내게도 할 자유만이 아닌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원치않는 일로 상대방의 요구에 ‘No’라고 언제든 반응했던가 따져보니 내겐 그렇게 미움받을 용기가 언제나 부족했다는 것이다. 배려라는 미덕에 신앙적으로도 나를 낮추어 남에게 맞춰 사는것이 옳다는 도덕적 강요로 스스로를 강제하며 살았던것 같다. 더욱이 여성으로서 착한여자 콤플렉스에 빠지기 쉽기도 하다.

이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집어들었다. 다음주는 여류작가의 책들이 텍스트라 먼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빠져들어 읽었고, 정말 다음주 문학시간에는 관련영화 “The hours”를 보기로 했다. 오만과 편견은 워낙 유명해서 각자 보기로 했다. 강사샘이 이야기해주신 여류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대를 뛰어넘는 정체성을 가지고 멋진 글을 썼고 시대에 굴복하지 않으며 도전했던 그녀들의 삶자체가 정말 눈부시다는 생각이 들으며 전에 읽었지만 작가의 삶과 시대상을 이해했으니 다시 제대로 읽을 수 있을듯하다.

긴긴 연휴 책과 영화로 보내려니 쫒기듯 읽던 활자들이 이젠 길게 늘어서있는 기찻길처럼 누워있는 느낌이다. 책속으로, 그 길로 여행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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