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을 읽었다.
제목만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고 내용은 잘 모르는게 ‘고전’이라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내가 상상했던 내용과는 너무 달라서 많이 놀라고 당황스럽기까지 했고, 내가 이해하는 일반적인 성경속의 ‘좁은문’과 지드가 말하고 싶었던 ‘좁은문’사이에 거리감이 많이 느껴졌는데, 생각해보니 오히려 지드가 말하고 싶었던 ‘좁은문’이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며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의 문제를 좁은문, 좁은길에 빗대어 다루었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한 선을 추구하고 완벽하게 거룩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구도자같은 유미주의자인 알리사를 보며 그녀가 꿈꾸고 열망하는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성스러운 한 인간으로 살고자 너무나 애쓰는 모습을 보자니 참으로 대단해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처구니 없을정도의 불가능한 완벽에 대한 집착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속여가면서 스스로를 억누르며 자기가 만든 환상의 세상속에 자신을 가두고 헤메다가 결국 죽음에까지 이를 수 밖에 없었던 그녀가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와 무겁게 의식이 내려앉으며 깊은 상념에 빠져버려, 또 다시 책속에 너무 이입되어버린 내 자신을 보며 손사래를 치곤 어서 잠이나 자자며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난 아직 잘 모르겠다. 교회라는 장소, 건물과 성경속에 우리 각자가 하나님의 처소라고 말씀하신 대로라면 우리 모두가 교회일텐데 어딜가나 인간들이 사는 곳이면 있을법한 문제들이 이곳에도 마찬가지로 너무 만연해있고 그저 교회라는 울타리의 ‘또 다른 세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라서 더욱 온전하지 못한 모습을 보일수 밖에 없는 곳이 교회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도 나자신은 어떠한가 반문해본다. 거룩하고자 하나 그렇지못한 속된것들, 더러운 것들이 얼마나 많는지. 그러하니 남들에게 아름다움과 선함을 기대하는건 잘못된 잣대를 들이대는 일임에 분명하다.

책속에서 알리사가 추구했던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천국이 아닌 다음에야 세상속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의 타협도 필요하고 인정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고 믿는다. 물론 긴 삶의 여정으로 보자면 성화되어가는 과정이라 여기면서, 현재 지금의 자신을 온전히 볼수 있어야 하겠고, 부족하고 아름답지 못한 부분까지도 끌어안고 환상을 쫓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충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보는 일조차 거부한 그녀가 과연 올바른 신앙인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자세인걸까?

지인과 가볍게 대화중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를 말하길 시간이 흐르면서 언젠가는 감정도 식고 상대방의 못난 부분도 다 보게 될텐데 그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사랑이 그렇게 허물어질 것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사랑대로 하고 결혼은 현실적으로 선택했다고 자신의 실제 경험이기도 하다나. 누구나 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사는것 같다. 나를 돌아볼때 진정으로 사랑이라는걸 해 보았나 싶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진심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믿는 사랑은 현실에 기초한 사랑이다. 때론 낭만적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감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고 현실에 뿌리를 내릴수 있는 견고한 사랑이 더 단단하지 싶다.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진다. 내게도 두 얼굴이 있듯이 상대방도 마찬가지. 한쪽면만 보면 환상만 부풀어 오른다. 그런 신화를 상대방에게 씌우면 얼마나 큰 짐이되겠는가. 미숙한 사랑이다. 이기적인 사랑이다. 양면을 다 보려는 의지가 필요하고, 그만큼 서로 정직하게 보여주어야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서로 제대로 보여주는 용기. 또 제대로 보려는 의지적인 용기. 사랑한다면 모두다 품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겠다.

우린 어쩔 수 없이 모두다 각자의 사랑을 한다. 서로 사랑한다해도 같은 사랑일 수 없는것 같다. 이 책속에서도 제롬과 알리사는 서로 죽을만큼 사랑하는 것은 맞다. 단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부족해 보였다. 알리사의 그런 예민한 기질을 이해해주고 먼저 다가가서 좀더 과감히 행동하지 못하고 오히려 알리사에게 압도당한듯 끌려다니며 참 소심한 모습으로 당황해하며 늘 자신의 생활속으로 도피하듯 도망치는 그를 보고있자니 알리사만큼 제롬 역시 참 답답했다.

「체실비치에서」라는 책속에서도 서로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갑작스럽게 펼쳐진 상황속에서 상대방을 그저 홀로 내버려둔채 자신만의 세계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그런 안타까움이 이책에서도 느껴졌다.
두 책 모두 주인공들은 결국엔 서로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깨닫지만 그저 평생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만 한다. 사랑이라는것 정말 흔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사랑, 참 쉽지 않음을 문학을 통해 또 한번 깨닫는 지점이었다.

뭐하나 제대로 행동으로 해보지도 못하고 너무 많은 말들과 글(싯구, 편지, 일기)들만 의미심장하면서도 공허하게 난무하다 끝나버린 책 「좁은문」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 참, 사랑에 대한 속 깊은 감정과 생각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앙드레 지드의 세밀한 감성적인 글들이 내면 깊은 곳을 울리게 해주어 읽는 내내 푹 젖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긴 했다.

둘이서 나란히 걸을 수도 없을 만큼 좁은길, 혼자서 밖에 걸을 수 없는 좁은길이라는 표현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앞서가며 때론 따라가며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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