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부클래식 Boo Classics 1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두행숙 옮김 / 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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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인문학 책이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집어들었다. 국민학교 6학년 겨울방학때 범우사에서 나온 얇은 이책을 시내에 나가는 분께 부탁해서 구입해 읽은지 33년만이다. 겨울이 유난히 혹독했던 강원도 산골에 살았던 그 시절, 계몽사 방판아저씨로부터 엄마가 사주신 몇몇 세계 명작동화와 창작동화, 전래동화, 위인전등의 접집들이 내 유일한 어린시절 글읽기였고 책이 귀한 때였기에 읽은 책을 되풀이해가며 읽고 또 읽곤 했다.

내가 살던 곳은 집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참으로 외진 농촌 산골 마을로 대암산 아래자락에 위치해 양구 시내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몇번만 운행하는 그야말로 시골이었다. 그시절 왕복 한시간이 넘게 걸어서 다녔던 국민학교도 오래전 폐교가 되었다고 들었다. 아빠는 직업군인이셨고 엄마는 군사지역 특성상 주말이면 면회온 전국각지의 부모들과 친구, 애인들이 묵을 수 있는 그런 여관을 하셨다. 내 유년시절은 부대 내무반에서 군인아저씨들과 공기놀이하며 지냈던 일, 부대에서 먹었던 맛있었던 카레와 생선튀김, PX에서 아빠가 사다주신 병으로된 베지밀과 아직도 혀밑에 달콤함이 느껴지는 그당시엔 커보였던 크라운 산도,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며 볏단을 역어 만든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비를 피해 들어갔던 그런 움집같은 곳에 숨어 들었던 일, 방과후면 항상 친구들과 들과 산으로 개울로 헤집고 다니며 모험했던 일상들로 가득 차있다. 그때를 더듬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빛으로 찬란했던 그저 나로 충만히 존재하고 또 존재했던 그것만이 다였던 세계가 떠오른다. 아마 내 평생에 가장 유토피아적인 이상적인 시기였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시골에서 대도시로 전학오기 전까지, 그러니까 중2때까지 전원생활을 누렸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내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근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떠나온 후로 아직까지 다시 가보지 못해서인가 꿈속의 장소만 같다.ㅠㅠ

군불을 지핀 방의 아랫목에 배를 깔고 뒹굴거리며 읽었던 책중에 세계전래동화를 가장 즐겨 읽었다. 글을 읽으면 머릿속에선 영상이 쫙 펼쳐진다. 그런 환상의 세계를 공상하며 내가 사는 현실의 세계가 아닌 또다른 멋진 세상이 존재하리란 막연한 동경으로 무한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런 시간들을 참 좋아했다. 한창 사춘기를 겪으며 중학교로 넘어가던 시기 좀더 읽기를 넓혀가며 읽은 책들이 괴테의 이 책을 시작으로 워즈워드의 시집, 철학 입문서들,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었다. 얼마전 <데미안>도 다시 읽었지만 요며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다시 꺼내 읽고 있으니 어릴적에는 정말 온전히 이해하며 읽지 못했구나 싶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읽다 울다를 몇번 반복해가며 읽었다. 베르테르가 죽음을 결심하며 토로하는 글들은 너무 가슴아파와 마음을 절름거리며 읽었다. 1774년에 쓰여진 책이니 200년이 더 된 그시절에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내면적인 일은 이다지도 변함이 없는지..아마도 진실되이 철저히 자기자신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자들은 같은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시대가 언제이든 그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관습과 제도를 뛰어넘으며 그저 내면으로부터 울려나오는 대로 살아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강인하면서도 한편으론 한없이 연약한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밖에.. 얼마전 읽었던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이 생각나며 좀더 이성적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감정에 매몰되어 스스로 파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베르테르를 보며 또다시 절감하면서 이성적 인간되기가 내게도 많이 필요한 부분임에 공감한다. 올초 방문했던 목사님께서 나에게 해주신 조언도 바로 그것이었다. 감정을 좀 절제하라는. 나도 감성적인 인간이기에 그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아프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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