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간 한글운동가 이극로 평전
박용규 지음 / 차송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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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남북한의 한글 문법의 몇가지 차이나는 부분에 있어서 북한 쪽의 문법이  더 타당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우리도 하루속히 북한 식의 문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느껴왔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두음법칙 불인정: 두음법칙 때문에 현재 크나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예컨대 한글 워드프로세서에서 한자 理 자는 <이>에도 들어있고 <리>에도 들어있다. 이러한 사실자체도 번거로울뿐 아니라 고전원문을 한자로 입력할 때 <이>로 입력했느냐 <리>로 입력했느냐에 따라 나중에 찾아보기에서 혼동을 일으킨다. 즉 원래 <리>로 입력된 경우 한글 <이>에서 전환한 理를 찾으면 한글자도 나오지 않는 예가 그것이다.

2)연속된 두 동사어를 붙여서 사용함: 예컨대 북한에서는 <아군이 적군을 공격돌진하지 않았다> 라는 표현이 가능하지만 남한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공격돌진하지>를 <공격, 돌진하지>라고 콤마를 찍던가 <공격하고 돌진하지>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난데없이 콤마가 들어가거나 불필요한 군더더기 말이 들어가게되면 문장의 힘이 많이 반감된다.

3)한자어 <的>으로 연결되는 앞뒤단어 붙여쓰기: 예컨대 북한에서는 <력사적사실>이라고 붙여쓴다. 이처럼 붙여씀으로써 한덩어리 단어를 만드는 것은 지나친 띠여쓰기가 난무한 현재 남한식의 글쓰기에 비해 훨씬 가독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상 몇가지 점을 보더라도 여러가지 훌륭한 면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북한에서는 모든 간판에서 한자 노출을 완전히 추방하였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자어쓰기를 결코 배격하지 않는다. 즉 <강성대국><주체사상> 등은 전부 한자어에 속한다. 이처험 한자어를 적극사용하면서도 절대로 한자를 함께 쓰자느니 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추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한에서 보여준 무슨 <순한글운동>이니 <국한문혼용>이니 하는 시대착오적 논쟁이 없다.

나는 평소에 <어떻게 북한에서 그와 같이 훌륭한 어문정책을 펼쳐왔는지 참으로 궁금하다>고 여겨왔었는데 우연히 접하게 된 {북으로 간 한글운동가 이극로 편전}이라는 책을 읽고 그러한 정책의 바탕에는 당시 최고의 학자가 떡 버티고 있었구나 하는 점을 알게 되었다. 책 내용 전체도 무난하게 읽히는 양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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