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지고 삶에 이긴 사람들
송광룡 지음, 이종국 사진 / 풀빛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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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면 좀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할법도하다.역사에 지고 삶에는 이겼다.역사가 어찌되던 나몰라라 하고 수신에만 열중했단 말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역사에 체념하고 살아간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 책은 지금껏 알고 있었던 혹은 이름조차 몰랐던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학문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허나 그 가치와 역할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후손의 예의 같은 느낌이 든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윤선도,정약용을 제외한 나머지 이 책에서 소개되는 분들은 부끄럽게도 어쩌다 이름만 한 번쯤 들어본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양산보,김인후,기대승,정여림,정개청,강항,위백규,초의선사, 황현 이렇게 총 열 한분의 이야기로 엮인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나의 생각 하나가 바뀌었다.

이전에 난 초야에 뭍혀 수신에만 몰두하는 사림들의 행동을 패배적이고 체념적인 성향이 강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잘못되고 바로잡아야 할 것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양반'혹은 '지식인'으로서의 한계라고 단정지어 생각했다.

허나 그 시대의 그들이 선택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대한 강한 애착과 타협하지 않는 올굳은 모습,그로 인하여 겪어야할 평생의 생활적 고단함과 궁핍을 기꺼이 겪어내고, 초야에 뭍혀 학문과 제자 양성을 통해 잘못된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단초를 마련하는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온 몸으로 겪고 있는 정치현실과 비교해 볼 때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합집산과 패거리정치,야합과 뒷거래로 얼룩진 현대 한국의 정치사에서,올바른 정견과 소신을 가지고 국민의 대변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정치인은 가뭄에 콩조차 날 기미 한치도 없는 이 땅 정치풍토에 묵언의 꾸짖음으로 울린다.

열 한분이 걸어간 길,그리고 수 많은 양심적 선비들이 당당하게 선택한 시련의 길과 미래에 대한 준비, 그것은 실로 용기와 다짐이었을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그분들이 역사와 함께 시대의 아픔과 함께 사라지는 것에 대해 기꺼이 동의했던 것처럼 이 시대 정치사를 대표하는 정치인 중 단 한명이라도 그 길을 언저리라도 밟아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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