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삶의 서재 - 인간의 부서진 마음에 전하는 위안
캐서린 루이스 지음, 홍승훈 옮김 / 젤리판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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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전개는 보통 재미없다. 뻔한 결론 또한 재미없다. 세상에 하고 많은 글들 중에서 자기계발서만큼 뻔한 글이 또 있을까. 그래서 자기계발서를 읽는걸 주저하게 된다.

 

얼마전 자기계발서에 대한 재미있는(또한 공감되는) 글을 읽었다. 서점에서 집계하는 베스트셀러들을 보면 소설보다 자기계발서가 인기가 많지만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는 건 사실 '당신은 낚였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에서는 자기계발서가 성공한 소수의 사례를 쉽게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는다. 네가 지금 고통스러운 것은 운명이나 환경 탓이 아니라 당신 개인의 노오력!이 부족한 탓이다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누구나 고통스러운 부분은 있고, 극복하지 못한 것은 네탓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해대는 통에 오히려 고통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연대가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음. 공감이 간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의 삶을 정돈하고 치유하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러나 계발서를 읽고 나의 노오오오력!으로 무엇이건 가능하니 실패하면 그것은 내 탓, 혹은 너의 실패는 사회구조의 문제가 아닌 노오오오력!의 부족 탓이라고 의식의 흐름이 전개되면 곤란하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자기계발서를 선뜻 신청하기가 꺼려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내일 삶의 서재'는 세계적인 우울증 치료학자 캐서린 루이스박사가 집필한 책이다. 그런데 책표지부터 띠지까지 극찬 일색이다. 부서진 마음에 전하는 위안이 될 것이라는 부제와 함께 2018워싱턴 퍼스트 인문심리학 추천도서, 오프라 윈프리 추천도서이자 심지어 삶의 지침에 관한 감동적인 드라마라고까지 뉴욕타임즈에서 추천하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극찬들인가. 뻔한 이야기들 아닐까, 일과 사람, 인생 문제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세계적인 우울증 치료학자가 썼다는 것을 보면 그저 이 책 저 책에서 짜집기해서 무한 파생된 자기계발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 궁금증이 일었다. 약간의 호기심을 갖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책을 신청했고, 뻔한 이야기들 속에서 진솔한 감동의 메세지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세계적인 우울증 치료학자이자 유전학자 캐서린 루이스 박사는 왜 성공하는 삶, 실패하는 삶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지 밝히며 서두를 연다. 성공한 사람들이 실패와 위기의 순간에서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해나가는지 궁금증이 생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시작된 연구는 단순히 학위를 따는데 도움을 주었을뿐만 아니라 조금씩 저자의 삶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캐서린 루이스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회에서 평균적인 시선으로 제시하는 사회적 성공, 부, 명예 등을 거머쥘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는데 있지 않다.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맞닿을 수 있는 시련들과 싸우면서, 단순히 해결책을 찾는데만 그치지 않고 처한 시련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궁극적인 지향점을 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캐서린의 이 책은 성공을 향해 달려가도록 채찍질하는 성공지향형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내면과 자신의 삶을 가다듬고 행복과 성취의 기준점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려고 하는 심리 철학서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심리학자, 사회 저명 인사들, 우리에게 고전이라는 선물을 남긴 저자들의 명언과 그들의 지혜를 하나씩 소개하고 풀어나가면서 삶의 위기 순간을 견뎌내는데 필요한 용기라는 근육을 어떻게 단련시켜나가는지 상세하게 소개한다.

 

수십년 전 일부 사회과학자들이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들은 '유전적 긍정심리학'으로 환자들의 우울증, 불안감, 무기력증을 치료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연구나 치료방법이 좋은 삶, 즉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사회과학자들은 행복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를 몰두하는 일명 행복 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행복을 좇을수록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행복의 역설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캐서린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일의 '성공'보다는 오늘의 '성장'을 하도록.

'성공'은 '성장'의 일부일 뿐.

 

