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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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현대의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세상에 깨끗이 낫는 병따윈 없다. 병에 걸리기 전과 후.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몸과 마음 어딘가에 흔적을 남긴다. 일상생활에 지장만 없으면 눈 감고 모른척할 뿐.

텔레비전에서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볼 때면 참지 못하고 채널을 돌린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상력이 발동해버리기 때문이다. 나나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는 상상. 상상만으로도 그 일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아서 얼른 떨쳐내고 외면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무력감만큼 인간을 절망시키는 것이 또 있을까.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주인공 시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살아내는 모습을 보며,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딸이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를 원망하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님이 의도한 것처럼 가족을 간병하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주변 사람을 간병하게 되고, 본인이 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순리라는 최선희 선생님의 말이 와닿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비현실적인 바람을 품고 살면서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외면하면서도, 한번씩 이 소설을 떠올리며 언젠가 마주할 그 시간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시간이 최대한 늦게 찾아오기를. 그 시간이 오기 전에 충분히 사랑을 전하며 살기를. 그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부디 무너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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