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연인들의 초상
엘렌 보나푸 뮈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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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늘어지는 큐레이터들의 설명은 재미있다.

늘상 그들이 말하듯 쉽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리 쉽고 재미있었던 그림이나 조각들은 정작 한 달도 되지 않아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래, 예술이란 것은 쉽고 재미있는 ‘설명’만으로 마음에 들어앉는 것이 아닐 테니까....

근간에 몇 가지의 예술사 책들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놓은 그림책들을 보면서 나름 소득을 얻었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와 닿았는가를 생각해보면, 대답은 ‘no~no~'다.

아마도 쉽고 재미있는 설명에 가려, 가슴 속에 작품이 다가와 '툭'하고 감정을 건드린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던 차에 나름의 극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킨 소설이 이 책, ‘잃어버린 연인들의 초상’이다.

이 책은 여주인공 오르탕스의 입을 빌어 개론서와 같은 설명을 늘어놓는 듯하면서도, 궁극에는 우리가 나만의 진정한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를 그리고 있다.

곧장 나의 삶으로 스며들어와 버린 작품, 삶이 되어버린 작품.

여주인공은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고 알아가면서 스스로의 삶 또한 흡사 그 작품과 같이 변해간다.

그 장르가 무엇이든 예술 작품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무척 공감하지 않을까?

이 외에도 경매장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을 잘 살린 서스펜스와 판화 작품과 오르탕스의 삶을 넘나드는 이중구조도 이 책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허나 내 개인적 취향으로는 한 눈에 와서 박힌 작품에 녹아들어버린 여주인공의 마음과 삶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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