행복은 '동력-실행'이 결정한다.어떠한 상황에서도 뭘 꿈꿔야 할 지 계속 고민하고 액션플랜을 만들어서 바로 실행하라.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매우 확실한 의미에서부터 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좋은 직장, 집, 배우자를 얻는 내일의 '성공'보다는 삶의 목적을 정해 발견하고, 자기 인식을 높이며,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오늘의 '성장'이 필요하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신을 초월하는 것, 곧 성장이다. 성장을 통해 우리는 '겸손'을 배울 수 있다. 성공은 성장의 일부일 뿐이다. 무작정 성공만을 좇아서는 안되고, '지난 과거를 인정하는 오늘의 성장이 없으면 절대 내일의 성공도 이룰 수 없다'라고 말한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시간은 현재, 가장 필요한 사람은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 내 옆의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자기 암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내가 나답게 살도록 자기만의 성지를 마련하고, 삶을 의미있게 살아가도록 명상을 하거나 좋은 멘토를 찾는 등의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내일 삶의 서재'를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은 삶의 지혜를 설파하는 동양 철학서와 비슷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배웠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의 내용과 결이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전이 좋은 점은 줄거리나 등장인물을 모두 알고 있다 하다 해도 두고 두고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 펼쳐 읽어도 곱씹어볼 지혜와 깨달음을 주고, 성찰하게 하며, 내가 쌓아왔던 고정관념과 언식의 덮개들을 파열시킨다는 것이다. '성공하라, 그러기 위해서 소처럼 움직이고 시간을 쪼개어 너의 것으로 써라'라고 미친듯이 부르짖고 우리를 채근하며 독려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를 한결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바꾸어주면서 위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뭉근히 지혜를 던져주는 탈무드나 동양철학서, 고전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기사로 접했었는데, '내일 삶의 서재'에서 다시 또 접했던 글이 인상깊다. 몇년 전 섹시함의 대명사인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난소암 발병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양쪽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남긴 말이다.

LIFE

인생을 살다 보면 온갖 일이 다 생긴다.

사람이 죽기도 하고 파산하여 모은 돈을 다 잃기도 하고

엄청나게 배려해줬는데 뒤통수를 맞기도 한다.

그러나 저절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신의 뜻도 아니고 전생의 죄 때문도 아니다.

단지 나만 그 일의 원인을 모를 뿐.

날씨도 마찬가지다.

여름에 우박과 눈이 떨어지기도 하고,

겨울이 봄처럼 따뜻할 때도 있고,

가을이 겨울처럼 서늘할 때도 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볼때 여름은 조금 덥고 겨울은 조금 춥듯이,

좋은 마음을 갖고 살면 좋은 일이 생길 확률이 높고,

나쁜 마음을 갖고 살면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니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미 일어난 일은 일단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이미 지은 지난 과오는 기꺼이 받아들이되

그 과오가 싫다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여 상황을 파악하고 원인을 규명하여

해답을 찾아간다면 문제는 시련이 아니라

하나의 도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

 

앞서 내가 자기계발서 읽기를 꺼리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개인의 노오력!이 부족해서, 당신이 게을러서, 당신은 이제껏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류의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온 과거의 내 자신에게 자기 혐오에 빠지거나, 또는 책을 읽고 결심했으나 다시 스물스물 게으름증에 빠져버린 미래의 나 자신을 혐오하게 될까봐. 또 구조적인 어려움, 개인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쏙 제거한 채 개인의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치환해버리려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간단히 탈바꿈시키는- 어찌보면 폭력적인 문제 해결방식에 대한 염증을 느끼게 될까봐. 라는 이유들이 약간 작용했었다.

 

'내일 삶의 서재'는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있게 잘 읽혔던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들이지만 독자인 우리들을 루저로 몰아붙이거나 채근하지 않고, 삶에 대한 자세나 태도를 어떻게 견지해야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지혜를 알려주는 점이 좋았다. 누가 몰라? 라고 물을 법한 뻔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흔하고 뻔한 것에서 말하는 진실과 진리는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과 글의 힘을 얻어 오래도록 회자되어 그만큼 흔하게 느껴지고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문장의 의미에 대한 귀함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삶의 방향성을 잃었을 때뿐만 아니라 매일 매일 곁에 두고 조금씩 읽으면서 단순하지만 정직한 그 진리의 말을 머리로 가슴으로 행동으로 받아들여보고 싶어졌다.

끝으로 책에서 소개하는 '나를 지혜롭게 만드는 10가지 비결'을 옮겨보려 한다. 저자의 말대로 삶이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니까. 지혜롭게 그 길을 밟아봐야지.


나를 지혜롭고 hot하게 만드는 10가지 비결

1. 내면의 열정을 깨워라.

스스로 욕구를 찾아 충족시키기

2.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라.

우울함과 외로움이 사라지고 즐거운 상상이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3. 마음껏 울어라.

울고 나면,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4. 놓아주고 떠나보내라.

당신을 방해하는 것,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것,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놓아주어라.

5. 끈기를 잃지 마라.

끈기는 영혼의 보석이다.

6. 끌어안아 통합하라.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면 지금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

7.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신체를 위해 운동을 하라.

8. 숙면을 취하라.

숙면이야말로 외모와 정신에 가장 좋은 자양제이다.

9. 감사를 느끼고 표현하라.

당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마라.

10. 넘치도록 사랑하라.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서 기대고, 힘껏 사랑하고 표현하라!

 

뒤돌아보지 말고 순간을 소유하도록. 사랑하며 살면서 삶의 주인이 되도록. 2020년을 마무리하며, 2021년에 많은 이들에게 책을 빌어 좋은 생각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롭게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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