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일 - 매일 색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컬러 시리즈
로라 페리먼 지음, 서미나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본 책 40쪽에서 스위스의 심리학자 카를 융은 색에 관한 인식과 연상 사이의 연결성을 정의하며, 개인적 기질에 따른 색 인식은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지표라 언급했다. 카를 융이 색과 정신심리학을 연관지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색채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고,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컬러의 일]에서는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는 색채부터 생소한 색채까지 그 기원과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색 자체가 주는 느낌과 그것이 주는 사회적 의미까지 포함해 한 색채의 다양하고 포괄적인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

빨강

빨강은 적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색이다. 자연계에서는 독소나 불쾌한 맛을 경고하는 위협적인 색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빨강의 자극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나무껍질, 점토와 같은 세심하고 따뜻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또한 불타는 생명력과 신령을 의미하는 동시에 종교개혁 이후로는 매춘을 의미하는 색을 가지게도 되었다. 갈색 계열을 띤 빨강은 전체적으로 천연, 원시,전통, 자연적 의미를 갖는다. 원색에 가까워질수록 권력, 호화로움을 지나 색이 밝아 질 수록 위험, 경고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태양광의 빨강은 따뜻함, 치유, 휴식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하니 빨강이라는 색채 하나에 온 의미가 다 들어있다해도 무방하다.

주황

주황은 차가운 느낌이 없는 가장 따듯한 난색이다. 노랑과 빨강 그 사이에 있는 주황은 16세기 이전까지 노랑-빨강 이라는 지올로레드 라는 명칭으로 사용했다고 했으며 기록에 따르면 주황색을 부르는 명칭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해롯 대왕의 머리키락색, 태양, 금잔화 등으로 불렸다. 주황색에 노출되면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주황은 어떤 색채에서도 부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주황은 전체적으로 희망, 유쾌함, 밝음, 낙관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과거 예술 작품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테라코다 색채를 이용한 런던 사우스켄징턴의 기둥, 코럴 색채가 쓰인 체코 디 페이트로의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와 수도자>가 그렇다.

노랑

20세기 전까지 안료가 없었다는 노랑은 대부분의 안료가 독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위험이나 경고를 알리는 산업성이 강한 색깔로 인식이 되고 있으나 주위를 환기시키고 이목을 끄는데 노랑만큼이나 적합한 색깔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도가 높을 수록 찬란함, 톡톡 튀는, 이목을 끄는 등의 의미를 지니며 채도가 낮아질 수록 소박함, 따뜻함, 목가적인 의미를 가진다. 노랑의 색채에 속하는 골드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큰 영향력이 있었다. 때로는 황금으로 인한 전쟁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종교적 회화에서는 신성함을 띠는 색채로써 권위과 밀접한 관련을 지녔었다. 노랑의 현재와 과거의 의미 차이가 놀랍고도 재밌지 않은가.

초록

초록은 일본과 이슬람 국가에서 권위적으로 의미있는 색채였다. 천국, 풍요, 행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쇠퇴나 부활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부패나 질병과 연관되기도 한다. 또한 초록 안료는 과거 비소를 함유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하니, 과거의 초록은 현재 안전과 친환경을 의미하는 초록과는 전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 의미가 멀다. 초록은 빨강 못지 않게 많은 의미를 포함한다. 고급스러움부터 연약함, 자연적임에서 초자연적인, 신성함과 디지털, 레트로의 의미까지 초록이라는 색채 하나에 채도와 명도를 조금만 조절해서 이토록 무궁무진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인지 가장 자연적인 작품부터 현대적인 팬타그램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파랑

우리의 눈에 가장 많이 담을 수 있는 색채 중 하나인 파랑은 모든 예술가들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색이였다. 어릴 적 읽었던 책에서도 쪽빛 안료가 귀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는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서양에서도 파란 안료는 오래도록 매우 귀해 아껴두고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수록되었다. 파랑 또한 상당히 양가적인 의미를 띤 색깔인데, 고귀한 상류틍을 의미하는 색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노동자계층을 가리키는 색상이다. 또한 현재까지도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색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과거 한때 울트라마린 색상은 금보다도 귀했던 색이였다고 한다.

분홍&보라

역사를 통틀어 분홍은 남성적이기도, 여성적이기도 한 색상이였다. 1950년대 미국에서 여성성의 상징으로 분홍을 선전한 덕분에 현재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색으로 여겨진다. 비슷한 계열의 보라색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왕족, 신분, 고급스러움을 의미하며 신비주의와 영적 색깔로도 연상된다. 기억에 남았던 색채는 리빙 라일락이다. 자연친화적인 나팔꽃 색상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박테리아가 만들어낸 색으로 정의되었다고 한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큰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박체리아로 색상을 만들 수 있다는 그 자체로 섬유산업에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흰색 & 페일

흰색은 빛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색상이건 그 명도와 채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흰색이나 회색을 섞어야한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같은 혁신적인 기술 회사들은 글씨와 배경에 흰색을 두루 배치해 그 가시성을 높힌다. 이렇듯 어디서든 쓰이는 이 흰색계열은 수천 년 동안 인간이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타이타늄 화이트 색상이 발명되며 예쑬과 디자인에서 흰색의 사용법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선명하고 깨끗한 특징은 어떤 무채색과도 잘 어울리며 제품의 산만함을 줄이고 흰색이 상업적으로 매우 성공한 색상으로 거듭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갈색

안정적이고 건실한 이 색채는 가장 자연적인 재료로 만들어진 기원이 있다. 때문에 선사 시대 동굴벽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흙과 생명력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러나 밝은 색 옷을 입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주 입은 색상이기도 했기 때문에 겸손과 가난의 상징으로 치부되었다. 최근에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색으로써 어떤 아이템에도 어울리는 색상으로 안정감과 따듯함을 선사한다.전체적으로 편안함, 자연스러움, 변하지 않음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초록계열이라고 생각했던 카키색이 갈색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때 색 조합을 참고하기 위한 정도로만 생각한 서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색채를 제시하는 것 이상이였다. 그리고 이 책은 어떤 상황에서 어느 색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조언한다. 색이 가진 스토리를 알면 실생활에 조금 더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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